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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군함도’ 윤경호, 34kg 감량의 고충 속에서도 행복했던 이유

“지금까지 제가 살면서 그렇게까지 열정적일 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모든 걸 걸고 살을 뺐다.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을 연기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거라 생각했다. 내 한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영화 ‘군함도’를 위해 총 34kg를 감량한 배우 윤경호는 남다른 체중 감량 투혼을 발휘하며 화제가 됐다.

더더군다나 윤경호는 딜레마에 처했다. ‘군함도’ 직전 촬영한 영화 ‘옥자’의 봉준호 감독은 그가 살을 찌우길 원했고,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은 그가 살을 빼길 원했기 때문이다.

봉 감독과 류 감독은 윤경호의 상황을 이해했다. 103kg에서 97kg까지 살을 뺀 윤경호는 잠시 다이어트를 중단한 채 몸에 보형물을 부착한 채 ‘옥자’ 마지막 촬영분을 찍었다고 했다. 그 뒤 ‘군함도’ 촬영에 돌입해 나머지 30kg을 차근 차근 빼 나갔다고 한다.

영화 ‘군함도’ 배우 윤경호 /사진=지수진 기자




6개월간 계속 군함도에 사는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버텨나간 윤경호는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감시하고 살을 빼야 하는 이유를 찾아갔다고 했다. 그렇기에 ‘군함도’는 그에게 뜨거운 사명감으로 가득한 영화로 남았다.

다음은 ‘군함도’에서 시대적 아픔을 지낸 ‘환쟁이’ 역 배우 윤경호와의 일문일답이다.

Q. 103kg → 69kg 총 34kg 감량 투혼을 발휘한 배우로 화제가 됐다.



▶ 체중 감량은 여기 있는 모든 배우들이 다 같이 했는데, 저만 주목 받는 것 같아서 송구스럽습니다. ‘군함도’를 찍는 배우들은 모두가 당연하게 다이어트를 했거든요. 저는 유독 살이 쪄 있는 상태에서 빼야 해서 더 감량을 많이 해야 했어요.

Q. 많은 배우들이 다이어트 식단만 먹으면서 체중을 감량해 나간건가?



▶ 우리 피지컬을 담당했던 황인기 팀닥터가 계속 현장에 상주하면서, 배우들이 살 빼는 것과 관련해서 계속 검사를 하셨어요. 메마른 몸에서 앙상하게 살을 뺀 케이스는 신승환 형이 대단해요. 단 기간에 같이 살을 빼면서 진짜 고생을 했어요.

이외에도 쇠떼쟁이 강덕중 배우도 표시 안 나게 묵묵하게 살을 많이 뺀 케이스에요. 그 친구도 80KG이 넘게 나갔던 배우인데 50KG 후반대로 뺐어요. 어떻게 보면 배우가 역할을 맡고 감량해야 한다는 지시에 따르는 게 맞는데 물리적으로 힘든 건 맞아요. 그런 감량의 노력이 화면에 보인다. 안 보인다를 떠나서 실제로 있었던 인물을 감히 대변하는 거잖아요. 저는 같이 지켜보는 동료 모두가 이렇게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행복해요.

영화 ‘옥자’ 촬영중일 때의 배우 윤경호의 모습




영화 ‘군함도’ 촬영 때의 윤경호 배우 모습, ‘옥자’ 촬영 때에 비해 30kg을 감량한 모습이다.


영화 ‘군함도’ 현장 배우 백승철, 윤경호


Q. 제법 등치가 있는 윤경호 배우가 ‘군함도’에 캐스팅 된 이유가 따로 있었나?



▶ 군함도 오디션 관련해서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아예 마르고 작은 사람 위주로 뽑는다는 공지가 났어요. 키도 160 CM대이고 몸무게도 60KG대로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해당 사항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저에게도 오디션의 기회가 생겼어요. 당시에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배우를 뽑으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마음에 드는 사투리 구사자가 나타나지 않았었나봐요. 제가 친가가 전라도 쪽이라 할머니 할아버지 사투리를 많이 듣고 자랐거든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나중에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니 사투리는 마음에 드는데, 이렇게 살찐 배우는 불가능하다고 제작팀에서 표명했다고 하던걸요. 나이도 37세라 중견배우(?)에 속해서 이 정도 나이면 살도 많이 못 뺀다고 부정적인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대요. 어찌 어찌하다보니, ‘이 분이 살을 30kg 넘게 뺄 수 있으면 하자’고 듣게 됐어요.



현 상태에서 30kg을 뺄 수 있다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하니까 당연히 할 수 있다고 했죠. 그러려면 69킬로까지 빼야 하는데, 그 몸무게는 중학생 때 이후로 근처에도 가 본적이 없어요. 군대 있을 때도 73kg가 제일 말랐을 때 였거든요. 그럼에도 점점 오기가 생겨서 살을 빼기 시작했어요.

Q. 영화 ‘옥자’와 ‘군함도’를 연달아 찍었다. 한 쪽은 살을 찌워야 하고, 또 한 쪽은 살을 빼야 했다.

▶6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군함도’ 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한 것도 잠시, 4월 중반에 ‘옥자‘ 촬영으로 바로 들어가야 했어요. ’옥자‘는 10회차 출연해서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넷플릭스랑 하는 초대형 대작이고,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핫 이슈가 됐던 작품이라 2 작품 중 어느 한 작품이라도 놓치고 싶어하는 배우가 어디 있겠어요.

‘옥자’는 살이 쪄서 캐스팅이 된 상황에서, ‘군함도’를 위해 4월 초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한 제 모습을 보고 봉준호 감독님이 양해를 해주셔서 타협점을 찾았어요. 봉감독님이 지금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걸어다오. 몸에 보형물을 걸어서라도 찍도록 할테니 97kg 몸무게를 그대로 홀딩시켜놨어요.

‘군함도’쪽에도 양해를 구하니까 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초반에 끌려간 분들은 조금 살이 있어서 된다. 하지만 징용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꼭 감량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사실 ‘군함도’ 리딩 때 나타났더니, 다들 절 보고 걱정을 하시더군요. ‘저 배우 되겠냐’ 이런 표정으로. ‘옥자’ 촬영이 끝나자마자 죽기 살기로 살을 뺐어요.



Q. 백승철 배우도 촬영장에선 밥 먹으면 마치 죄지은 것처럼 마음이 불편했다고 하더라. 다이어트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 현장에선 ‘식사 하셨어요’ 란 말이 실례였어요. 밥 먹는게 사치라고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관계자분들이 힘내라고 밥차나 커피차 간식차를 보내주기도 했는데 그게 그렇게 야속하더라구요. 밤에 떡볶이차가 왔는데, 그걸 보면서 체중감량하고 있는 배우들에게 이게 무슨 말인가 싶더라구요.

저는 도시락을 싸서 늘 현장에 출근했어요. 어떻게 스케줄이 길어져서 도시락이 떨어지면 대충 살 안찌는 음식으로 골라 먹었어요. 음식 이야기를 할 수 없는 현장이었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면 맥주 한병 생각이 간절하고, 기분 좋게 오케이 하면 소주 한잔이 간절한 게 영화 현장이잖아요. 그런데 촬영이 끝나면 나면 바로 체중 감량을 생각해야했죠. 먹을 게 없으니 잠이 안 오는 것도 힘들었어요. 백승철 선배님이랑 되게 전화 통화를 많이 하고 의지했어요. 제 와이프가 옆에서 보더니 선배님이랑 연애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였죠.

영화 ‘군함도’ 배우 윤경호 /사진=지수진 기자




영화 ‘군함도’ 배우 윤경호와 백승철 /사진=지수진 기자


Q. ‘군함도’란 영화가 단순히 배우로서 체중감량에 도전한 것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 듯 하다.



▶ ‘군함도’ 리딩을 하면서 개별적으로 레퍼런스 영상, 군함도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찾아봤어요. 제작부에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만들건지에 대해 보여주는데 실제로 당시 징용자분들이 이렇게 고생을 했구나란 생각이 들어 겁이 났어요. 그 뒤엔 가슴이 더 뜨거워진다고 할까요. 이걸 꼭 해내야지란 생각을 했어요. 배우들의 몸이 점점 바뀌고 할 때 ‘관객들이 믿겠구나’란 생각과 함께요. 영화는 한번 찍으면 계속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장르잖아요.

최대한 실존인물의 근사치까지는 가야겠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우리는 촬영장에서 먹는 것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 분들은 이것보다 더한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잖아요. 6개월간 계속 군함도에서 사는 기분으로 스스로를 감시했습니다.

Q. 고생했던 배우들의 진심이 알려지기도 전에 ‘군함도’ 관련 논란이 있었다.



▶ MBC ‘무한도전’을 통해서 ‘군함도’의 역사적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다른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똑같이 동감했어요. 류승완 감독님이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이야기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어요. 지금까지 제가 살면서 그렇게까지 열정적일 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제 모든 걸 걸고 촬영에 임했던 작품입니다. 현재는 영화 관련 이야기 하나 하나가 조심스러워요. 난 애국심이 생겨나서 했는데, 그런 말이 왜곡되거나 너무 분분하게 의견이 나오고 하니까요. 저희들의 사명감과 진심까지 왜곡해서 받아들이진 않았으면 해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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