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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마’ 부진②] ‘굿와이프’가 되지 못한 ‘크리미널 마인드’의 한계

tvN 수목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와 ‘굿와이프’는 모두 같은 미국드라마를 원작으로 만든 리메이크 드라마이다. 배우 라인업도 화려할 뿐 아니라, 두 작품 모두 제작비 또한 적지 않게 들었으며, 방송사 또한 그대로이다.

하지만 작품에 따른 평가는 정반대이다. ‘굿 와이프’는 호평만이 가득한 반면, ‘크리미널 마인드’는 호평 못지 않게 혹평들이 난무한다. 왜 ‘크리미널 마인드’는 ‘굿와이프’가 되지 못한 것일까.

사진=CJ E&M




어쩌면 ‘크리미널 마인드’ 측에서는 성적부진과 관련해 원작의 인기만큼 높아진 기대로 인해 실망한 것일 뿐, 작품만 놓고 봤을 때는 나쁘지 않으며, 여기에 원작의 수위와 잔인성이 높고, 다른 문화권의 감성이 담기다보니 이를 국내드라마로 풀어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변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크리미널 마인드’의 홍승현 작가는 제작발표회 당시 “원작의 요소들을 보면 잔인한 부분도 많고, 개인적인 이상심리로 인한 살인사건도 많다. 문화에서 오는 괴리감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한국적으로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작을 가지고 올 때 소통이 가능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집필에 대한 부담에 대해 털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명을 하기에는 ‘크리미널 마인드’에 앞서 tvN ‘굿와이프’가 있었다. ‘굿 와이프’의 경우 단순한 흥행을 넘어, 국내화에 성공한 미국드라마의 대표적은 예로 꼽히는 작품이다. ‘굿 와이프’ 역시 ‘크리미널 마인드’와 마찬가지로 미국을 원작으로 하며, 2009년 제작된 이후 시즌7까지 만들어 질 정도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16년 tvN에서 한국형으로 리메이크한 ‘굿 와이프’는 탄탄한 대본과 수려한 연출, 그리고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등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지면서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사진=CJ E&M


‘굿 와이프’의 성공사례가 있기에, 사실상 ‘크리미널 마인드’의 부진에 대한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살인과 범죄를 다루는 장르극인 데다 미드를 원작으로 하는 ‘크리미널 마인드’와 ‘굿와이프’ 모두 원작이 표현하는 수위와 그 안에 담긴 문화차이는 똑같은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굿 와이프’ 역시 이상범죄를 다루는 ‘크리미널 마인드’ 못지않게 섹스, 마약, 폭력 등을 강도 높게 그렸으며, 심지어 동성애 적인 요소까지 가미됐었던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리메이크 된 ‘굿 와이프’가 국내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원작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한국화를 이루는데 성공했다는 점이었다. ‘굿와이프’의 영리한 한국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부분은 김혜경(전도연 분)과 김단(나나 분)의 관계풀이와, 서중원(윤계상 분)과 서명희(김서형 분)를 남매로 불었다는 것이다.

먼저 원작 ‘굿와이프’의 주인공인 알리시아와 함께 파트너를 이루어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로펌 소속 조사관 알라 칼린다의 경우 ‘바이섹슈얼’ 설정이 있었다. 리메이크 된 ‘굿 와이프’는 아슬아슬 수위를 지키는 선에서 칼린다의 설정을 살리는 동시에 극을 전개해 나간 것이다.

칼린다의 설정을 살렸다면 로펌 MJ의 공동대표인 서중원과 서명희를 남매로 설정하면서 혹시라도 있을지도 모르는 쓸데없는 러브라인을 완전히 근절시켰다. 원작 ‘굿 와이프’에서 서중원과 서명희의 모티브가 되는 윌 가드너와 다이앤의 경우 남매가 아닌 친구였다. 물론 원작에서도 로맨스는 없었지만, 국내 드라마로 리메이크를 하면서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의 싹마저 잘라내고, 대신 서중원과 김혜경과의 관계에 더욱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사진=CJ E&M


여기에 ‘굿 와이프’ 속 김혜경이 재판을 맡은 사건들의 경우 미묘하게 현실 속 사건을 결부시키기도 했다. 과거 업소에서 일했던 여성을 성폭행 한 재벌남의 경우 최근 연예계 물의를 일으켰던 남성 연예인들의 성폭행 논란을 떠올리게 했으며, ‘뱃속의 태아는 살아 있는 생명이냐 아니냐’는 법적인 논쟁 또한 현 한국사회의 문제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크리미널 마인드’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제작발표회 당시 “‘크리미널 마인드’를 제안 받았을 때 처음에는 재미있겠다 싶었다. 이후 자료조사를 했더니, 잘 해도 욕먹겠다 싶더라”며 부담을 보였던 양윤호 감독은 원작과 국내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차이로 “한국배우가 연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같은 양 감독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원작을 그대로 가져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식으로 완전히 풀어낸 것도 아니다보니, 극과 캐릭터가 따로 노는 가운데, 정작 우리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수사기법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미국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를 한국배우가 연기를 하는 꼴이고,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양 어딘가 어색하다.

사진=‘크리미널 마인드’ 캡처


여기에 ‘굿 와이프’와 마찬가지로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의 문제와 연결을 시키려는 노력 또한 부족하다. “원작은 이상심리, 범죄자의 심리를 개인적인 문제와 가깝게 다루고 있다. 반면 우리는 범죄를 개인의 문제로 놓고 보기보다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나, 여러 갈등 구조를 보고 있다”고 말한 홍 작가였지만, 정작 드라마 어디에서도 한국 사회의 모순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아직 실망하기는 이르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이제 겨우 6회밖에 방영되지 않았으며, 아직 전환점도 돌지 않은 만큼 개선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초반 여러 가지 문제와 잡음을 보여주었던 ‘크리미널 마인드’이지만, 그래도 1회보다는 2회가, 2회보다는 3회가 더 나아지는 만큼, 좋아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과연 ‘크리미널 마인드’는 ‘굿와이프’의 뒤를 이어 성공한 미국드라마의 사례로 남을 수 있을까. 앞으로 ‘크리미널 마인드’가 어떤 길을 걸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 달려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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