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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누가 내 돈을 훔쳤을까] 선진국보다 더 일하고 덜 받고...노동자들 시간 도둑 당한다고?

■이국명·박성훈 지음, 빈티지하우스 펴냄

"흑사병에 인구 급감 중세 유럽, 임금 오르며 경제·상공업 활력

인구감소 걱정하는 진짜 이유는 소비 의존 기업 이해관계" 주장도

방대한 경제·인문학적 근거 바탕 경제 이면의 불편한 진실 파헤쳐





올 상반기 출생아 수가 처음 2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태어난 아이는 18만8,000여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나 급감했다. 인구절벽이 바짝 다가왔다. 2015년까지 우리나라 평균출산율은 1.3명으로 세계 평균 2.5명을 밑돌며 OECD 국가 중 15년째 꼴찌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같은 추세로 현재 5,150만명인 인구는 2100년에 2,468만명으로 줄고 2500년에는 33만명만 남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인구 감소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이가 있다. 총 스트리밍 1,000만 회를 넘긴 경제 전문 팟캐스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을 3년째 제작·진행하고 있는 저자들은 “인구가 줄면 생산이 감소한다는 명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인구절벽에 대한 걱정은 별일 아니며 오히려 즐겨야 할 일”이라고 한다. 사례로 든 14세기의 흑사병은 유럽인구의 최대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 갔지만 그로 인한 생산 인구 감소로 농장 임금이 6배나 뛰어올랐다. 검은 빵과 밀가루죽으로 연명하던 노동자들은 흰 빵과 고기를 먹게 됐고 소비 증가는 경제의 활력을, 나아가 상공업의 발달까지 이끌었다.

‘생산 문제’에 관해 이들은 인구와 관계없이 기계와 로봇,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첨단 인공지능(AI) 덕에 오히려 생산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장담한다. 다만 문제는 현재 수준의 생산물을 누가 살 것인가, 즉 “줄어든 인구가 늘어난 물건을 감당할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라 강조한다.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대량 소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정부 역시 인구가 줄면 세수도 감소하니 기업의 이해관계와 다를 바 없다는 게 저자들이 파헤친 ‘불편한 진실’이다.

책은 소비자로 하여금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게 하는 일’을 불편한 진실을 숨긴 ‘도둑’으로 통칭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도둑’이라 했다. 지난해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 1인당 평균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평균(1,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길었다. 독일과 비교하면 742시간이 많아 약 4개월 더 일하는 셈이었고 시간당 실질임금은 절반 수준이었다. 정당한 정시퇴근도 못하고 휴가도 눈치보며 쓰는 데다, 회사에 출근했는데도 질병이나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못하면서 자리만 지키게 되는 ‘프리젠티즘’까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은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 뿐. 임금 수준을 유지한 채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을 기업이 받아들이기 만무하지만 노동시간 축소가 생산성과 업무집중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결과가 확인됐고 독일 정부는 노동시간을 더 줄일 방침이며 스웨덴도 하루 6시간 노동을 확산시키는 추세다.



정권이 바뀌어도 관심 1순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일자리 문제의 경우 고학력 구직자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임금·복지수준의 괴리에 따른 노동시장 ‘미스매칭’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스매칭은 10년 전, 아니 그 이전부터 문제였고 폴란드 경제학자 미할 칼레츠키는 이미 70년 전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완전고용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무리 매칭을 잘해도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니 책은 차라리 ‘일자리 문제의 ’기본소득제‘를 해법으로 제안한다. 핀란드는 재산규모, 고용 여부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선정한 2,000명에게 월평균 소득의 16%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올 1월부터 2년간 시범실시하기로 했다. 기본 소득이 보장되면 실업수당을 받기 위한 의도적 취업포기도 해소될 것이며 구직자는 적합한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더 오래 버틸 수 있으니 기업체가 구직자에게 마냥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할 수 없어 장기적으로 노동 조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게 책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경제전문가가 아닌 대신 방대한 양의 경제학과 인문·사회학 서적을 근거로 책 곳곳에 인용·해설하고 있어 ‘알쓸신잡’으로 쏠쏠하다. 1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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