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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개념을 바꾸자]나이롱환자 넘치는 요양병원...의사 없는 요양원

기능 미스매치...만족도도 떨어져

수요자에게 선택 맡기는 것도 문제

역할 재정립해 재원 활용도 높여야





정부는 노인들을 위해 노인요양병원과 노인요양원을 마련해뒀다. 그러나 두 곳의 기능이 혼선을 빚으면서 만족도는 떨어지고 재원은 줄줄이 새 기능 재정립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노인요양병원은 의사가 진료하고 건강보험법이 적용된다. 노인 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위한 곳이다. 반면 노인요양원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한 곳으로 의사가 없다. 노인복지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적용된다.

그런데 지난해 1,467개 요양병원의 입원환자 약 54만4,000명 가운데 11%(5만8,500여명)는 혼자 거동할 수 있어 외래진료를 받아도 되는 신체기능저하군 환자로 집계됐다.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7개 등급 환자 가운데 의료 필요도가 가장 낮다. 입원할 필요가 없지만 이런 입원환자는 2014년보다 35% 늘었고 이들에게 쓴 진료비는 2,088억원에서 3,491억원으로 67% 증가했다. 신체기능저하군 환자의 비율이 90%를 넘는 요양병원도 14곳이나 됐다. 5곳은 아예 이런 환자만 입원시켰다. 특히 신체기능저하군 환자 가운데 28.5%(1만7,000여명)는 6개월 이상 요양병원에서 지낸 ‘사회적 입원환자’다. 자녀가 경제활동이나 응급상황 발생 등을 우려해 요양병원에 모신 경우가 많다.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절반가량이 입원 필요도가 낮은 환자라는 분석도 있다. 집에서 지내며 병·의원 외래진료나 방문요양 서비스,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거나 노인요양원에 입소하는 것이 합당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반해 요양원 입소자의 30%가량은 의료적 필요도가 높은 노인들이다. 장기요양등급(1~5등급) 판정이 신체·가사활동 능력 등 수발 필요도에 따라 이뤄진 결과다. 이런 미스매치는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제도와 재원은 물론 정책·실무를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주관부서가 제각각인 것도 원인이다. 요양병원과 요양원 중 어느 곳에서 지낼지를 선택하는 게 수요자들에게만 맡겨져 있는 것도 문제다. 남용을 막을 장치는 장기요양등급 정도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요양병원과 돌봄 중심으로 운영하는 요양원의 역할을 시급히 정립하고 반드시 치료를 필요로 하는 분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도경 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험연구센터장은 “노인 등 수요자 입장에서 의료·요양 등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한 치매지원센터를 노인통합케어센터로 확대해 필요한 서비스를 권고·연계해주고 이에 따를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혁 대한노인병학회 요양병원협력정책이사는 “노인요양병원과 노인요양원의 기능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효율은 떨어지고 이용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요양병원 입원, 요양원 입소 기준을 중증도에 따라 차등화하고 엄격한 평가 시스템을 가동해 부적절한 입원·입소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요양병원 본인 부담에 대해서는 일정 입원기간만 상한제에 적용하는 한편 입원할 필요가 없는 사람을 입원시킨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재정에서 지급하는 급여를 깎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연간 121만~509만원을 넘는 본인 부담을 건강보험에서 지원(본인부담상한제)해주기 때문에 간병인을 따로 쓰지 않는다면 저렴하게 장기간 이용할 수 있다. 거의 공짜로 지낼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집보다 편한 공간일 수 있다. 장기입원자 가운데는 거의 공짜로 지낼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도 많다.

반면 요양원 입소 노인의 경우 장기요양보험에는 본인부담상한제가 없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왔다. 치매로 장기요양 2등급 판정을 받고 요양원 치매전담시설에서 지낼 경우 연간 500만원가량의 입소비를 내지만 한 푼도 환급받지 못한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년에 300만원 가까이 내는 식재료비·이미용비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보험이 적용돼 환급 대상에 포함되는 요양병원 식대와는 딴판이다. 다만 요양원 입소비에는 간병 서비스가 포함돼 있지만 요양병원은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면 개인 부담으로 간병인을 써야 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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