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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인터넷 소비할수록 저임금 확산…한국도 ‘아마존 쇼크’

4년 만에 인터넷쇼핑 비중 9%→14% 증가

소매 가격 경쟁 치열, 물가 누르는 효과

실질임금 낮춰 저임금 일자리 증가 부작용





한국경제에서 무한 가격 경쟁 체제인 ‘인터넷 소비’ 팽창으로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되는 ‘아마존 효과(Amazon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형 아마존 쇼크(Shock)로 우리 경제의 최하위에 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저임금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개인들이 인터넷쇼핑(모바일·홈쇼핑 포함)에 쓴 금액은 5조4,955억원을 기록해 2009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신용카드 이용액 가운데 월 평균 2조원을 기록했던 인터넷쇼핑액은 2014년 이후 매년 1조원 늘어 올해 5조원을 넘어섰다. 개인들이 신용카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도 일반음식점이었지만 2015년 10월 이후 완전히 역전돼 인터넷쇼핑이 압도적인 소비처로 자리 잡았다. 2012년 개인 신용카드 매출액의 9.3%에 불과했던 인터넷쇼핑의 비중이 올해 14%까지 뛰었다.

인터넷쇼핑업체들의 매출액은 무섭게 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픈마켓(11번가·G마켓·옥션·인터파크)과 소셜커머스(쿠팡·티몬·위메프) 등 온라인유통업체들의 매출증가율은 2014년 17.7%, 2015년 16%, 지난해 18.1%를 기록했다. 매출이 줄거나 제자리걸음인 대형마트, 백화점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중이다.

문제는 증가한 인터넷쇼핑으로 우리 경제에도 ‘아마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존 효과는 인터넷 쇼핑 공룡 아마존이 소매업을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실시간으로 상품비교가 가능한 인터넷 공간에서 업체들은 강도 높은 가격경쟁에 노출돼 상품의 가격이 하락압력을 받는다. 결국 마진율이 낮아진 기업들은 임금을 낮추거나 줄이고 시장에서 퇴출된 노동자는 다시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현상이다. 경제 전체적으로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뛰는 것을 막아 ‘무한경쟁-상품가격 하락-저임금 노동 양성-실질임금 정체-물가정체’의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





일각에서는 실업률이 줄어들면 물가가 오른다는 ‘필립스곡선’이 먹히지 않는 범인으로 아마존 효과를 꼽기도 한다. 아마존 같은 혁신 기업이 경제의 성장을 이끌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성장으로 아마존의 직원은 돈을 많이 벌고 시장에서 퇴출된 노동자는 저임금을 받는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미국경제연구소(NBER) 연구진이 미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이 양극화를 보이는 이유로 아마존 효과를 꼽기도 했다.

우리 경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쇼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상품가격지수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이는 생산자인 기업들이 상품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는 얘기다. 지난해의 경우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하락하며 전 세계적으로 상품가격이 낮아진 영향도 있다. 하지만 상품가격지수는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기준선인 100(2010년)을 밑돌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인터넷쇼핑이 팽창하는 시기에 우리나라의 실질임금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2012년 경제(GDP) 성장률(2.3%) 웃돌았던 실질임금 상승률(3.1%)은 2013년 이후 하락했다. 2013~2015년까지 실질임금은 성장률을 밑돌았고 지난해(2.8%) 와서야 성장률과 같아졌다.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율 역시 2012년 6.1%에서 지난해 0.6%로 급락했다. 경제의 근본적인 물가상승의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인플레이션(식료품·에너지 가격 제외)도 물가안정목표치(2%)를 밑도는 1%대에 머물고 있다. ‘실질임금 감소 -인터넷쇼핑 증가 - 상품가격 하락-저임금 고착 -물가 정체’의 아마존 효과를 보이는 상황이다.



더 큰 우려는 우리 경제에 아마존 효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점이다. 한국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버는 혁신기업은 내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아마존이 아닌 수출로 수익을 내는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다. 양질의 일자리는 수출 대기업에서 생기는 구조다. 반면 퇴근 11번가 같은 오픈마켓과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가 경쟁이 심화되며 아마존같은 글로벌 기업이 되기는커녕 영업이익률만 하락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 여파는 경제에서 비중이 큰 자영업자와 영세 소매업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가격 경쟁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료품에서 전자기기, 심지어 펜션까지 음식·숙박 등 자영업자들이 모바일과 인터넷 가격경쟁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며 “상품가격이 정체되면 임금을 높일 수 없고, (한국에서) 비정규직 등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무한 경제 속에서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혁신기업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일부 대기업을 빼면 한국 산업 전체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기업 경쟁력과 생산성 둔화를 극복할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경우·빈난새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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