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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초끝] 인간은 지금도 퇴화중? '혹성탈출' 속 진화 이야기

영화 '혹성탈출'로 바라보는 현실 이야기

수화가 가능한 인간 닮은 유인원 등장

인간은 진화가 아니라 오히려 퇴화 중?

'디지털 치매'는 실재할까, 착각일까





인간과 유인원 사이의 갈등을 다룬 영화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개봉 1주일 만인 23일 현재 누적 관객 수 167만 명을 넘어서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는 1963년 프랑스 작가 피에르 불의 SF 소설이 원작이다. 1968년 처음 영화로 제작된 뒤 리메이크, 리부트를 거치며 현재까지 총 9편 작품이 탄생한 고전 SF 시리즈다. 가족과 동족을 지키기 위해 전투에 나서는 인간적인 유인원 스토리는 원작 출간 50년이 지난 지금도 신선한 충격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인간의 퇴화, 유인원의 진화’라는 독특한 설정이 마냥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면?

■ 인간과 닮은 유인원들의 등장

지난 8일, 특별한 오랑우탄 한 마리가 3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찬텍(chantek)이라 불렸던 이 유인원은 1977년 애틀랜타 여키스국립영장류센터에서 ‘실험동물’로 태어나 인류학자 린 마일스와 함께 인간처럼 자라왔다. 찬텍은 거울을 통해 모자를 쓰고 자신을 관찰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하고 방 청소를 하는 등 인간을 무척 닮은 최초의 유인원이다.

그가 8년 넘게 인간과 생활하면서 얻은 것은 다름 아닌 ‘수화’ 였다. 그는 150여 가지 단어를 능숙하게 수화로 표현할 줄 알았다. 1997년 동물원에 갇혔을 때 마일스가 찾아가면 찬텍은 수화로 “엄마, 마음이 아파. 차를 가져와, 집에 가자”라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화가처럼 그림을 능숙하게 그리는 침팬지 화가 피에르 브라소(Pierre Brassau)나, 직립 보행하거나 인간처럼 성대를 조절해 노래를 부르는 꼬리 없는 원숭이 ‘기번(Gibbon)’ 등 인간과 유사해지는 유인원 이야기는 흥미로운 소재로 뉴스에서 소개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간의 ‘수화’를 배운 오랑우탄 ‘찬텍’


[90초만에설명끝] 영상 바로보기▲


■ 인간은 진화하는 게 아니라 퇴화 중?

반면 인간이 점차 퇴화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진화 전문가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마르타 라르 박사는 과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시절부터 현 인류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크로마뇽인)까지 인간의 두뇌 용량이 450㎖에서 1,500㎖로 줄곧 커져 왔지만, 오늘날 인간은 1,350㎖ 정도로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인류 전반적인 지능지수(IQ)도 하락세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의 심리학자 토마스 티즈데일 박사에 따르면 1990년도까지 증가하던 IQ가 1990년대 후반 정점을 찍고 지금은 10년 주기로 0.38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추세다. “BC 1,000년 경의 평균적인 그리스인이 오늘날 태어난다면 그는 매우 똑똑한 사람 축에 들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등장했다.

■ ‘디지털 치매’는 현재진행형?



2014년 중국 북경신보가 조사한 결과 중국인 젊은층의 94%는 펜을 가지고서는 글자를 제대로 쓸 수 없다고 대답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음을 입력하면 튀어나온 한자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 오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북극에 사는 이누이트족은 스마트 기기와 GPS에 점차 의존하면서 눈밭에서 길을 능숙하게 찾던 그들만의 능력이 사라졌다고 한다.

전화번호나 노래 가사, 집 비밀번호 등을 기억해내지 못해 ‘디지털 치매’라는 단어가 사회 현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IT 저술가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인터넷에 기억장치를 아웃소싱하면서 뇌가 기능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술의 발달은 의외의 위험을 야기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가 발달할수록 운전자의 능력이 퇴화해 긴급 상황에서 대처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실제로도 인간 뇌의 오작동이 늘어나 각종 뇌 질환이 증가 추세라고 한다. 전세계 치매환자는 현재 약 5,000만 명 수준에서 2030년 7,470만 명, 2050년에는 1억 3,150만 명으로 늘 것으로 예측된다.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루게릭병 같이 이전에는 없던 낯선 질병도 더해졌다.

<유리감옥>·<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등 IT 관련 저술가 니콜라스 카


영화 ‘혹성탈출’ 속에서 유인원과 교감하는 퇴화한 인간 ‘노바’




■ 다가올 미래는 ‘혹성’일까, ‘신세계’일까


유인원이 인간과 자꾸만 닮아가고 인간도 본래 기능들이 점차 퇴화한다면 영화 ‘혹성탈출’ 속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겠다. 다만 과학자들은 유인원이 인간처럼 진화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말한다.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적 차이가 고작 1.2% 정도에 불과한데 그 차이도 무려 700만 년에 걸쳐 생겼다. 인간을 따라 하는 유인원은 얼마든지 더 나오겠지만 종 자체가 진화하려면 적어도 그만큼의 역사는 더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인간의 뇌가 과거보다 덜 쓰여지고 있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는 주장도 많다. 뇌과학전문가 정재승 박사는 최근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상은 녹록치 않아서 머리를 안 쓰고 퇴화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 치매’라는 현상도 일종의 착각일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덜 중요해진 일들은 기계에 위임하고 인간은 더 창조적인 일에 몰입하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기억력과 암기력을 요구하던 과거에서 방대한 정보를 편집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창의력’을 발휘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 ‘혹성’ 보다는 ‘신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인간은 믿고 싶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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