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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 美·이스라엘 전차 업그레이드해 쓰는데...신형 고집 韓, 인식 바꿔야

<4> 전차 개량 외면하는 한국군

이스라엘, 美서 M48 공여받아

1968년부터 엔진·포탑 등 교체

M60은 꾸준히 개선 통해 수출도

美 레오파드Ⅱ·獨 M1 전차도

27년 이상 개조해 현재까지 생산

韓 K1 美·獨보다 나중에 개발됐지만

작게 설계돼 개조 어렵고 구식 평가

개량 통한 전력 향상 마인드 갖출때





‘고성능 국산 전차 양산 시작.’ 지난 1978년 4월6일 석간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자유진영 9번째 전차 생산국. 미국 M60 전차와 동일 성능, 자유진영에서 9번째 전차 생산’ 등이 부제목으로 따라붙었다. 기사에는 ‘미국제 M60 전차와 성능은 동일하지만 가격은 60만달러 대 30만달러로 절반 이하’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미국제 M48A1 전차를 각각 A3와 A5 사양으로 개조하면서 정부는 이렇게 의미를 부여했다.

실은 과장이었다. 아무리 개조해도 M48 전차를 사격통제 장치와 방어력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한 M60 전차와 비교한다는 사실 자체가 무리였다. 자유진영 9번째 개량국가도 아니고 생산국가도 아니었다. 이미 1950년대에 고유 모델의 전차를 개발했던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는 아예 계산에도 넣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의미는 있었다. 미국제 전차를 미국의 기술을 받아 개량했으나 국내에서 전차를 뜯고 부품을 재생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개량의 주안점은 엔진과 사격통제 장치 교체. M48A1, M48A2C 전차의 가솔린엔진을 디젤엔진으로 바꿔 항속거리를 늘리고 신형 탄도계산기와 레이저 거리 측정기 등 사격통제 장치와 측풍감지기를 새로 달아 미국제 M48A3와 동일한 전차로 만들었다. 여기에 한국형이라는 뜻에서 M48A3K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전차의 90㎜ 주포를 105㎜로 교체한 모델이 M48A5K. 전자는 퇴역이 진행 중이나 후자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현역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M48 전차 개량을 처음 실시한 나라는 이스라엘. 미국에서 M48A1. M48A2C를 공여받은 뒤 1968년부터 자체적으로 엔진과 주로를 교체해 작은 포탑 형태인 전차장 큐폴라를 없애 시야를 확보했다. 미국도 이를 역수입해 M48A5라는 제식 명칭을 붙였다. 한국 최초의 전차 개조생산은 미국을 경유한 이스라엘 기술의 수입이었던 셈이다.

한국형 개조 전차의 저작권자 격인 이스라엘은 이후에도 독창적인 개조로 각국의 전차 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스라엘은 미국제 M48A1(마카그 1), M48A2C(마카그 2)를 1973년 중동전 발발 이전에 모두 마카그 3형(M48A5)으로 개량했다. 4차 중동전에서 이스라엘의 전황이 불리해지자 미국이 급히 공여한 M60 전차(마카그 5)도 무수한 개량을 거쳤다. 이스라엘은 반응장갑과 증강장갑 부착, 포탈 재설계 등으로 M48, M60 시리즈를 무려 15개 유형으로 개량해 전선에 보냈다. 이스라엘군에는 채택되지 않았으나 M60 전차의 최종 진화형인 사브라 전차(120㎜ 전차포 탑재) 기술을 터키에 수출하는 개가도 올렸다.



이스라엘의 끝없는 전차 개량은 원천기술 제공 국가인 미국은 물론 ‘전차 왕국’ 독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독일은 각각 1979년과 1980년에 나온 레오파드Ⅱ 전차와 M1 전차를 아직도 생산하고 있다. 독일은 7차례, 미국은 4차례 대규모 개량을 한 27년 이상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이들 전차는 여전히 세계 최강 전차로 평가받는다. 1987년 일반에게 공개됐으나 이제는 한 세대가 지난 전차로 평가받는 K1 전차와 대조적이다.

미국이나 독일보다 늦게 나온 K1 전차가 구식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설계를 맡은 미국 크라이슬러사가 애초부터 작게 만들어 확장성이 떨어진다. M1 전차의 7분의6 크기로 설계해 덩치 큰 병사는 차내에서 움직임이 제한된다. 2년 전 MBC 주말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서 전차운전병을 맡았던 탤런트 김수로씨가 운행 도중 온몸에 쥐가 난 것도 공간이 협소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개량에 대한 마인드가 없었던 탓이다.

하지만 한국군 전차부대도 이제는 개량을 통한 전력 유지 및 향상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기술과 생산라인 유지 측면에서도 개량은 불가피하다. 한국이 전차를 처음 생산하던 1978년 전차 보유 대수는 약 850여대. 지금은 2,400대 이상이다. 더 이상 늘릴 계획이 없다면 전차 생산 시설이 놀아야 된다는 얘기다. 유사시를 대비해 라인을 유지하려면 창 정비 수준의 물량으로는 부족하다. 전자 장비와 신형 캐터필러, 보조 발전기, 임무형 통합 컴퓨터, 통신장비 등이 방위산업체의 새로운 사업영역이자 군의 전력을 증강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발달로 주요 부품의 크기가 작아져 이전보다 개량이 쉬워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으로서는 다행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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