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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회계 투명성 높이는 글로벌 재무보고언어 XBRL

한기원 삼정KPMG 상무이사

분류체계 표준화로 언어 등 장벽 없이 공시정보 비교 가능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재무정보에 대한 표준화 및 디지털화의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재무보고전용언어(XBRL·eXtensible Business Reporting Language)로 집계된 기업 재무정보의 활용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나라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10년간 XBRL의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XBRL 정보의 활용단계까지 이르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XBRL의 실질적인 제도화를 위해서는 금감원만이 아니라 기업·회계정책제정기구·공인회계사회 등 회계정보와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며 XBRL 전문가의 양성도 시급한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XBRL 트렌드에 충분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한국의 회계 투명성은 향후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美 SEC, 분식 징후 등 관리감독에 적극 활용

2009년부터 축적한 데이터 웹사이트에 공개

韓 제도 정착땐 ‘제2의 대우조선해양’ 방지

‘기업정보 디지털 강국’ 거듭나려면 협업 필수

금감원 XBRL 공시정보 입수·분석·공개하고

KICPA 정책 연구·KASB K-IFRS 관리 병행을



지난 3월17일 메릴코퍼레이션이 발표한 XBRL 활용 사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XBRL 정보활용 가능성에 대한 잠재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정보이용자가 XBRL 분석툴을 이용해 X축은 법인세율, Y축은 주당이익으로 지정하고 2015년 기준 미국 내 상장된 반도체 제조기업 전체를 한 개의 차트에 표시한 것이다. 단 몇 초 만에 정보이용자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개별 기업의 세부 정보까지 순식간에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한국에 동일한 환경이 구성돼 조선업계 기업들에 대해 X축은 영업이익율, Y축은 미청구 공사 비율을 지정해 차트화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과 같은 사태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기 전에 조기에 발견됐을 것이다.

XBRL은 확장성표기언어(XML·eXtensible Markup Language)를 기반으로 개발된 비즈니스 리포팅에 특화한 언어다. XBRL의 가장 큰 특징은 정보와 정보를 설명하는 메타데이터를 나눠 유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정보이용자가 표준화된 ‘택사노미(표준분류체계·taxonomy)’ 한 개를 가지면 수많은 기업들의 공시정보를 같은 기준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특징이 있다. XBRL의 흥미로운 점은 개념과 표현을 분리한 것이다. 표준화된 택사노미의 이름(태그)을 이용해 공시정보를 해석하기 때문에 각 기업들이 사용하는 정보의 명칭이 달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동일한 산업 내에 A회사는 매출이라는 계정을 쓰고 B회사는 영업수익이라는 계정을 쓰고 있다면 기존 시스템에서는 이름이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XBRL에서는 ‘Sales(매출)’라는 표준 태그를 해당 정보에 붙여 작성하므로 두 기업 간에 보이는 이름이 달라도 동일한 회계 개념으로 해석해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더 나아가 국가별 언어 문제도 해결해준다. 동일 택사노미를 사용한 기업의 공시정보는 영어·한국어·일본어·중국어 등 얼마든지 자유롭게 실시간 변환이 가능하다.

이미 미국의 SEC는 이러한 XBRL 정보를 2009년부터 축적했으며 분석 프로그램(CIRA)을 개발해 상장기업들의 분식 징후 예측 등 관리감독 영역에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입수한 모든 상장기업의 XBRL 정보를 SEC 웹사이트에 데이터로 전환·공개함에 따라 모든 정보이용자들이 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XBRL 데이터의 수집 단계를 지나 데이터 활용 및 데이터 품질관리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올해 초 SEC는 미국 내 상장된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는 외국인 투자가까지 그 대상을 확장해 의무화했으며 유럽증권시장국(ESMA)도 오는 2020년부터 모든 유럽 증권시장에 공개된 기업들에 대해서 기본 XBRL을 발전시킨 형태의 인라인 XBRL을 발표했다. 전 세계적인 기업 재무공시 데이터의 표준화 흐름은 이미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XBRL로 통일화되고 있으며 그것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의 XBRL은 금감원이 2007년에 도입해 지금까지 그 정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지만 택사노미의 유지·관리, XBRL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제반 제도의 수립 등 현실적으로 금감원에서만 이를 전담하기에는 그 영역이 매우 넓고 복잡하다. 해외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미국재무회계기준심의회(FASB)에서 IFRS 택사노미와 미국 회계기준(US-GAAP) 택사노미를 관리하고 있고 XBRL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와 인증 등 연구를 XBRL-US 및 미국공인회계사(AICPA) 등과 같은 유관기관에서 각각 분업하고 있다.

우리 기업도 더 이상 XBRL에 대해서 무관심하게 있을 것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한국 기업공시시장에 곧 닥쳐올 XBRL제도에 대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회계기준원(KASB)에서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K-IFRS) 택사노미를 유지·관리하고 금감원은 XBRL 공시정보를 입수·분석·공개하며 한국XBRL본부및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에서 품질관리를 위한 제반 정책 및 연구를 병행한다면 한국도 ‘기업정보의 디지털 강국’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하고 회계 투명성 또한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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