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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 쏠리드 우영미 대표 "무모한 도전이라 했지만...패션 종주국 佛에 '우영미' 깃발 꽂았죠"

남성복 '솔리드옴므' 국내 성공 뒤로 한채

2002년 지인 한명도 없는 파리 시장 진출

'우영미' 브랜드로 국내 남성복 최초 컬렉션

15년간 31번 무대 올려 파리 패션계 정상에

남성복 디자이너론 세계 패션계 유일한 여성

영원히 늙지 않은 '아이디얼 맨' 상상하며

디테일 살리고 男이 의식 못하는 남성미 표현

카페·갤러리·영화관서도 사람 관찰하며 영감







“2002년 나이 43세 때입니다. 당시 남성복 ‘솔리드옴므(SOLID HOMME)’로 한국에서 이만하면 성공했으니 편하게 살라는 주변의 권유를 뒤로하고 프랑스 파리로 향했습니다. 첫발을 들여놓았을 때 대학 입학시험을 보러 갔을 때보다 심장이 더 터질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인정받았지만 패션의 변두리 국가인 한국에서 온 ‘병아리’가 패션 종주국인 프랑스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나는 소름 돋치게 설레었습니다. 불어 한마디 못하는 내가 파리에 지인 한 명 없이 드골 공항에서 내려 호텔로 향하면서 그 막막함에 올려 보았던 캄캄한 밤하늘의 별빛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아른합니다.”



최근 청담동 ‘맨메이드 우영미’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만난 우영미(사진) 쏠리드 대표는 무모하게 용감했던 파리 진출 당시의 감회를 떠올렸다. 모두 말렸지만 자신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찾기 위해 ‘우영미(WOOYOUNGMI)’를 론칭해 파리에 입성한 것. 이 결단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후 ‘우영미’는 한국 남성복 브랜드로서는 국내 첫 파리 컬렉션에 진출했다. 그리고 15년간 31번의 최다 컬렉션 무대, 지난 2011년 한국인 최초 프랑스 패션조합 정회원, 권위 있는 글로벌 패션매체 ‘비즈니스오브패션’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등 화려한 수식어가 그에게 붙었다.

내년이면 ‘솔리드옴므’ 론칭 30주년을 맞는 우 대표는 ‘넘사벽’ 프랑스 파리를 저격해 성공했다는 점에서 한국 디자이너들에게는 우상적인 존재다. 그에게는 국내 첫 남성복 캐주얼 ‘솔리드옴므’와 파리 컬렉션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럭셔리 브랜드 ‘우영미’가 있다. 1998년 론칭한 솔리드옴므는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도시 남자, 2002년 태어난 ‘우영미’ 브랜드는 예민하고 낭만적인 남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파리에 깃발을 꽂았지만…“한국에도 디자이너가 있나?”>

2002년 첫 파리 컬렉션에서 브랜드 ‘우영미’는 ‘파리의상조합’으로부터 ‘일요일 오전10시 첫 쇼’라는 당황스런 스케줄을 배정받았다. VIP 패션 피플들은 토요일 밤늦게까지 파티에 참석한 터라 대부분 일요일 첫 쇼는 기피하는 시간대였다. 비까지 내렸다. 우 대표는 “학생과 기자들이 참석하는 서울 쇼와는 달리 파리 관객은 한국에는 없는 전문 바이어들이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나는 ‘쫄았다’. 그러나 쇼가 끝나니 되레 경직된 몸이 녹아내렸다. 해볼 만했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그가 기자들에게 받은 질문이 ‘한국에도 디자이너가 있느냐’였을 정도로 환경은 예상보다 더 척박했다. 그러나 당시 영향력 있는 패션 전문지의 ‘르피가로’의 패션 에디터는 이튿날 이례적으로 “‘코레엔(Coreenne)’ 우영미가 신인인 줄 알고 갔더니 이미 그는 프로페셔널이었다. 왜 백화점에 그녀의 옷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기사로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힘입어 우 대표는 ‘우영미 쇼룸’을 열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듣보잡’ 한국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파리의상조합은 우 대표가 일관성 있는 목소리와 제품 퀄리티를 유지하는지를 3년간 지켜보고서야 쇼룸에 들어갈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우영미’를 하이엔드 브랜드로 포지셔닝했습니다. 그래야 꼭대기 바이어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6번의 쇼를 한 후 알렉산더맥퀸 등이 입점해 있는 파리 최고의 쇼룸 ‘엠씨투(MC2)’ 입점에 성공했습니다.”

처음 그의 옷들은 바이어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구석에 자리했다. 그러나 매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우영미’는 야금야금 주변을 섭렵하며 결국 메인 자리를 차지했고 마니아층이 생기면서 급기야 파리에 발을 디딘 지 4년 만에 단독 가두 매장을 열었다.

지금은 크리스찬디올·발렌시아가·겐조·프라다·랑방과 같은 유명 브랜드와 같은 시간대에 패션쇼를 펼치며 파리 패션계 정상권에 자리하고 있다. 입성이 하늘에 별 따기인 파리 프랭탕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가진 ‘우영미’는 전 세계 16개국 40여개 매장에 둥지를 틀고 세계가 인정하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로 가는 길목에 있다.



<왜 남성복인가…우영미( WOOYOUNGMI)를 입으면 ‘아이디얼맨’이 된다 >

대학에서 의상학과를 전공한 그는 대기업 패션회사에 입사해 40~50대 여성복을 맡았다. 재미를 못 느낀 그는 1년쯤 다니다 미국계 남성복 회사의 한국 디자인 사무소에 들어갔다. 이상하게도 남성복 디자인에 더 끌렸다.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여성복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예쁜 옷을 입고 싶어, 여성복을 만들고 싶어하는데 나는 중성적인데다 관찰자 입장을 즐깁니다. 디자이너가 나이 들면 브랜드도 나이 드는데 디자이너는 자신의 눈높이를 벗어나는 것이 어렵지만 나는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영원히 늙지 않는 ‘아이디얼 맨(ideal man)’을 그리며 그를 위한 옷을 만듭니다. 그래서 ‘우영미’와 솔리드옴므는 세월이 가도 여전히 젊습니다. 미묘한 디테일을 살리고 남자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남성미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가 여성이라는 것은 한계가 아니라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 주류 패션계에서 남성복을 만드는 여성 디자이너는 우 대표가 유일하다. 남성복을 선택한 모티브는 건축가셨던 아버지에게서 왔다.

그는 “아버지는 영화배우 수준으로 패션 감각이 뛰어났다. 쌀은 안 사도 내 옷은 사 입는 분이셨다. 등록금은 안 주셔도 슈트에 부토니에르를 꼽아야 했던 그런 아버지가 미웠다. 남자는 가족을, 지구를, 우주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남자의 역할에 대한 결핍에서 ‘멋진 남자’ 즉 ‘아이디얼 맨’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우 대표가 만드는 남성복은 여자의 관점에서 엘레강스하고 섬세하고 시크한 취향을 가진 이상적인 남자가 입는 옷이다. 이 같은 이유일까. 그의 옷을 입는 모든 남자는 현재 자신보다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변신한다.

우 대표는 “내 옷의 가장 큰 강점은 키가 작든 크든 날씬하든 뚱뚱하든 남자를 현재 자신의 모습보다 더 근사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라며 “특히 여성들이 우영미 옷을 입은 남자에게 ‘멋있다’고 칭찬하는 게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자신했다.

<옷 잘 입는 법…“보이고 싶은 콘셉트를 정해라”>

우 대표는 “완벽한 신체란 없다. 실제로 신체가 가진 한계는 30%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나머지는 스타일 연출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대신 돈과 시간과 감각을 투자해 스타일이 학습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터프·댄디·로맨틱·시크·엘레강스·아티스틱 등 콘셉트를 잡고 아이덴티티를 겉으로 표현하는 게 패션입니다. 옷을 잘 입기 위해서는 이처럼 내가 보여주고 싶은 ‘룩(Look)’을 설정해야 합니다. 똑같은 옷을 10일간 입으면서 상대에게 반복해서 주입하며 나는 그런 이미지가 되는 것처럼. 그다음에 나의 신체와 협상을 해서 접점을 찾다 보면 나만의 스타일이 생깁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젊은 남자 만큼 외모에 신경 쓰는 이들도 없다고 했다. 세계 1~2위 수준일 정도. 특히나 한국만큼 도시가 발달한 나라도 없는데다 남들 시선을 크게 의식하는 문화 속에서 인터넷의 발달로 요즘에는 어떻게 입어야 멋지다는 것을 전 국민이 순식간에 학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 대표의 취미는 카페에 앉아 남성의 동작·태도·매너 등을 관찰하기다. 서점에서, 갤러리에서 또는 영화를 보다가 그는 영감을 얻고 이를 차곡차곡 감성으로 쌓아놓는다. 여행도 즐긴다. 한 도시에서 호텔을 매일 바꿔서 묵으며 디자인 사치를 부려 보기도 한다. 올가을에 늦은 휴가로 둘째 딸과 함께 그동안 꿈꿔오던 프랑스 동남부 코르시카섬에 가기로 했다.

패션의 속성은 스피드다. 변화와 혁신이 숙명인 비즈니스인 만큼 안주할 수 없으니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우 대표는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면서 최고경영자로서 두 가지 역할을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어깨가 무겁고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모든 것에 예민해야 하고 스트레스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단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면 편안해진다는 법정 스님의 말에 공감합니다. 그래, 나는 완벽주의자였습니다. 고갈된 에너지를 매번 재충전하고 균형을 잡기 위해 3년 전부터 마음을 다스리고 하나씩 나를 내려놓는 수행을 해오고 있습니다. 108배를 일주일에 세 번씩 합니다. 이제는 20분 정도면 됩니다. 자가 수련과 함께 요가도 하고 책으로 공부도 합니다.” 아버지와 남동생의 영향을 받아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최근에는 도자기·가구 등과 같은 오브제를 만들기 위한 개인 공방을 준비 중이다./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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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서울 △1982년 성균관대 의상학과 졸업 △1993~2001년 뉴웨이브콜렉션 참가 △1998년 ‘솔리드옴므(SOLIDHOMME)’ 남성복 론칭 △2002년 ‘우영미(WOOYOUNGMI)’ 남성복 파리컬렉션 진출 △2002~ 파리의상조합 정회원·파리컬렉션 정기 참가 △2008년 코리아패션대상 대통령상 △2010년 서울패션위크 헌정디자이너 10인 선정 △2012년 에이어워즈 창조 부문 시상 △현재 솔리드 대표 겸 ‘솔리드옴므’ ‘우영미’ 수석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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