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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동 검찰청 CSI]강물에 버린 휴대전화 찾아...범행 논의 문자메시지 확보

<4> 필리핀 총기 살인사건

휴대폰 수분 제거후 칩 분리

디지털포렌식센터서 분석

"증거인멸 등 정황 좋지 않다"

재판부 1심 징역 30년 선고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관계자가 침수된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중앙지검




수 시간 째 강 바닥을 찾아 헤매던 끝에 손에 매끄러우면서도 뭉툭한 물체가 잡혔다. 휴대전화였다. 경상남도 밀양강 교각 아래 물속에 잠겨 있던 휴대전화가 3주 만에 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휴대전화의 주인은 지난해 필리핀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을 사탕수수밭에서 권총으로 살해한 뒤 돈을 빼앗고 시신을 유기한 일당 중 한 명인 김모(34)씨다. 그는 국내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가 “사람 하나를 처리하면 1억원을 주겠다”는 지인 박모(38)씨의 제안에 필리핀으로 가 범행을 저질렀다. 피해자들은 국내에서 150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필리핀으로 도피했고 그 곳에서 박씨의 도움으로 생활하게 됐다. 하지만 박씨와 피해자들 간 카지노 투자사업 문제가 커지면서 갈등이 생겼고 박씨는 이들을 살해하고 투자금을 가로채려 했다. 두 사람은 피해자들을 권총으로 위협해 손발을 묶은 뒤 승합차에 태워 10㎞ 떨어진 사탕수수밭에서 살해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시신이 일찍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김씨는 한국으로 들어와 도피생활을 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되기 직전 그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박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휴대전화를 밀양강에 던져 버렸다.

검찰에 송치된 김씨는 범행 일부를 자백했다. 하지만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우리 경찰과 필리핀 현지 경찰이 꾸린 합동검거팀에 붙잡힌 박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사건이 해외에서 일어난 만큼 김씨 자백을 보강할 객관적 증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마침 범행 전후 박씨와 문자 메세지를 주고받은 휴대전화를 입국 직후 밀양강 물속에 버렸다는 김씨 진술에 따라 수중수색팀을 동원해 해당 지점 반경 40m 이내의 밀양강 바닥을 전방위로 수색한 끝에 휴대전화를 건져냈다.

물속에서 건져낸 휴대전화는 곧바로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식센터로 옮겨졌다. 3주간 물속에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도착한 휴대전화를 본 분석관들은 앞이 깜깜했다. 침수로 손상된 디지털기기는 공기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잠겼던 물에 그대로 잠긴 채 밀봉해 운송해야 한다. 하지만 밀양강에서 건져 올린 휴대전화는 일반 지퍼백에 넣은 채로 운송됐다. 이미 공기 중에 노출돼 부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분석관들은 휴대전화를 분리한 뒤 증류수로 닦아내고 하루 정도 자연건조 시킨 뒤 특수용기에 넣어 미세한 수분까지 모두 제거했다. 이후 주요 메모리 칩을 분리하는 칩오프 (Chip Off) 단계를 거친 뒤 리더기에 꽂아 원본 그대로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데이터를 추출했다. 다행히 메모리까지 부식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만 하루에 20~30개의 휴대전화가 들어오는 만큼 분석관들의 모바일 포렌식 과정은 매우 익숙하게 빠르게 진행됐다. 분석프로그램을 통해 통화 내역과 문자 내용 등을 추려냈다. 밀양강에서 나온 지 일주일 후 범행 전 실행을 주저하며 주고받은 문자와 범행 전후 범행도구 준비, 피해자들이 잠을 자는지 여부 등 동태를 감시하며 범행을 논의하는 내용 등 자백 내용을 뒷받침하는 문자메시지 다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문자 내용은 피의자를 기소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고 재판부도 “김씨는 자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박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휴대전화기를 강에 버리는 등의 증거인멸을 해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며 휴대전화 메시지 내용을 주요 증거로 채택했다. 김씨는 지난 6월2일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30년형에 처해졌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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