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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개념을 바꾸자] 화석처럼 굳어진 노인 기준...법적 근거도 없이 30년 넘게 통용

<상>급증하는 65세 이상 노인...바뀌지 않는 연령

의학 발달·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재정립 필요하지만

정부선 "사회적 논의부터 하자" 말만 수년째 되풀이

연령 상향 위해선 일자리·소득보장인프라 등 갖춰야





국제노년학회는 지난 1951년 노인(老人)을 환경 변화에 적절히 적응하는 데 결함이 있는 사람, 생물학적 기관이나 조직 기능상 감퇴 시기에 있는 사람 등으로 정의했다. 사회복지학에서는 주로 이 개념을 원용해 노인을 복지 대상자로 삼는다. 정부도 같은 맥락에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과연 몇 세부터가 노인인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노인의 연령 기준을 적정하게 책정하지 않으면 복지 사각지대 발생, 과잉복지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뿐 아니라 고용서비스 대상자가 돼야 할 이들이 사회서비스 대상자가 되는 미스매칭(mismatching)도 발생할 수 있다.



현행 우리나라 법체계는 노인을 몇 세 이상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개별 법마다 정책 대상 연령을 적시하고 있을 뿐이다. 노인복지법은 경로우대 대상자를 6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고령자는 55세 이상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은 주택연금 가입 조건을 6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노인복지법을 근거로 노인 나이가 65세 이상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어떤 법령도 노인의 나이를 몇 세 이상이라고 정하고 있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노인연령 기준은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후 30년 이상 65세 이상으로 통용되고 있다. 노인정책의 뼈대가 되는 법은 노인복지법인데 거기서 65세 이외의 다른 연령은 찾아볼 수 없어서다. 또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상당수 노인 대상 제도의 연령 기준이 65세 이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연령 조정과 관련한 사회 담론도 65세를 기준으로 형성돼 있다.

먼저 노인연령 기준을 올려야 한다는 측에서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65세 이상도 충분히 건강하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올해를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 상황에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도 말한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17.5명인 노인 부양비는 오는 2065년 88.6명으로 늘어난다. 대표적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가 오히려 먼저 나서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을 공론화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노후소득 보장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게 되면 가뜩이나 심각한 노인빈곤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맞선다. 노인연령 기준을 높이면 상당수 국민이 각종 복지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례로 기초연금 수령 나이가 높아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노인단체는 노인연령 상향 조정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까지 비판한다. ‘선(先) 노후 인프라 구축, 후(後) 노인연령 상향 논의’가 이들의 주장이다.

정부는 연령 기준 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실상 제대로 된 논의의 장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앞서 2012년 노인 기준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75세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자 노인연령과 연계해 복지혜택을 축소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후 정부는 사회적 논의를 하자는 말만 수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복지부는 2015년 12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노인 기준연령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자고 했다. 기재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노인연령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 본격화’라는 문구를 넣었다. 고용노동부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노인연령 기준 상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만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노인연령 조정이 쉽지 않은 문제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한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일자리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일본처럼 노인이 일할 기회가 많다면 연령 기준을 높인다고 해서 노인이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노인연령만 상향 조정하면 연금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노인들은 생활 자체가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도 “우리나라 퇴직연령이 보통 55세쯤 되는데 연령 기준을 올리려면 노인이 일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그때부터는 노인연령을 올려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노인연령을 70세로 올리면 국민연금이 나오기까지 15년 동안 아무 수입 없이 살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정부는 현재 노인연령과 관련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논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순히 복지 부담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노인연령 문제에 접근하면 논의 자체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노인연령 조정 관련 사회적 합의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논의할 수 있는 안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근로자의 정년, 연금 수급 시기, 복지 수혜조건 등과 맞물려 있는 노인연령 기준을 딱 잘라 몇 세 이상으로 정해 획일적으로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임지훈기자 이두형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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