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김형철의 철학경영]실수·실패·패배를 즐겨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55>역경 이겨내는 회복탄력성

군자도 수많은 실수 저질러

교훈 얻으면 모두 값진 경험

두려움에 도전 멈추지 말고

인생의 모든 순간 즐겨야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미국 하와이의 한 빈민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조사한 연구보고서가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가난은 대물림되고 있었다. 대부분 어렸을 때의 역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마약과 알코올에 중독돼 살아가는 부모 밑에서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좋은 직장을 구할 리가 없다. 결혼생활도 다 파탄 나거나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이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비록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지긋지긋한 가난의 동네를 벗어나 성공하기도 했다. 이 사람들에게 주목해보니 그들이 성공한 이유는 역경을 극복하는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가난에 굴복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긍정 마인드로 가득한 사람들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어려서 비교적 경제적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났다. 아버지는 비즈니스(전축 부품 도소매업)를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그래서 별 어려움 없이 자라났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실패한 것이 인생의 첫 번째 쓴맛이라면 쓴맛이었다. 그러나 그 후 내 인생은 큰 실패 없이 무난하게 지나온 것 같다. 그래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자서전에서 어릴 적의 불우한 시절 때문에 오늘의 영광이 있게 됐다고 말할 때마다 속으로 ‘나도 저런 좀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아봤으면’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을까. 아니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가.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어떤 사람일까. 실수를 하는 사람일까. 안 하는 사람일까. 당연히 실수를 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왜. 실수를 안 한다면 군자는커녕 사람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좀 특이한 점은 첫째, 실수를 하되 누구보다 자신의 실수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둘째, 다른 사람이 지적하기 전에 스스로 그 실수를 고치고 셋째, 다시는 그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거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는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당연히 고쳐야 하고 또 고칠 수 있다. 실패는 어떤 프로젝트의 결과에 대한 성적표다. 실수는 과정이고 실패는 결과다. 실수가 터무니없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실패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거다. 실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실패한다고 다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실패를 거듭하다가도 결국에 가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면 언제 패배하는 걸까. 자기 스스로 포기할 때, 그때 바로 패배하는 거다. 그래서 패배는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일어나는 거다. 그렇다면 패배하면 다 끝난 건가. 인생은 성적표가 아니다. 인생은 긴 과정이다. 그래서 순간순간을 즐겨야 하는 거다. 실수도, 실패도, 패배도 즐겨라. 인내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것이 회복 탄력성이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 생이지지(生而知之)다. 태어나면서 이미 군자가 된 사람이다. 달라이라마 정도 되지 않을까. 둘째, 학이지지(學而知之)다.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는 군자의 길이다. 북스마트다. 셋째, 곤이지지(困而知之)다. 많은 인생경험을 쌓고 터득한 교훈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스트리트 스마트다. 공자는 이 세 가지 길에서 생이지지가 최고라고 한다. 그다음이 학이지지·곤이지지 순이다. 공자 스스로 자신은 생이지지가 아니라고 했다. 아마도 북스마트이지 않았을까. 그런데 공자에 따르면 어느 길을 걸었든지 간에 군자가 되고 나면 다 똑같다고 한다. 아 이 얼마나 오묘한 말씀인가. 되고 나면 다 같단다.

실패해야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패배해야 승리하는 것도 아니다. 실패해도 성공할 수 있고 패배해도 승리할 수 있다. 다 회복할 수 있단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 실패를 겁내지 말라. 패배에 좌절하지 말라.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