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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병사가 최고 전략자산"...첨단 헬멧·슈트로 한국형 스마트 솔저 만든다

<2> 개인 장구류 개선에 눈뜬 한국군

병사 1인에 들어가는 무장 비용

韓 138만원 vs 美 2,300만원

구형 탄입대 등 아직도 사용중

軍 비무기체계 개선 본격 추진

"인체 공학적 설계로 전투력 강화"

'미래형 병사' 개발 연구실 출범도





138만원과 2,300만원. 한국군과 미군의 차이다. 병사 1인에게 들어가는 무장과 피복·전투화·헬멧·수통·방탄복을 합친 가격이다. 사실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미군은 지난 2001~2008년 평균이고 한국군은 최근 자료다. 미국이 끊임없이 개인장구류에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한국군 모두에 138만원에 해당하는 개인장구가 보급된 것도 아니다. 전방과 특수부대 일부만 신형 장구를 갖추고 있을 뿐이다.

개인장구가 왜 중요한가. 미국의 올해 개인장구류 구매예산은 약 8억5,000만달러. 한국의 1억2,200만달러보다 훨씬 많다. 미국은 왜 병사들의 피복과 방탄복에 거액을 투자할까. 전투원(combatant)을 전략자산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개별 병사에게 어떤 장비를 주느냐에 따라 능력이 2~3배 벌어진다면 승패는 자명하다. 미국의 개인장구류에 대한 관심과 투자에는 전쟁 경험이 녹아 있다.

처음부터 미국은 개인의 인권과 권익에 대한 인식이 남달랐던지 장구류에 대한 관심이 컸다. 먼저 ‘M-1936 서스펜더’를 보자. 미군이 2차대전 직전인 1936년 개발한 탄입대로 당시에는 혁신적인 기능 배치로 관심을 모았다. 2차대전을 거치는 동안 M-1943으로 발전하고 한국전에서 그대로 써먹었다. 월남전에서 확대 발전형이 나왔지만 본격적인 혁신과 집중적인 투자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 등 저강도 분쟁 이후부터.

냉전시절 유럽 전선에서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군의 대규모 기갑부대를 상대로 싸우는 전략전술 개발에 매진하던 미군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으로 주전장을 옮기며 개별 병사의 전투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기에 이른다. 냉전이 끝날 무렵부터 오히려 개인구장은 하루가 다르게 신형이 나왔다. 특히 일명 ‘찍찍이’라고 불리는 ‘벨크로(velcro)’가 군장 결속의 혁신을 불렀다. 무거운 수류탄이나 40㎜ 유탄까지 벨크로와 결합한 군장류가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최근 크게 좋아졌다고는 하나 개선할 곳이 여전히 많다. ‘2차대전 때 쓰던 수통. 아직도 쓴다’거나 ‘30년 전 낡은 침낭에 터무니없는 납품가’ 등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하고 군에 대한 불신까지 심화시켰다. 대표적인 낙후 장비가 일명 ‘엑스반도(X-band)’로 불리는 탄입대. 미군의 M-1936 서스펜더가 원형이다.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고 1970년대 말 등장한 엑스반도에 불평이 잇따르자 어깨 부위에 스펀지를 부착했지만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더욱 불편해진 이 탄입대는 아직도 후방지역에서 대량으로 사용된다. 최첨단 등산복과 기능성 등산화를 갖춘 등산객과 1950년대 스타일이 섞여 있는 게 한국군이라고 할 수 있다.

구형 탄입대뿐 아니라 새로 보급되는 군장류에도 불평과 의혹이 쏟아졌다. ‘방탄 헬멧이 북한군 소총에 무용지물’이라거나 ‘가격이 크게 오른 신형 전투복이 여름에는 찜통’이라는 보도가 낯설지 않다. 전방이나 특수부대에는 미국의 방탄헬멧이나 방탄복에 비해 견적상 떨어지지 않는 장구류가 보급돼도 문제점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형 군장류가 개별 중소업체 주도로 중구난방식으로 개발된 탓이다. 섬유나 방탄 등의 기술은 좋아도 인체공학이나 세계적 추세에 대한 정보가 모자라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신형’이 나온 것이다. 신형 장구류라지만 뛸 때는 여전히 구형처럼 덜렁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행인 점은 군이 이런 변화와 현실을 인식하고 장구류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사실. 국방부는 올해 초 국방기술품질원에 국방전력지원체계연구개발실을 신설하고 비무기체계에 대한 종합발전방안 모색에 나섰다. 비무기체계 3만종이 대상이지만 최우선 과제로 개인군장류를 택했다. 김경환 연구개발실장은 “개별 신형 군장의 시스템 통합과 인체공학적 설계로 병사의 피로도를 최소화하고 전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며 “단계별 발전을 거쳐 ‘아이언맨’ 같은 형태의 미래 병사에도 최적인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대전에서 강한 군대의 공통점은 전투원을 전략적 자산으로 여기는 군대”라며 “군장류 개선과 장병의 능력 발굴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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