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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후보에 김명수 지명] 기수파괴·非대법관 출신 파격…'제왕적 대법원장' 체제 허물까

우리법·인권법 연구회장 역임

민사 인권전문 진보법관 정평

전국 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

소장법관 개혁행보 힘 실릴 듯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이 21일 춘천지법 재판정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춘천=연합뉴스




김명수(58·사법연수원15기) 춘천지법원장의 대법원장 후보 지명은 여러모로 파격이다. 그는 현 양승태 대법원장(69·연수원 2기)에 비해 기수로는 13기, 나이로는 열한 살 아래다. 13기인 최완주 서울고법원장과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상당수 법원장보다도 기수가 낮다.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과 3·4대 조진만 대법원장(1961~1968년 재임)을 제외하면 48년 만에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대법원장이기도 하다. 김 후보자를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김 후보자는 부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민사조장과 민사실무제요 발간위원을 역임하며 민사 재판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인권법 연구와 시민의 권리 신장을 중시한 판결로도 주목받았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군무원이 동료 여직원에 음란 동영상을 보여준 사건에서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더라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군대 내 여권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 2011년에는 이른바 ‘오송회 사건’ 피해자와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가 위자료로 15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1982년 전북 군산제일고 전·현직 교사 9명을 경찰이 이적단체 조직과 간첩행위로 구속한 오송회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 용공조작 사례로 꼽힌다.

무엇보다도 김 후보자는 전국 진보 법관의 좌장격으로 통한다. 1988년 2차 사법파동으로 탄생한 진보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내며 일찌감치 진보 법관의 대표주자로 명성을 쌓았다. 그는 이어 2011년 설립된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전국 판사 2,900여명 가운데 480여명이 가입해 법원에서 가장 큰 법관 학술단체인 인권법연구회는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엘리트 법관들이 모인 ‘민사판례연구회’와 대척점을 이룬다는 분석도 많다. 민사판례연구회는 이용훈 전 대법원장과 양 대법원장 등 대법관·헌법재판관을 다수 배출하며 견고한 영향력을 자랑해왔다.



법조계는 이 같은 이력의 김 후보자를 사법부 수장으로 지명한 문 대통령의 결정을 주목한다. 인권법연구회 소속 법관을 중심으로 사법개혁 요구가 거센데 개혁의 구심점이라 할 김 후보자를 대법원장에 지명해서다. 현재 개혁 성향 법관들이 참여한 전국 법관대표회의는 일반 판사들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쏠린 사법행정 권한을 나눠 가지도록 법관대표회의 상설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 고법 판사는 “진보 성향 대법관과 진보 성향 대법원장은 무게감의 차원이 다르다”며 “대법원장 이·취임기에 주춤하는가 했던 소장 법관들의 행보가 다시 큰 추진력을 얻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양 대법원장 체제에서 보수로 쏠렸던 법원 판결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도 관심사다. 김 후보자는 2015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부당하다며 노조 지위 유지 판결을 내리는 등 진보 성향 판결을 다수 내렸다. 당장 대법원은 통상임금 소송의 혼란을 정리하고 판단의 기준을 세워줘야 하는 과제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국정농단 재판도 1~2년 뒤면 대법원에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벌 문제처럼 한국 사회를 갈라놓는 다양하고 민감한 이슈들이 김 후보자와 사법부 앞에 산적해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9월 ‘법원을 향한 열린 지성, 캠퍼스 100인 토론회’에서 법원 역할에 대해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고 독립해 판단해야 할 것이고, 그 내용도 현재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우리 사회의 미래를 내다보는 현명한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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