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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비극의 공장 난개발] '환경피해구제법' 있으나마나

"공장측이 배상 능력 있으면

피해 인정돼도 정부 지원 불가"

김포 주민 29명 신청 수용 안돼

개별 소송이 해결 방법이지만

노인들엔 피해 구제 '별따기'

몇 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김포시 거물대2리 주민 A씨의 유족들은 지난해 12월 A씨가 주변 공장에서 배출한 유해물질 때문에 사망했다며 환경부에 환경피해구제신청을 제출했다. 피해 증명을 위해 지난 수년간 비염과 접촉성 피부염, 급성편도염을 앓았다는 병원 기록도 함께 첨부했다. 하지만 환경산업기술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구제신청을 낸 20명 모두 똑같은 결과를 통지받았고 올해 2차로 신청한 9인 역시 같은 결과를 받았다.

심사를 담당한 환경산업기술원은 피해자 거주지에서 발견된 오염물질이 주변 기업에서 발견된 중금속 등과 성분이 유사하고 주변 환경을 고려했을 때 유해물질이 피해자의 집으로 날아왔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주변 공장의 유해물질 때문에 주민들이 피해를 당할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그럼에도 환경산업기술원은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질병이 해당 오염물질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증명할 수 없고 배상 능력을 지닌 가해 공장이 아직 가동 중이기 때문에 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관련해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이런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환경오염 피해배상 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약칭 ‘환경오염피해구제법’)’ 23조에는 구제급여 지급조건을 ‘원인을 제공한 자를 알 수 없거나 그 존재가 분명하지 않거나 무자력인 경우’ 또는 ‘배상책임한도를 초과한 경우’로 못 박고 있다.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이 존재하고 배상 능력도 있는 경우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포시처럼 피해자 대부분이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은 60대 이상 농촌 노인일 때는 사실상 피해구제를 받을 길이 없는 셈이다.

구제급여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예비조사 기간도 최장 45일에 불과해 오염 피해 존재 여부를 규명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예비조사 기간이 짧다 보니 피해자나 가해 기업에 대한 직접 조사를 하지 않고 기존 역학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게 전부”라며 “이럴 거면 아예 소송을 하라고 하지 왜 피해구제신청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피해 조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정부가 가해 공장에 대해 배상을 직접 강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최근 국회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현행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예비조사 등에서 기능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피해구제 기능을 환경분쟁조정위원회로 이관해 조사와 구제가 유기적 연계성을 갖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환경피해구제법에 대한 개정 움직임도 보인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제도적으로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이에 대해 보완책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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