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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청계천변 센터원-'음양의 조화' 활용해 설계...울퉁불퉁 입체감의 '화이트타워'

입체감 돋보이는 하얀 건축물

동·서관 요철 모양에 '레고' 블록 연상

커튼월 구조...맑은날 흰빛깔 두드러져

대형 임대형 오피스 효시

처음부터 임대목적으로 지어진 대형빌딩

'부동산공모펀드' 기초자산 포함도 의미

도심의 중심

1977년 정비구역 사업 후 30년만에 탄생

청계천·명동·을지로 등 서울 상징과 연결

도시의 색깔은 대체로 어둡다. 서울뿐 아니라 뉴욕·런던·도쿄 등 전 세계 대도시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로 경쟁하듯이 치솟은 마천루들도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는 듯 너도나도 어두운색으로 몸을 감싸며 도시의 어둠을 더욱 짙게 만들고 있다. 이와 달리 서울시 중구 을지로 청계천변에 위치한 ‘센터원’의 기본 색깔은 하얀색이다. 커튼월(철골구조물에 유리로 외관을 마감하는 것) 방식으로 시공한 이 건축물은 흰색의 구조물을 사용해 건물이 전체적으로 하얀 빛깔을 띠도록 했다. 센터원은 건축적인 특징뿐 아니라 오피스 임대 시장과 부동산금융 시장에 있어서도 여러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국내 대형 임대용 오피스빌딩의 효시이면서 최근 부동산투자 시장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부동산공모펀드에 담겨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중구 청계천변에 위치한 ‘센터원’. 센터원이라는 이름은 서울의 중심부에 있다는 상징성을 부각하는 동시에 하나의 건물이 쪼개지면서 나타나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도록 한 건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권욱기자






<입체감 돋보이는 하얀 건축물>

센터원이 건축적으로 도심 내 다른 오피스빌딩과 구분되는 가장 큰 두 가지 특징은 ‘입체감’과 ‘하얀색 외관’이다. 지하 8층~지상 32층, 148m 높이의 오피스 2개 동으로 구성돼 있는 센터원은 동관과 서관의 모습이 많이 다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동관은 을지로와 평행으로 서 있지만 서관은 남대문로10길과 평행선을 이루면서 30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남대문로10길이 있는 자리는 과거 개천이 있었고 물길이 흐르는 방향을 따라 설계를 했다고 한다. 또 매끈하게 생긴 여타 오피스빌딩과 달리 센터원은 울퉁불퉁한 모습을 하고 있다. 동관에서 움푹 들어간 층이 서관에서는 볼록 튀어나와 있고 동관에서 볼록 튀어나와 있는 층이 서관에서는 움푹 들어가 있는 모습은 ‘레고’ 블록을 연상시킨다. 이는 건축물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한 설계다. 당시 진아건축도시에서 설계에 참여한 피터 최 디자인캠프 문박 부사장은 “2000년대 중반부터 뉴욕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 왔을 때 한국의 오피스빌딩들이 너무 평평하고(flat), 깊이감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음양(陰陽)을 건축 모티브로 해서 거대한 하나의 매스(mass·덩어리)가 두 개의 빌딩으로 분리되고 각각의 건물에서 음과 양의 요철(오목함과 볼록함)이 생겨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각 면도 세 가지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정면에서 바라보는 면에는 저층부부터 상층부 꼭대기까지 연결하는 기다란 파이프가 설치돼 있으며 동관과 서관이 마주 보는 안쪽 면에는 이 파이프가 없다. 또 다른 면에는 큐빅처럼 튀어나온 면이 있어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세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햐얀색 외관도 센터원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맑은 날 센터원을 바라보면 하얀색 빛깔이 더욱 두드러진다. 센터원을 하얀 건축물로 만들어주는 데는 커튼월의 구조물과 하얀색 파이프, 환기창 등이 큰 역할을 한다. 윤성광 미래에셋자산운용 부동산자산관리본부 상무는 “건축물의 독창성을 보여주고 구조미를 가장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하얀색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때 센터원의 이름이 ‘화이트타워’가 될 뻔하기도 했다.

센터원 1층에 설치된 원형 계단. 센터원 설계를 맡은 건축가인 피터 최 디자인캠프 문박 부사장은 공공에 개방된 1층을 보다 재미있는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이 같은 시설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권욱기자


<대형 임대형 오피스의 효시…부동산공모펀드에 담겨>

과거 한국의 대형 오피스빌딩은 대부분 대기업의 사옥용으로 지어졌다. 지금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투자해 임대하고 있는 강남파이낸스센터(GFC)도 처음에는 현대그룹의 사옥으로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외국계 투자가인 알파인베스트먼트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스퀘어도 대우그룹의 사옥이었다. 센터원이 준공될 때만 하더라도 처음부터 임대용으로 지어진 대형 오피스빌딩은 거의 없었다. 센터원은 처음부터 임대를 목적으로 지어진 대형 오피스빌딩이다. 이에 맞춰 처음부터 철저하게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됐다. 대기업 사옥에 있을 법한 강당이나 직원식당을 넣는 대신 임차인들이 좋아할 만한 리테일 구성에 공을 들였고 헬스장 등을 마련해 임차인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사무실 공간도 임차인들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채광이 잘되는 오피스, 기둥이 없는 무주공간 오피스, 두 개 층을 연결할 수 있는 오피스 등 여러 형태로 만들었다.

센터원이라는 이름도 임대용 빌딩의 목적에 맞게 최대한 간결하게 지으려다 보니 탄생했다. 윤 상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대 마케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발음하기 쉽고 최대한 짧은 이름을 짓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센터원에는 글로벌 금융회사와 컨설팅 회사 등 임차인들이 즐비하다. 센터원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설명해주는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센터원에는 3대 글로벌 컨설팅 업체 중 두 곳인 맥킨지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임차인으로 있다. 그런데 원래 이 두 회사는 원칙적으로 같은 건물을 사용할 수가 없어 센터원처럼 한 건물에 있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정락연 미래에셋컨설팅 부동산관리본부 팀장은 “두 회사의 원칙상 같은 건물에 입주할 수 없지만 두 개 동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같은 동에 입주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두 회사를 임차인으로 유치했다”고 말했다.



센터원의 지하 리테일 시설. 애초부터 대형 임대용 오피스빌딩으로 지어진 센터원은 대기업 사옥에나 있을 법한 직원식당과 강당 등 불필요한 시설물을 없애는 대신 임차인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리테일 공간 구성에 신경을 썼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애초 센터원 두 동 중 한 동은 숙박시설로 인가를 받았으나 향후 업무시설로 변경했다고 한다.


부동산금융 관점에서도 센터원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공모형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센터원은 지난 2007년 설정된 부동산공모펀드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공모1호투자회사(맵스리얼티1호)’의 기초자산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도심 내 우량 오피스빌딩인 센터원과 해외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맵스리얼티1호의 설정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5.40%다.

공공에 개방된 센터원 1층. 센터원은 기본적으로 하얀색 빛깔을 띠는 건축물이다. 커튼월 방식으로 시공된 센터원의 구조물 등이 센터원을 하얀색 건축물로 보이도록 만들어준다./권욱기자


<청계천과 명동·을지로역과 연결된 도심의 중심>

센터원은 탄생까지 무려 30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1977년 시작된 을지로도시정비구역 사업은 시행사인 글로스타가 2007년 착공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됐으며 미래에셋금융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리치가 공동으로 투자했다. 이후 2010년 맵스리얼티1호가 전체 지분을 인수했으며 그해 말 완공되면서 도심의 랜드마크로 거듭났다. 센터원이 들어서기 전 이 일대는 인쇄 골목과 저층 상가가 있던 곳이었다. 지금도 당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애초 시행사는 현재 삼화빌딩이 있는 부지까지 매입하려고 했으나 무산되고 결국 삼화빌딩은 별도로 개발했는데 이 삼화빌딩을 세운 곳이 바로 삼화인쇄다. 또 지금은 명동으로 옮겨간 80년 전통의 곰탕집 하동관도 이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청계천과 명동, 을지로역 등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센터원은 북향이라 정면으로 바라보면 북악산과 청와대가 보인다. /권욱기자


도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센터원은 서울을 상징하는 장소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우선 정면으로는 2005년에 복원사업이 완료된 청계천이 흐르고 있고 지하를 통해 서울을 대표하는 쇼핑 거리인 명동, 지하철 2호선 을지로역과도 연결돼 있다. 센터원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뿐 아니라 서울 도심을 오가는 일반인들도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건물이다. 피터 최 부사장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설계 시 센터원의 공공성을 가장 신경 썼다고 밝혔다. 그는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에게 고층 건물의 스카이라인보다 중요한 것은 하부에서 접하게 되는 시설물”이라며 “1층 아트리움을 포함해 저층부 설계에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통상 건물 1층에 위치한 로비를 2층에 배치하고 1층의 개방감을 높였다. 2층에는 국제교류재단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갤러리가 있어 일반 시민들도 구경할 수 있다. 또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이용하는 에스컬레이터 외에 반대편에는 원형 계단을 설치해 사람들이 보다 재미있는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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