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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파산, 금융투자로 막아야] "사이다 동나면 롯데칠성 사듯이...생활속 투자정보 활용하라"

<3>자산운용사VS 슈퍼개미 좌담회

김원중(왼쪽부터)씨, 김정환 밸류25 대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강창희 트러스톤연금포럼 대표,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 최규종(가명)씨가 지난 10일 서울 북촌의 메리츠자산운용에서 주식 투자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권욱기자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400을 두고 쉬어가는 분위기다. 6년간 이어진 지루한 박스피(박스권 코스피)에 지쳤던 투자자들에게 올 들어 주식 시장의 상승세는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내 주식만 오르지 않는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외국인과 기관이 주로 투자한 대형주는 거침없이 올랐다. 반면 개인의 거래 비중이 90% 이상인 중소형주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지난해 말 2,026.46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던 코스피는 지난 7월 말 2,402.71포인트로 18.57% 올랐지만 코스닥은 3.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증시 격언은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고 강조하지만 불안한 개인 투자자들은 ‘혹시 상투를 잡는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에 망설이다가 투자 시기를 놓치고 후회하기 일쑤다. 1년 새 30% 이상 오르며 1주가 235만원을 넘어선 삼성전자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남의 나라 주식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이달 10일 서울 종로구 북촌 메리츠자산운용 사옥에서 자산운용 업계 전문가와 슈퍼 개미, 전업 투자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좌담회를 열었다. 주식 투자라면 어디서도 빠지지 않는 인물들이지만 한자리에 모여 주식에 대해 얘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다. 투자 철학과 방법·대상이 다른 이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한 마디 한 마디 날 선 이들의 논쟁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강세장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필패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와 투자의 정석에 대해서는 논쟁의 시간이 지날수록 공통점을 찾아갔다. 이날 좌담회에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강창희 트러스톤연금포럼 대표(이상 자산운용 업계 전문가), 김정환 밸류25 대표,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이상 슈퍼 개미), 최규종(가명)씨, 김원중씨(이상 주식 전업 투자자) 등이 참석했다.

주식투자 5계명

① 주식은 도박이 아니다 - 수익률 게임에 매달리면 긴 호흡 투자 불가능

② 주식투자는 기업성과 공유 - 지속가능 기업 선택해 장기로 가야 성공

③ 생활속 아이디어 찾아라 - 주식투자는 전쟁이 아니라 일상의 즐거움

④ 두가지 위험관리 - 시장리스크는 장기 대응하고 종목은 운용사 맡기길

⑤ 유대인 밥상머리 투자교육 배워야 - 어렸을때부터 친해야 올바른 투자





좌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주식 시장에서 실패하는 첫 번째 이유로 주식 투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꼽았다. 장기 투자 전도사로 불리는 존 리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가운데 하나가 주식을 투자가 아닌 수익률 게임과 같은 도박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좋은 종목을 골라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투자 철학의 부재는 잦은 매매를 불러오고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김태석 대표는 “1년에 장이 열리는 날이 240일 정도라고 가정하면 매일 한 번씩 사고팔면 하루에 수수료와 세금으로 0.33%, 10일이면 3.3%, 100일이면 33%, 240일이면 79.2%가 계좌에서 빠져나간다”며 “1년에 80% 가까운 세금을 내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의 신은 이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

주식 농부로 유명한 슈퍼 개미 박영옥 대표는 주식 투자를 매매의 게임으로 보지 말고 기업의 발전에 따른 보상 측면에서 접근하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주식 투자는 내가 기업의 주인으로 경영을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자신만의 가치 기준을 세운 후 지속 가능한 기업을 선택해 최소한 3~4년 앞을 내다보고 장기로 투자해야 성공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존 리 대표도 “주식은 내가 매매를 통해 벌려고 하면 100% 실패한다”며 “내가 버는 게 아니고 회사가 벌어준다는 생각으로 장기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환 대표도 “개미가 시장에서 소외되는 것은 주식의 주인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주식 투자는 내가 (기업의 해당) 사업을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주인으로 주식 투자는 기업 성과의 공유라는 측면에서도 강조됐다. 박영옥 대표는 “4차 산업을 통해 기업이 성장한다면 국민은 주식 투자를 통해 기업의 성과를 공유해 노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장기 투자가 개인 투자자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정보력이 부족한데다 기업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기업 탐방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중소형주의 약 70%는 종목 리포트가 없다. 그렇다고 개인들이 재무제표나 산업을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참석자들은 이런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생활 속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강창희 대표는 “정보 취득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일상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현상을 투자에 접목해보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며 “여름철 동네 슈퍼에 갔는데 사이다가 동이 났다면 롯데칠성 주식을 사고 라면이 많이 팔리면 오뚜기 주식을 산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주식 투자에 대한 즐거움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존 리 대표는 말한다. 그는 “내가 한 살 때 산 주식이 30년 뒤 엄청난 돈이 됐다면 얼마나 뿌듯할지 생각해보라”며 “주식 투자는 전쟁이 아니라 생활 속 즐거움”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모임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슈퍼 개미들은 입을 모은다. 김정환 대표는 “인터넷을 찾아보면 다양한 투자 모임들이 있다”며 “자기 수준에 맞는 투자 모임에 참여해 정보를 교류하고 기업 탐방도 같이 다니면서 실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업 투자자인 김원중씨는 “개인들이 정보, 정보 하는데 사실 정보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며 “평소에 공시를 읽는 습관을 들이고 투자하고 싶은 기업의 최근 4~5년치 사업보고서를 반복해서 읽는 것도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금리 시대에 최소한 은행금리 이상의 배당을 주는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김태석 대표는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 전략은 배당 수익률이 높고 저평가된 가치주를 사서 오랫동안 가져가는 것”이라며 “그러면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나 테마주에 휩쓸리게 될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월가의 최고 펀드매니저인 피터 린치가 1977년부터 1990년까지 운용한 마젤란펀드는 13년간 2,703% 놀라운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여기에 투자한 개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손실이 발생했다”며 “마젤란펀드의 사례는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고 덧붙였다.

레버리지 투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개인 투자자인 최규종씨는 개미 폭망의 원인을 신용투자에서 찾았지만 김태석 대표와 박영옥 대표는 적절한 레버리지 투자 전략도 유효하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크게 두 가지 위험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는 시장 리스크, 둘째는 개별 종목 리스크다. 우선 시장 리스크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이나 북핵 위기처럼 예기치 않은 이벤트 때문에 발생하기 때문에 개인들이 컨트롤하기 어렵다. 좋은 종목을 선별한 후 시장 리스크가 사라질 때까지 보유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개별 종목 리스크의 경우 개인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위험이 높아질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강창희 대표는 개별 종목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방법으로 펀드를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강 대표는 “개별 종목 리스크는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을 많이 해야 줄어드는데 보통의 샐러리맨은 그럴 시간이 없다”며 “이런 경우에는 주식 전문가들이 운용해주는 펀드를 잘 고르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170개 정도의 자산운용사가 있다”며 “여기서 평판과 지난 3년간 수익률이 좋고 수수료가 싼 펀드를 골라 매달 급여의 10% 정도를 꾸준히 투자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6%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면 일반 국민들은 주택 거주비와 생활비, 자녀 교육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노후 준비가 어려운 실정이다. 참석자들은 주식 투자가 노후 파산을 막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영옥 대표는 “주식에 투자할 돈이 없다고 하는데 하루 커피값 1만원을 아껴 매년 10%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한 달 30만원, 10년이면 6,300만원, 30년이면 6억9,000만원으로 종잣돈이 불어난다”며 “사실상 노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일반 사람들에게 이보다 손쉬운 노후자산 마련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부터 주식 투자의 중요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존 리 대표는 “유대인들은 어렸을 때부터 경제교육의 하나로 주식 투자를 가르친다”며 “어렸을 때부터 주식 투자에 친숙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올바른 투자 철학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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