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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한중 관계를 푸는 해법

홍병문 베이징특파원





지난달 인터뷰를 위해 만난 중국의 한 중견 경제학자는 미중 간 무역 분쟁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강한 어조로 강조했다. 그는 미중 통상 갈등이 무역 분쟁뿐 아니라 물리적 충돌 가능성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때만 해도 미중 사이의 무역 갈등이 이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미중 무역 분쟁 조짐은 한 달 만에 그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는 북핵 이슈가 미중 갈등의 발단 요인 가운데 하나일 수 있지만 본질을 따지고 들어가면 북핵 문제는 핑곗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힘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데도 북핵 이슈를 걸고넘어지며 미중 무역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미 플로리다 마라라고리조트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과 한국·북한의 오랜 역사를 이야기하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을 빌미로 무역법 301조라는 칼날을 꺼내 들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중국 학자들은 각종 스캔들로 뒤범벅된 정국 불안을 모면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대중 무역적자를 적당한 여론 돌리기용 타깃으로 삼았다고 보고 있다. 군사 옵션과 보호무역정책이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초강경 압박정책을 밀어붙이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무역전쟁 예고전이 달갑지만은 않겠지만 견디기 힘든 상황만도 아닌 듯하다. 중국 언론은 트럼프의 무역전쟁 공방에 중국뿐 아니라 미국 또한 잃을 게 많을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면 미중 무역 갈등은 북한 이슈보다는 차라리 다루기 쉬운 과제일 수 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북한이 벌이는 핵 도박은 해답은커녕 실마리조차 찾기 힘든 이슈다. 중국이 줄곧 대화와 ‘쌍중단(북한의 핵 개발과 한미합동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주장하는 것은 더 이상 이 이슈를 잡고 늘어지지 말고 그냥 현상을 유지하자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체제 붕괴와 김정은 정권의 몰락보다 전략적 완충지대로 북한의 현 상황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차세대 인사와 맞물린 올가을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라는 큰일을 앞둔 중국 지도부로는 정치적 격변을 불러올 수 있는 한반도 정세의 급변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답을 찾기 힘든 북핵 문제보다 밀고 당기기가 가능한 미중 간 통상 갈등 이슈가 차라리 낫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북핵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는 문재인 정부로는 미중 무역 갈등이라는 또 다른 함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빠졌다. 섣부른 예단일 수 있지만 미중 간 무역 갈등 이슈가 극으로 치닫는 것은 달리 보면 북핵 문제가 종착역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오는 24일 한중 수교 25주년이라는 호재가 있지만 중국은 좀처럼 한국에 호의적인 손을 내밀려 하지 않는다.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지만 결국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과 북한이 이를 풀어야 한다.

얼마 전 만난 한 중국 정치학자는 역사적으로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 한중 관계 또한 좋았다며 한중 관계의 해법은 남북문제에 달려 있다고 조언했다. 싫든 좋든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길이 한중 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그의 조언을 결코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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