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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끝] '살충제 계란' 파동,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1차 방어선: 지난 4월 시민단체의 보고서

2차 방어선: 작년 10월 국회의원의 문제 제기

3차 방어선: 작년 중순 OECD와 언론의 비판

그럼에도 막을 수 없었던 '살충제 계란' 파동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방어선은?





올해 초 한 시민단체가 ‘살충제 계란’의 시중 유통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 지난해에는 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더 이전에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막을 수 있었던 최소 세 번의 기회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막지 못했다. 문제가 더 불거지기 전에 미리 막을 수 있었던 ‘방어선’은 더 없었을까?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방어선1. 한국소비자연맹의 지난 4월 보고서 발표 : 한국소비자연맹은 지난 1, 2월동안 시중에 유통 중인 계란을 구입해 농약 잔류 여부를 조사했다. 5개 지역 중 두 곳에서 허용기준치가 초과된 계란을 발견했다. 또한 전국 산란계 농가 120곳을 조사해보니 94.2%가 닭 진드기에 감염된 사실이 있고,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등 독성 살충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맹은 위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지난 4월 ‘유통달걀 농약관리 방안 토론회’를 통해 발표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이 참석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지난 4월 ‘살충제 계란’ 관련 보고서 내용. (영상캡처)


■방어선2.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제 제기: 소비자연맹이 ‘살충제 계란’ 유통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전, 국회에서 먼저 문제 제기가 있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7일 식약처 국정감사 때 이 문제를 최초로 국회에 알린 것이다.

당시 기동민 의원은 식약처장 상대로 “국민먹거리인 계란에 대한 식약처의 관리감독 시스템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기 의원은 “일부 농가에서 진드기를 막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닭과 계란에 살포하고 있다”면서 “계란이 얼마나 오염됐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질타했다.

이후 당국에서는 식품 잔류농약 검사 품목에 계란을 추가, 3년 만에 계란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는 “안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수 샘플로 진행한 탓에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방어선3. OECD와 언론의 ‘밀집 사육’ 환경 비판: 기동민 의원의 문제 제기 이전에 이미 여러 언론이 나서 살충제 계란 유통 가능성과 당국의 관리 허술함을 꼬집기도 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 1년 전인 지난해 8월 CBS노컷뉴스는 “국내 산란닭 사육농가들이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그 원인으로 철제 케이지(우리) 안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국내 산락닭의 열악한 사육 환경을 짚었다.

일반적으로 닭은 땅을 파서 몸을 비비거나 발로 모래를 뿌려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와 벌레 등을 제거해왔지만 케이지 안에 갇힌 닭은 스스로 해충을 제거할 방법이 없다. 진드기 피해가 커지자 일부 농가에서는 규정을 어기고 살충제를 닭에 직접 뿌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OECD에서도 이런 상황을 지적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에서 구제역과 조류독감 등 주요 가축질병이 창궐한 주요 원인으로 ‘밀집 사육’을 꼽은 것이다. 이후 정부 주도로 개선 방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사육 면적을 0.05㎡(세로 25cm, 가로 20cm)에서 0.075㎡로 조금 더 넓히겠다는 데 그쳤다. 그나마 기존 농가는 10년을 유예한 상황이었다.

[90초만에설명끝] 영상 바로보기▲
■방어선4. 허술한 ‘친환경 인증 제도’: 사회 각층의 비판이 있기 전, 그러니까 훨씬 이전부터 어쩌면 ‘살충제 계란’은 만들어지기 시작했을 수 있다. 1999년 도입된 ‘친환경 인증 제도’가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7일까지 조사한 농가 중 살충제나 농약 성분이 검출된 곳은 67곳이나 된다. 특히 이중 63곳이 ‘친환경 인증 농가’였다는 사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비자들은 ‘친환경 인증 제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식품 위생과 안전을 위한 이 제도가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된 건 지난 2002년부터다. 4개의 민간기관에 인증 권한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이때 만들어진 민간 인증기관은 올해 94개(설립 기준)까지 불어났다. 현재는 64개 기관이 서로 경쟁하듯 인증을 남발하고 있다. 인증을 많이 낼 수록 기관의 수입도 증가하는 구조 때문이다. 지난 2013년에는 대규모 부실 인증 사태가 드러나 친환경 인증 취소 러시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후로도 해마다 수천건씩 위반 사례가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까지 산라계 농가 전수조사 결과, 살충제 성분이 나온 농가 67곳 중 친환경 농가는 63곳이나 됐다. (영상캡처)


마지막 방어선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동과 관련해 전국 산란계 사육농가 전수조사 결과를 18일 오후 4시 최종 발표한다. 이번 파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보완책도 마련할 계획이다.

당국은 지난 17일 오전 5시까지 검사 완료된 농가 876곳 중 살충제가 기준치 넘게 검출된 32곳(친환경 농가 28개·일반농가 4개)의 계란에 대해 당국은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전량 회수·폐기했다. 그러나 소규모 농가에 대한 집중 검사가 실시된 17일에는 살충제 검출 농가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전국 농가에서 ‘살충제 계란’이 나온 것으로, 국민들은 먹거리 불안감을 쉽게 떨치기 어려워 보인다.

되짚어보면 최소 세 번의 ‘방어선’이 있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 지금의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났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변화가 없다면 제2의 ‘살충제 계란’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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