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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드]'싸움' 더 잦아진 엘리엇...액티브펀드 위기 탓?

호주 BHP 美 셰일자산 처분

버핏 '온코' 인수 행보 무산 등

싱어, 공격적 경영개입 심해져

자금유출로 2분기 수익 0.4%

"저조한 수익률 만회 포석" 지적





호주 광산업체인 BHP는 22일 미국 셰일 부문이 회사 경영에서 중요하지 않다며 그동안 매입했던 관련 자산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BHP가 내다 팔기로 한 자산은 미국 내 주요 셰일 생산지인 이글포드 등지의 총 83만8,000에이커(약 3,400㎢)에 달하는 부지다.

지난 2011년부터 미 셰일 업계에 발을 들인 BHP가 2014년 이후 유가 하락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도 움켜쥐고 있던 미국 셰일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배후에는 5%의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거센 압박이 있었다. 4월 BHP 지분을 취득한 엘리엇은 지난 수개월 동안 BHP에 핵심 분야인 원자재 사업에 집중하라며 미 셰일 투자를 포함한 석유사업 전체를 재검토할 것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BHP의 이날 결정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권에 간섭하며 번번이 ‘항복 선언’을 받아낸 ‘행동주의 투자자’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이 올 들어 거둔 또 하나의 승리로 남게 됐다.

투자수익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싱어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간섭 행보는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분주해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싱어 회장은 지난 18개월간 한 번도 주요 외신 헤드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할 정도다. 지난달 세계 최대 페인트 업체인 악조노벨의 톤 뷔흐너 최고경영자(CEO)의 사임은 동종업계 경쟁사인 미국 PPG와의 합병에 반기를 들었던 뷔흐너 CEO에 대해 엘리엇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에는 미국 반도체 회사 NXP에 퀄컴의 인수합병(M&A) 제안가 470억달러가 평가절하됐다며 더 높은 인수안을 요구하거나 합병안을 거절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미국 최대 송전사 온코 인수에 실패한 것도 온코의 모회사 에너지퓨처홀딩스의 최대 채권자인 엘리엇이 온코에 대한 버크셔의 인수 제안가에 불만을 표하며 급기야 인수전에 직접 뛰어들어 경쟁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온코는 결국 버크셔나 엘리엇이 아닌 ‘제3의 기업’에 넘어갔지만 체면을 제대로 구긴 버크셔와 달리 엘리엇은 온코를 당초 예상가보다 높은 94억5,000만달러에 팔아 ‘수익 극대화’라는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엘리엇의 공격적 행보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엘리엇은 ‘요주의’ 행동주의 펀드로 일찌감치 경계 대상에 올랐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엘리엇의 경영 간섭을 받는 회사들에 △언제나 투자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경영개선 제안은 회사를 위한 안이 아니라 투자수익에만 집중한 안임을 알릴 것 등 ‘행동주의 펀드에 대응하는 방법’까지 제시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수익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싱어 회장의 경영권 간섭이 “지나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의 잇단 행보는 특정 기업에 관한 이슈를 만들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아 주가를 띄운 후 최적의 시점에 투자수익을 실현하려는 무차별 공격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액티브펀드가 자금유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엘리엇이 공격적 경영개입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싱어 회장은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인덱스에 맞춰 다양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투자가 아니다”라며 “패시브펀드 투자는 게걸스러운 자본주의의 위험에 올라타는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상반기 동안 액티브펀드에서 패시브펀드로 옮겨간 자본이 5,000억달러에 달했으며 엘리엇의 2·4분기 투자수익도 0.4%에 그쳤다며 싱어 회장의 이 같은 경고가 “패시브 펀드의 위협에 대항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두드러지는 싱어 회장의 공격적 행보 역시 패시브 펀드의 도전으로부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의 ‘의도된 활동’이라는 것이 블룸버그의 평가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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