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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 호남 求愛…날개 펴는 광주일고

이낙연 총리·김상곤 부총리 이어

검찰총장·육참총장 등 요직 차지

세종 시장·적십자사 회장도 동문





지난 2002년 4월, 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장관급인 경제복지노동담당 특보로 기용했다. 김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은 이 특보는 ‘경제는 이기호, 비경제는 박지원(국민의당 전 대표)’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청와대는 이 특보의 본적을 제주라고 설명했다. 출신지역 논란을 의식한 것인데 정작 이 특보는 광주제일고를 나왔다. 그만큼 광주일고와 호남 출신이 김대중(DJ) 정부 때 중용됐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광받고 있는 광주일고는 그 역사가 깊다. 관료뿐 아니라 정치계와 재계·금융계까지 널리 퍼져 있다. 광주고와 전주고·목포고와 함께 호남의 4대 명문인데다 전통(1920년 개교)도 있다. 사회 곳곳에 진출한 이들이 많고 교우애도 끈끈하다.

광주일고가 본격적인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DJ정부 들어서부터다. 2001년 중앙인사위원회가 1급부터 3급까지 고위공무원의 출신 고등학교를 조사해보니 광주일고가 3.9%로 경기고(7.3%)와 경북고(4.6%)에 이어 3위였다. 서울고는 3.5%였다. 이 전 수석뿐 아니라 광주일고 출신이 전반적으로 약진했다. DJ정부 시절 전국 79개 주요 공기업 수장 가운데 광주일고 출신만 8명에 달하던 때도 있었다. 당시 경북고 출신은 2명에 불과했다. 금융권에도 광주일고 출신이 많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은 대표적인 광주일고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다소 주춤했다. 주요 인맥이 호남에서 부산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초기 1급 이상 공무원 가운데 광주일고 출신은 10명으로 경기고와 경북고·부산고·서울고·경복고 등에 밀려 6위에 그쳤다. 그럼에도 이용훈 전 대법원장,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광주일고에서 공부했다.

교우애 끈끈…DJ·盧 때부터 각광

박삼구·최운열·박현주·선동열 등

재계·금융·스포츠 곳곳에도 포진





이후에도 명맥은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총리와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광주일고 출신이었다. 하지만 숫자는 줄었다. 정권의 기반이 영남으로 바뀌면서 ‘대구경북(TK)’ 출신들이 중용된 탓이다. 되레 2011년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때는 광주일고 출신들이 곤욕을 치렀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행장을 비롯해 장인환 전 KTB자산운용 사장이 모두 광주일고를 나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때는 서울고 전성시대가 열리면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을 이끄는 이낙연 총리는 광주일고 45회,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 총리보다 2년 선배인 43회다. 문무일 검찰총장(55회), 김용우 육군참모총장(54회) 등도 모두 광주일고를 나왔다. 국무총리와 부총리·검찰총장·육군참모총장이 같은 학교를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뿐만 아니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김장수 중국 대사, 이춘희 세종시장도 광주일고를 나왔다. 박경서 신임 대한적십자사 회장도 광주일고다. 이를 두고 국민의당을 의식한 ‘호남 챙기기’라는 말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38회 졸업생이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등이 광주일고 동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이 대표적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승건 미래에셋캐피탈 대표,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연금마케팅부문 총괄 대표가 모두 광주일고 출신이다.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FIU)도 광주일고를 나왔다.

정치권에서는 광주일고 출신들이 많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황주홍 국민의당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주승용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 등은 동기(46회)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심재철 국회 부의장(자유한국당)도 있다.

광주일고는 야구로도 유명하다. 국보급 투수인 선동열을 비롯해 이종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서재응·김병현·최희섭 선수가 광주일고를 다녔다.

관가에서는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가 끈끈하기로 유명하다. 1920년 문을 연 광주일고는 1951년 학제 개편에 따라 광주서중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후 광주서중 출신들이 1953년 광주일고를 세웠다. 지금도 동문들은 ‘광주서중·일고 총동창회’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광주일고는 지역적 특색에 야구라는 매개 점이 더해져 선후배 사이가 매우 끈끈하다”며 “동문끼리 서로 잘 챙기고 서울에서도 만남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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