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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파이낸스 2017]스위스 "양질 일자리 생기는데 블록체인 육성 마다할 이유 있나"

<1> 블록체인 주도 스위스 '크립토 밸리'를 가다

개발 업체서 서비스 기업까지

140여개 블록체인 업체 몰려

세계 가상화폐 발행 70% 담당

곳곳 "비트코인 받습니다" 팻말

비자신청도 가상화폐로 결제

추크 시청사 입구에 ‘비트코인 결제가능’이라는 안내 팻말이 걸려있다. 추크시는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위해 선도적으로 비자신청, 전입신고 등에 필요한 수수료를 비트코인으로 받고 있다./김흥록기자






스위스 취리히공항에서 남서쪽으로 40분가량 기차를 타고 가면 인구 12만명의 작은 주 추크가 나온다. 전통 독일식 건물이 늘어선 거리 곳곳 노상 테이블에서 식사를 즐기는 현지인들을 보면 이곳이 전 세계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진 도시라는 사실을 쉽게 눈치채기 어렵다.

스위스 추크는 가상화폐 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을 통해 투자금을 모으기 위한 전 세계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통한다. 이곳에서 ICO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로펌 MME의 토마스 린더 파트너 변호사는 “싱가포르나 홍콩·지브롤터 등 ICO가 이뤄지는 나라가 다양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ICO 프로젝트의 약 70%는 스위스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MME에는 ICO 자문을 요청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한 달에 2개 정도였지만 올 들어서는 매일 5개 이상 업체들의 문의가 급증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토마스 변호사는 “e메일·전화, 심지어 문앞에 서 있기도 하는데 (업체들의) 요청이 너무 많아 기술 수준이 높은 프로젝트만 선별해 진행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지 ICO 법률자문 비용은 대략 5,000만원에서 1억원가량. 스위스 블록체인 산업 성장의 영향으로 이미 블록체인 기업뿐 아니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까지 광범위하게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이 같은 추크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주도하는 곳은 크립토밸리다. 크립토밸리는 추크주에 모여 있는 블록체인 기업의 연합체이자 당국과 규제를 논의하고 인력 양성을 고민하는 민간 주체다. 이더리움이나 모네타 같은 블록체인 기업부터 MME 등 회계나 법률지원 기업, 루체른대, 심지어 추크 주 역시 크립토밸리의 일원이다. 샘 채드윅 크립토밸리 연합 이사는 “2014년 추크 정부에 ‘블록체인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고 싶다’고 건의한 후 관계자들이 소통한 결과 현재는 인재와 자금이 선순환되는 생태계를 만들게 됐다”며 첫 사업 시작 배경을 소개했다. 크립토밸리가 세계 블록체인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추크 현지에 있는 30여개 기업 외에 세계 각지에서 140여개 기업과 기업가들이 크립토밸리의 일원을 자처하며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크립토밸리의 성공 사례는 ‘실체 파악도 안 되는 코인경제에 대응해 굳이 먼저 움직일 필요가 있느냐’는 국내의 의구심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귈도 불게로니 추크주 경제진흥부 부국장은 블록체인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보는 것은 오로지 새로운 일자리 창출 여부”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면서 생겨나는 일자리는 전문적이고 양질의 일자리로 이를 추크에서 창출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지에 법인을 설립할 때 스위스인을 반드시 운영진으로 포함해야 하는 스위스 규정상 블록체인 기업이 스위스에 몰릴수록 임원급 일자리가 탄생한다. 물론 실무를 맡을 인력까지 고려하면 일자리의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관료들의 생각도 완전히 깨어 있다.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면 괜한 문제나 논란을 만드는 게 아니냐’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우리나라 관료들과는 180도 다른 자세다. 실제 추크 곳곳에서 만난 관료들은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하나같이 강한 의지를 보였다. 불게로니 부국장은 ‘가상화폐는 투기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 대신 두 개의 그래프가 그려진 작은 종이 한 장을 내보였다. 두 그래프가 그리는 파동은 거의 같았다. “하나는 금의 시세 그래프, 하나는 비트코인입니다. 구분이 되나요?” 비트코인 투자는 과거 투기의 대상이었던 튤립이라기보다 오히려 금에 가깝다는 의미였다. 이미 행정관료부터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가치에 대한 이해와 확신을 갖춘 모습이다.



추크시는 아예 입구에 ‘비트코인 받습니다(Bitcoin Acceptable)’라는 팻말을 내걸고 비자신청 등 공공수수료를 비트코인으로 받고 있다. 돌퓌 밀러 추크시장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두려움 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열린 마음으로 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관료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과 스위스의 환경은 분명히 달라요.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어떤 경험도, 변화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일단 시도하세요.”

/추크=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용어설명

△블록체인(Blockchain) : 거래정보를 담은 디지털 기록(블록)이 서로 연결돼 있는 형태의 네트워크. 인터넷 네트워크 망 위에 월드와이드웹을 사용하는 것처럼 블록체인이라는 또 다른 네트워크가 있는 구조다. 일반적인 인터넷은 각 기업이 서버를 따로 두고 데이터를 보관하지만 블록체인은 각 이용자의 컴퓨팅 파워를 서버로 삼아 분산해 저장하기 때문에 특정 서버가 다운돼 작동이 멈추는 일은 없다. 구조상 거래 내용을 위조, 해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거래기록을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를 운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됐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명)의 비트코인 논문에서 처음 소개됐다.

△가상화폐(Cryptocurrency) :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자화폐.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현재 1,060개의 화폐가 발행돼 있다. 이들 코인은 각자의 블록체인을 갖고 있거나 다른 코인의 블록체인을 이용해 운용된다. 싸이월드 도토리의 경우 운영사가 얼마든지 발행량을 조정할 수 있는 반면 가상화폐는 처음 블록체인 상에서 코드를 걸어 발행량 등을 정해놓으면 이를 중간에 바꿀 수 없다. 여기에서 금과 같은 희소성이 나온다. 비트코인의 경우 약 130년 동안 2,500만개가 발행되도록 설계돼 있다. 가상화폐는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ICO(Initial Coin Offering): 투자자들을 상대로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를 신규로 발행해 자금을 유치하는 블록체인 기반 기업들의 자금공모 형태. 토큰 제너레이션 이벤트(Token Generation Event)라고도 한다. 기업들이 IPO를 통해 주식을 발행하면 투자자들이 성장성 등을 판단해 주식공모에 참여하듯 새로운 블록체인 기업이 자신들의 블록체인 사업 용도에 맞는 코인을 발행하면 회사의 기술력과 비전을 보고 신규 코인에 투자하는 구조. 이후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면 코인의 가격이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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