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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천만 영화 '택시운전사'] 타인의 시선으로 광주 참상 전해 감동..'송강호 장르' 연기도 통했다

獨 기자·서울 택시 기사 통해

아픈 현대사 바라봐 더 공감

소시민·심경 변화 장면 등

송강호식 연기 호평 잇달아

20대서 50대 관객까지 발길

영화 ‘택시운전사’가 20일 오전 누적관객수 1천6만8천708명을 집계, 역대 한국영화로는 15번째 천만영화에 기록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영화관./권욱기자.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올해 개봉작 중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2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이날 오전까지 누적관객 1,006만8,708명을 기록했다. 이로써 ‘택시운전사’는 한국영화로는 열 다섯 번째, 외화까지 합치면 열 아홉 번째로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주연 송강호는 ‘괴물’과 ‘변호인’에 이어 세 번째 천만 영화라는 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개봉 12일 만에 천만을 동원한 국내 최고의 흥행작인 ‘명량’(1,761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속도인 개봉 19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한 ‘택시운전사’의 인기 비결을 분석해 봤다.





◇타인의 시선, 묵직한 메시지와 감동 배가=‘꽃잎’(1996), ‘박하사탕’(2000), ‘화려한 휴가’(2007) 등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뤘던 작품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선이었다면, ‘택시운전사’는 타인, 제 3자의 시선으로 당시의 참상을 마주하게 한다. 광주 민주화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와 그를 서울에서 광주까지 태우고 간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의 시선이 곧 관객의 시선과 겹쳐진다. 또한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세상에 알릴 수 있도록 그가 무사히 광주를 빠져나가게 도와준 시민과 군인은 우리의 양심이었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모르던 10대부터 이미 알고 있던 30대 이상의 관객들 모두 관찰자의 입장이 돼 당시 상황을 바라보도록 영화가 연출됐다”며 “이 덕에 관객들은 광주민주화 운동을 어떤 선입견도 없이 바라보고 이에 대해 마음 아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대의 얼굴, ‘송강호 장르’=송강호가 연기한 만섭은 하루하루 열심히 벌어 가족을 챙기고,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이 진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1980년대 평범한 시민이다. 그러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만섭 연기는 배우 송강호가 아니라면 절대 영화 속에서 구현될 수도, 관객을 끌어들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돈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와 단골정비소 구석에서 먹는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뒷모습부터 보여주는데, 그 구부정한 등과 뒷모습으로 가장의 무거운 책임감을 그대로 드러내 “송강호는 등도 연기를 한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또 힌츠페터를 두고 서울로 향하다 순천에서 국수를 허겁지겁 먹는 장면, 심경 변화를 일으켜 택시를 유턴하는 장면, 광주의 참상을 보며 혼잣말하는 장면 등 대본의 행간이 송강호의 연기에 의해 채워졌고 빛났다.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은 “송강호를 통해 본인의 한계를 스스로 넘는 배우의 순간을 매번 목격할 수 있었다”면서 “시나리오에 있는 것 그 이상을 매번 해내는 배우였고 처음으로 내 작품을 감독이 아닌 관객이 돼 봤다”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송강호는 ‘변호인’을 찍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만큼 이번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그는 “처음에 캐스팅을 고사했는데도 가슴에 계속 여운이 남았다. 아마도 그건 사람의 양심이었던 것 같다. 너무 아픈 현대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감이 심했다”고 말했다.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극장행=좀처럼 극장을 찾지 않던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대부분의 연령대가 ‘택시운전사’를 찾고 있다. 천만 영화의 조건인 다양한 연령대로부터의 지지가 ‘택시운전사’에서도 나타났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택시운전사’ 관람객 연령대별 분포(지난 2~15일)는 10대 이하 3.6%, 20대 31.4%, 30대 24.8%, 40대 28.2%, 50대 이상 12.0% 등으로, 특히 20대와 50대 이상의 비중이 같은 기간 CGV 전체 평균치(20대 30.5%, 50대 이상 10.6%)보다 높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천만 영화는 전 연령대에 지지를 받아야 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가족 전체가 볼 수 있는 영화가 천만 영화일 가능성이 높은데, ‘택시운전사’의 경우 가슴 아픈 현대사를 감동적으로 풀어내 가족 영화가 아님에도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이라고 전했다.





◇“가슴 아픈 현대사 알게 돼”, “송강호 연기 일품”=‘택시운전사’는 개봉하자마자 네이버 영화 평점 사이트 등에서 네티즌과 관객 평점 9점대를 받는 등 입소문을 타며 흥행에 속도가 붙었다. “그날의 광주에 택시운전사와 함께 다녀온 듯 먹먹하다”, “영화 보고 잘 울지 않는데 이 영화는 눈물을 쥐어 짜는 영화도 아닌데 눈물 참느라 진짜 힘들었다”, “그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과 감동과 웃음의 적절한 드라마”, “왜 송강호가 최고 배우인지 알겠다” 등 호평이 쏟아졌다. 이는 영화 ‘군함도’가 개봉 당일부터 1점대의 ‘평점 테러’를 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 ‘택시운전사’ 역시 1,900개의 스크린을 배정받았지만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난이 ‘군함도’로 쏠리면서 이같은 비난에서도 비껴가게 됐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천만 영화라면 받는 비난인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군함도’가 지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택시운전사’는 이를 피해간 측면이 있다”며 “‘군함도’와 달리 네티즌 및 관객 평가도 고르게 9점 이상을 받아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쇼박스(086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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