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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43회>버라이어티한 16시간 라이딩 TO 만항재

■횡성 태기산-봉평-정선-태백 만항재를 정복(?)하다

겁나지만 스릴 넘치는 첫 임도 체험까지

안녕하세요, 두유바이크 애독자 여러분. 열화와 같은 성화에 힘입어 오늘도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허구헌날 개소리 죄송요(뻔뻔)




바이크는 혼자 타도 좋지만 좋은 사람들과 타면 더더욱 즐겁습니다. 저는 2년 정도 혼자 타다가 심심해질 때쯤 다행히도 업계 모임(?)에서 건져주셔서 즐거운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모임의 위대하신 령도자…아니 회장님은 전국의 좋은 도로&맛집 데이터베이스를 머릿속에 탑재한 분이십니다. 돈을 내고 따라다니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회장님의 바이크 경력이 30년에 육박하다 보니 저는 너무 배울 게 많습니다.

■8월 휴가철 어느날, 양만장에서 태백으로 출발

본론이 길었습니다. 8월 초 어느 주말 회장님과 양만장에서 접선했습니다. 극성수기 휴가를 떠나는 수많은 사륜차들을 지나쳐야 했죠.

자료화면=지난 5월 28일 양만장


그리고 이날 저는 집에서 출발해서 16시간 후에야 귀가하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하…

처음으로 임도도 달렸고, 처음으로 도로 위의 동물 시체도 밟았고(ㅠㅠ), 동물원 밖에서 뱀 구경한 것도 처음. 정말이지 버라이어티한 16시간이었죠.

돌아올 때의 나


다시 양만장의 평화로운 커피타임으로 돌아가, 회장님이 당초 제시한 목적지는 강원도 태백. 워낙 더위가 한창이다보니 회장님이 특별히 시원한 동네로 고르셨다고요.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다른 동네보다 기온이 최소 2, 3도는 낮다는 말씀을 이때만 해도 무심히 흘려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랬던 것입니다!!

회장님 찬양


그런데 실제로 태백에 도착하기 전까지 횡성 태기산, 메밀의 고장 봉평, 아리랑이 유명하다는 정선 등을 거쳤습니다. 이런 코스는 도대체 어떻게 짜는 걸까요? 저는 영원히 모를 것 같습니다. 어쨌든 회장님이 정하신 코스에 이의가 있을 리 없는 저는 양만장에서 회장님과 접선해 졸졸 따라 달렸습니다. 회장님의 바이크는 BMW R1200R지만 제 바이크 W800에 맞춰 슬렁슬렁 앞장서 주십니다.

■태기산에서 극악의 임도(?!)를 달리다

그렇게 달려 우선 태기산 정상. 라이더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와본 건 처음입니다. 정상 표지판이 설치된 지점에는 딱히 별 건 없는데요.

표지판 “이곳은 태기산 정상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회장님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십니다. “임도 한번 타 볼래?” 그리고 위 사진을 찍은 지점 옆으로 난 샛길을 가리키셨죠. 제가 바이크 실력은 별로여도 가오가 있지 어떻게 못하겠다 그럽니까. 애써 쿨하게 고개를 끄덕여봅니다.

다행히 이런 길은 아니었고요,



사뿐히 자갈을 즈려밟고 달려야 하는 흙길에 꽤 높은 턱이 중간중간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W800의 타이어는 가벼운 임도 주행이 가능하게 생긴 깍두기 타이어. 회장님을 따라 출발해봅니다. 역시 게을러빠져서 사진 따윈 안 찍었지만, 다행히 바이크 블랙박스에 저장된 영상이 있답니다.

영상에선 잘 안보이지만(억울) 실제로는 자갈도 많고 턱도 높아서 엄청 집중하고 달렸더랬죠. 한번은 턱을 내려오다가 바이크가 털리고 영혼도 털릴 뻔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넘어지지 않고 임도를 빠져나왔습니다. 저의 첫 임도 체험입니다. 재미있었는데 다음번엔 이왕이면 엔듀로 바이크로 가고 싶어요.

점심식사는 봉평 메밀국수입니다. 막국수와 메밀전병인데 정말 서울과는 맛이 다르더군요. 본업이 라이더일 것 같지만 사실은 사진기자인 회장님이 찍은 사진입니다.







■오늘의 끝판왕, 만항재

이제 정말 목적지인 만항재를 향해 달립니다. 만항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따라가 봅니다. 중간에 비가 오는 바람에 잠시 고민도 했지만 30분쯤 비를 피한 끝에 조금 축축해지더라도 가보기로 합니다. 만항재가 거의 코앞이었거든요.

비를 피하는 회장님


가는 길이었든가 오는 길이었든가, 도로 한가운데 머리를 치켜든 뱀 한 마리를 봤습니다. 선명한 빨강+검정색 조합이 인상적이었는데 독사라더군요. 동물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뱀을 본 게 처음이라 바이크를 타고 얼른 지나쳐 가면서도 소름이 돋았다능…. 함백산 고갯길의 풍경을 구경하면서 달리다가 처음으로, 도로 위의 동물 사체도 밟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길 위에서 죽은 새에게 너무 미안했고, 꼭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길 빌었습니다.

그렇게 좀처럼 하루 만에 겪을 것 같지 않은 에피소드들을 뒤로 하고 드디어 만항재에 올랐습니다. 해발 1,330미터니까 제가 바이크로 가본 중 가장 높은 곳입니다. 이날 퍼스널 레코드 여럿 세웠네요.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만항재의 풍경은…순간 멈칫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월페이퍼로나 보던 빛기둥을 처음 봤거든요.

포샵 아님


포샵 아님...감동...ㅠㅠㅠㅠ


겹겹이 선 산들이 장관이었습니다.

어째 사진마다 색감이 너무 제각각이긴 하지만, 인증샷도 찍어봅니다. 기껏 좋은 풍경 봐 놓고 포즈는 참 맥빠지네요. 왜 그랬지, 나(…). 독자 여러분은 꼭, 틈틈이 멋진 포즈를 연구해 두시길 바랍니다.



만항재에 오른 시각이 오후 5시. 이제 집으로 가서 고양이 밥 줘야 하니까 조금 속도를 내서 달려봅니다. 돌아오는 길도 너무 눈이 즐거웠습니다. 영월에 김삿갓면이란 동네가 참 좋아봬더라구요. 하도 보는 것마다 처음 보고 신기해하니까 나중에는 회장님이 저를 좀 불쌍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집에 도착한 시각은 11시. 한나절을 굶은 고양이 두 마리가 저를 매우 갈구긴 했지만 마음만은 뿌듯했습니다. 뭐랄까, 「나 오늘 좀 지대로 바이크 탄 것 같아…멋진 나…」이런 느낌이랄까요????!!!! 이날의 코스는 대략 이랬습니다. 정선 거의 다 가서 GPS 앱을 켜는 바람에 좀 허접하지만 언제나처럼 그냥 그런가보다 해 줍시다.



이런 맛에 모터사이클을 탑니다. 다시 한번 령도자 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다음 회에서 다시 만나요~(제발)!!!!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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