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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쫓겨난 IS, 정정 불안 북아프리카서 복수의 칼 간다

[Global Why] 북아프리카로 본거지 옮기는 IS

재정 열악·치안 불안 지역서 세규합·전열 재정비

"인접 이베리아반도에 칼리프 수립 혈안" 경고도

유럽으로 간 난민과 IS 결탁 늘땐 테러 확대 우려





지난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를 덮친 연쇄 테러는 이슬람국가(IS) 세력의 거듭되는 테러를 겪어온 유럽 사회에 새로운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2004년 이후 대규모 테러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스페인이 새로운 타깃이 된데다 이전에 유럽 각국에서 벌어진 ‘외로운 늑대’의 공격과 다른 보다 조직적이고 위험한 공격이라는 점까지, 스페인 참사는 IS 테러가 여러모로 이전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주목된 것은 스페인 테러에 가담한 12명 중 6명이 모로코 출신이었다는 점이다. 뒤이어 18일 핀란드 투르쿠에서 나타난 흉기 테러범도 모로코 국적의 난민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테러 용의자들 가운데 시리아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IS 전사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집중 조사 중이지만 그와 동시에 유럽 내 테러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특징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바로 북아프리카와의 연결 고리다.

중동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의 위세가 급격히 쇠퇴하면서 북아프리카가 IS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동에서 이라크 정부군과 미국을 중심으로 결성된 국제동맹군과의 전투에 패해 근거지를 잃은 IS가 세력을 다시 규합하고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북아프리카로 방향을 튼 것이다. 특히 지난달 IS가 이라크 모술에서 내몰린 데 이어 IS의 상징적 수도로 불렸던 시리아 락까에서도 패색이 짙어지자 IS가 또 다른 이슬람 집결지인 북아프리카로 빠르게 근거지를 옮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랍의 봄’으로 리비아의 악명높던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이 무너진 틈을 타 리비아에 처음 등장했던 IS는 2014년 6월 이라크 모술을 기습 점령하며 칼리프(이슬람 초기의 신정일치 체제) 국가를 수립하고 중동지역에서 무서운 속도로 세력을 키웠지만 지난해 리비아 내 거점지 시르테에서 쫓겨난 것을 시작으로 활동이 위축돼 지난달 이라크 정부가 3년 만에 모술을 탈환하며 급격히 세가 꺾였다. 하지만 중동에서 밀려난 IS 전사들 중 상당수는 북아프리카 등지로 흩어져 설욕의 칼을 갈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리비아가 반군 간 싸움으로 장기적인 무정부 상태에 빠지는 등 최근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자 IS가 그 틈을 타 북아프리카에서 터전을 닦으며 반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IS가 북아프리카에서 세력을 규합한 뒤 유럽에 칼리프를 세우려 한다는 경고까지 나와 유럽은 물론 전 세계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IS에 가담하기 위해 중동으로 떠났다가 북아프리카로 복귀한 지하디스트(이슬람원리주의자)들은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칼리프 번영을 위해 전쟁에 뛰어들었다가 모국인 모로코와 튀니지로 복귀한 지하디스트들이 1,000명에 이른다”며 “이들 중 300명은 최근 스페인 테러 용의자 6명의 출신국인 모로코로 귀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극단주의 전문가인 제이컵 젠 등은 ‘IS 2021-북서아프리카의 가능한 미래(Possible Futures in North and West Africa)’ 보고서에서 “IS가 가까운 미래에 리비아·말리·나이지리아 등 정정이 불안한 북서아프리카에서 반란과 테러 운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며 “재정이 열악하고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네갈처럼 기존에는 넘보지 않았던 국가들까지 손을 뻗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3일 리비아 남부 알주프라에서 지하디스트의 공격으로 군인과 민간인 11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 IS는 모바일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가 벌인 참수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 13년간 ‘테러 안전지대’였던 스페인에서 연쇄 차량테러가 발생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테러는 북아프리카로 터전을 옮기고 있는 IS가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럽을 목표물로 삼았으며,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반도에 칼리프를 세우려고 혈안이 됐다고 경고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과거 5세기 동안 이슬람 왕국이 지배했던 이베리아를 ‘알안달루스’로 부르면서 “알안달루스를 칼리프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IS의 본거지가 북아프리카로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난민들의 유럽 유입 관문도 그리스에서 이탈리아·스페인으로 기울고 있다. 지브롤터해협과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스페인으로 들어오는 것은 북아프리카계 난민들이 주로 쓰는 경로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들어 9일까지 지중해를 통해 스페인에 도착한 난민은 8,385명으로 이미 지난해 입국한 난민 수 8,162명을 넘어섰다. 현재 스페인에 거주하는 모로코 출신이 전체 외국인의 16.4%에 달하는 데는 이러한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렇게 북아프리카에서 건너가는 난민 가운데 IS와 연계된 잠재적 테러 세력이 숨어 있거나 유럽으로 간 이민자들 가운데 현지에 적응하지 못하고 IS와 결탁하는 이들이 늘어날 경우 유럽 내 테러 참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이달 스페인과 핀란드 테러뿐 아니라 5월 하순부터 열흘 간격으로 터진 영국 맨체스터·런던 공격의 주범들은 모로코·리비아 출신 이민자들이었다. 지난해 12월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시장을 덮친 테러 용의자 역시 튀니지 출신 난민이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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