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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U턴하는 테슬라

FORTUNE 500 : 미국 500대 기업 383위 테슬라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년 전만 해도 테슬라는 오랜 대기 기간과 부실한 고객 서비스로 구매 희망자의 분노를 사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베이징과 상하이 어디를 가나 테슬라 자동차를 볼 수 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의 판매 실적에 힘입어 처음으로 포춘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테슬라가 어떻게 고비를 넘겼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자.


안전 제일 : 베이징의 한 테슬라 전시 매장에서 베네사 주가 자신의 모델 X차량에서 나오고 있다. SUV에 대한 높은 수요와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2016년 회사 프로파일 : 테슬라
매출 70억 달러
영업이익 -6억 7,490만 달러
직원 3만 25명
연평균 주주 총수익률(2011~2016) 49.6%



테슬라에 처음 탑승하면 운전자들은 동호회 모임에서 차에 대해 얘기할 생각에 잔뜩 들뜨게 된다. 바네사 주 Vanessa Zhu가 행사를 주최한 화창한 봄날 중국에선 더욱 그랬다.

“굉장히 크지 않나요?” 바네사 주가 센터 콘솔에 있는 컨트롤 스크린-일반차 두 배 크기로 아이패드처럼 생겼다-을 터치하며 물었다. 스테레오에선 아델의 ‘센드 마이 러브 Send My Love’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의 ‘모델 X Model X’에 달린 걸윙 도어 *역주: 위쪽으로 열리는 자동차 문 가 내려오며 차문이 닫혔다. 우리는 확장형 선루프를 통해 주위를 살펴봤다. 마케팅 대기업 회장의 비서인 주는 SUV를 선호했다. 중국의 복잡한 도로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주와 그녀의 남편은 BMW X5를 타다가 상위 차종인 테슬라 모델 X로 차량을 바꿨다. 주는 중국에서 시판된 모델 X를 가장 먼저 인도받은 사람 중 한 명으로, 테슬라가 예약금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계산도 하기 전에 대금을 지불했다.

주는 “이제 머리를 등받이에 대세요”라고 조언을 했다.

우리가 달린 2차선 도로는 평평하지도 않고 차선도 없었다. 하지만 시야가 트이자 주는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 전속력으로 달렸다. 우리는 소형 현대차 옆을 쌩하고 지나쳐갔다. 너무 빨라 상대 차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운전자와 승객은 잠시 동안 똑같은 아찔함을 느꼈다. 그러다 정지 표지판을 본 바네사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주는 배시시 웃으며 아델의 다른 곡을 틀었다.

이젠 중국 대도시 도로를 질주하는 테슬라를 보는 것이 실리콘밸리를 쏜살같이 달리는 테슬라 차량을 보는 것만큼이나 흔한 풍경이 됐다.

리서치 업체 JL워런 캐피털 JL Warren Capital에 따르면, 테슬라 차량은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1만 400대가 팔렸다. 전 세계 판매량 약 8만 대 가운데 13%를 차지한 셈이었다. 테슬라는 지난 3월,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이 11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의 전 세계 매출은 70억 달러를 약간 상회했지만, 중국 매출에 힘입어 포춘 500대 기업에 처음 진입할 수 있었다. 그 후에도 테슬라의 중국 실적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올해 첫 3개월간 수입 대수를 보면, 전체 판매가 지난해의 두 배를 가뿐히 넘어설 태세다. 중국 주요 도시에 있는 테슬라 매장은 부유한 운전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중국 구매자들은 테슬라의 모델 3 Model 3을 선주문하기 위해 기꺼이 1,200달러를 예치하고 있다. 선주문 규모는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급성장하는 테슬라의 판매 실적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에서 이 회사가 고비를 넘겼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신호다. 또 테슬라는 거의 모든 이들의 허를 찔렀다. 작년 여름만 해도 테슬라는 중국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3년 연속 매출이 저조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테슬라를 아는 소수 구매자들은 전기차 충전 방법을 몰랐고, 선주문을 한 구매자들도 차량 인도 연기와 부실한 고객 서비스 등을 겪어야 했다. 더욱이 테슬라에겐 다른 외국 자동차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도움을 주는 합작사도 없었다. 홍콩에서 독립 자문사 던 오토모티브Dunne Automotive를 운영하는 마이클 던 Michael Dunne은 지난해 9월 ‘일론 머스크 Elon Musk에겐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화성에 도달하는 일이 더 빠를 것’이라는 칼럼을 쓰기도 했다.

요즘 던은 그 칼럼에 대해 ‘기분 좋게’ 멋쩍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던 다른 이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테슬라가 돌파구를 마련한 이유를 한 마디로 단언할 수는 없다. SUV에 열광하는 중국에서 고급 SUV인 ‘모델 X’를 출시한 후 매출이 상승했다는 점은 확실하다. 회사가 이득을 볼 수 있었던 다른 요소들도 있었다. ▲일정 수준까지 증가한 충전소 ▲바가지 중개 판매에 염증을 느낀 중국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접 판매 ▲기술에 정통한 이들이 인정한 일론 머스크의 명성 등이었다.

그러나 테슬라에겐 엄청난 경제적 통제력을 가진 중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때 마침 테슬라의 기술은 중국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테슬라의 공동창업자 마틴 에버하드 Martin Eberhard는 그 동안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혀왔다.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그 어느 곳보다 중국에서 더 중요한 문제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전기차 사용 독려에 전례 없는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중국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판매대수는 50% 증가한 50만 7,000대를 기록했다. 미국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매년 70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를 앞세워 뿌연 스모그로 가득한 대기를 완화시키고, 세계 자동차산업 톱 랭커에 오르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중국 회사들은 전기차 분야에선 포드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품질에 부합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차를 빨리 만드는건 자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로비조직인 중국 자동차 제조업협회(China Association of Automotive Manufacturers)의 공산당 고위관료 동양 Dong Yang은 “중국 전기차 업계는 2년마다 한번씩 신기술을 활용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거의 모든 중국 전기차는 여전히 저비용과 저성능을 보여준다. 테슬라 소유자들이 숭배하는 고급스러운 장식도, 번개처럼 빠른 가속력도 없다. 정부 관료들은 테슬라가 이런 중국 브랜드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래서 회사를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다. 포춘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최근 몇몇 중국 회사와 도시들은 테슬라와 합작사를 설립하기 위해 적극적인 구애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론 머스크도 “2018년 말 이전에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시작할 수도 있다”고 화답한 바 있다.

현재 중국에서 시판 중인 테슬라 모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테슬라는 합작사 설립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기록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중국에서 판매 중인 테슬라의 SUV와 세단은 관세와 세금을 합치면 미국 판매가보다 50% 더 비싸다. 모델 S 세단은 미화로 환산하면 10만 5,000달러, 모델 X는 13만 달러다. 테슬라는 미국에선 중산층 구매자들을 겨냥하고 있지만(올 가을 출시 예정인 모델 3는 판매가가 3만 5,000달러부터 시작한다), 중국 구매자들은 대부분 바네사 주와 비슷한 부유층이다: 이들은 테슬라를 고급차로 보거나, 최소한 아이폰 이후 나온 신기술이 집약된 멋진 차로 보는 부유한 운전자들이다. 지난해 테슬라 판매는 중국 자본과 부의 중심인 베이징, 상하이, 선전에 집중됐다.

테슬라가 대중 브랜드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중국 판매량은 금새 연 10만대까지 증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테슬라는 (과거 코카콜라처럼) 14억 인구의 새로운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던은 “테슬라가 중국 도로를 장악한 아우디나 메르세데스 벤츠를 대체하는 미래가 다가올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과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애써온 회사로서는 나쁘지 않은 미래다.


학생 운전자 : 한 아이가 베이징 한 쇼핑몰에서 진행된 테슬라 이벤트에서 ‘아동용 모델 S’(역시 배터리로 구동된다)를 몰고 있다.



테슬라는 2013년 8월부터 중국에서 모델 S의 선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회사는 차 1대당 비용이 정확히 얼마가 들지 몰랐고, 차량을 인도하는 데에도 8개월이나 걸렸다. 하지만 기대는 높았다. 머스크의 유명세에 함께 페라리와 테슬라의 성능을 비교하는 얘기가 시중에 나돌았다. 여기에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이 더해져 그 해 선주문이 5,000대를 돌파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판매와 고객 지원이 빈약했다. 테슬라의 중국 사업부 원년 수장인 킹스톤 창 Kingston Chang은 럭셔리 자동차업체 벤틀리 Bentley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기술 뉴스 웹사이트인 핑웨스트 PingWest에 따르면, 그는 고객 서비스센터와 PR 업무, 차량 충전 네트워크를 포함한 테슬라의 운영 부문을 폭넓게 확장하고자 했다. 그러나 테슬라 본사는 그에게 판매 팀을 먼저 조직할 것을 주문했다. 더 많은 매장과 충전소가 완비되기 전에 더 좋은 마케팅 전략을 쓰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테슬라는 베이징에 단 한 곳의 전시 매장만 열었다. 도시의 가장 화려한 쇼핑몰에 있는 아메리칸 어패럴 매장의 바로 맞은편이었다.

테슬라의 운영 전략은 2013년 12월 다시 바뀌었다. 대기업과 애플의 중국 교육판매 부문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던 베로니카 우 Veronica Wu를 영입한 직후였다. 그녀는 중개 대리점과 같은 전통 판매망을 추가해 적절히 병행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애플이 중국에서 소매 채널을 추가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었다. 본사는 주저했지만, 테슬라 중국사업부는 곧 수요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 렌털업체와 기관 등으로부터 100대 이상씩 주문을 받는 플릿 판매 *역주: 관공서와 법인, 렌터카 업체, 중고차 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번에 대량 판매를 하는 것 를 독려했다. 영업사원을 포함한 직원들을 10명에서 100명 이상으로 늘리고, 나중에는 이를 600명까지 확충했다.

당시 테슬라의 판매 규칙은 개별 구매자들을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다. 회사는 고객이 구매하기 전, 주차 공간과 충전 시설을 갖고 있는지 증명하도록 했다. 더 나은 ‘고객 경험’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울러 구매자들에게 회사 서비스센터가 있는 도시에 거주할 것을 요구했다. 2014년 중반까지 베이지과 상하이에만 테슬라 서비스 센터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했다. 한편 일부 고층 아파트 관리업체는 빌딩 내에 충전소를 설치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이처럼 테슬라의 접근 방식과 고객의 요구 사이에는 충돌이 있었다. 이는 회색시장 *역주: 합법적 시장(white market)과 암시장(black market)의 중간에 있는 시장 의 리셀러들 *역주: 웃돈을 받고 상품을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 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이들은 차량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테슬라의 구매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되팔았다. 회사가 공식 지정한 리셀러는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매해 대리점이나 카센터, 심지어는 알리바바의 티몰 TMall 등을 통해 재판매했다. 이들은 같은 모델을 테슬라 홈페이지에 명시된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았다. 베로니카 우는 “재판매를 통해 돈을 버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가 이 사실을 정말 몰랐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련 웹사이트 데일리칸반닷컴 Dailykanban.com의 베르텔 슈밋 Bertel Schmitt은 “대부분의 플릿 판매는 리셀러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얄팍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확신했다. 이 모두가 합법적이긴 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다른 시장에서 추구했던 하이터치 *역주: 고객과의 인간적 소통을 중시하는 방식 판매 방식 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테슬라가 중국으로 차량 배송을 시작한 때는 2014년 봄이었다. 베로니카 우는 이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매출이 회사 성장의 35%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이미 비현실적인 희망이 된 상황이었다. 테슬라는 서둘러 고객 서비스 센터를 만들고 있었지만, 베이징과 상하이 이외에 거주하는 고객들은 ‘이 센터들이 완료되기 전까지 차량을 인도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 구매자는 예상보다 수 개월이나 늦게 도착한 테슬라 차량 앞 유리를 긴 망치로 내리 쳐 전국적인 뉴스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언론은 서구 언론만큼 테슬라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잠재 고객들은 테슬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고객들은 매일 밤 휴대전화를 충전하듯 집에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대부분은 소규모 슈퍼차저 Supercharger 충전 *역주: 테슬라가 전기차 확산을 위해 개발한 태양광 기반 고속 전기 충전소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2014년 말 무렵 중국 내 테슬라 사업은 엉망이었다. 4,700대가 수입됐지만, 판매 및 등록을 마친 차는 2,500대에 불과했다(테슬라는 그 해 미국에서 1만 8,500대를 판매 인도했다). 테슬라는 이에 대해 ‘차량을 주문한 투기꾼들이 막상 중국으로 차가 들어왔을 때 구매를 하지 않아 발생한 차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테슬라에 근무했던 몇몇 직원들은 부실한 고객지원서비스가 중국 판매부진의 실질적인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테슬라의 전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리카르도 레예스 Ricardo Reyes는 “테슬라가 중국에서의 성공을 너무나 당연시했다”고 말했다.

2014년 12월, 창과 우는 이미 테슬라를 떠난 상태였다. 당시 캘리포니아에 있는 테슬라 경영진은 “맞춤형 전략을 따로 짤 만큼 중국 시장이 특별하진 않다”고 개인적인 불평을 늘어놓곤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테슬라는 ‘사과 여행(apology tour)’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켜야 했다. 2015년 1월 어느 몹시 추운 저녁, 디트로이트 국제오토쇼에서 일론 머스크는 중국 판매가 “기대 이하로 저조하다”고 인정했다. 그 해 봄 머스크는 중국으로 건너가 시진핑 주석과 여러 지도자들을 만난 후 “초기 실수”에도 여전히 “매우 낙관적”이라는 트윗을 날렸다. 그리고 레예스는 2015년 봄, 테슬라가 첫 참가한 상하이 오토쇼에서 잘못을 시인했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 참을성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잘못을 뉘우쳤고, 그 후 테슬라에 대한 뉴스는 점점 더 좋아졌다.

2015년 중국의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담당했던 베테랑 엔지니어 톰 주 Tom Zhu가 중국 사업부의 최고위 임원이 됐다. 테슬라는 그 해 3,700대 판매라는 다소 실망스러운 기록으로 한 해를 마감했지만, 희망의 불씨는 남아있었다. 테슬라는 그 어느 국가보다 중국에서 슈퍼차저를 구축하는 속도가 빨랐고, 이는 고객의 ‘충전 우려’를 완화시켜 주었다. 현재 중국에는 약 120곳의 슈퍼차저 충전소가 있다(미국에는 370개가 있다). 테슬라는 올 연말까지 800개 이상의 충전소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충전소만큼이나 중요한 계기는 또 있었다. 테슬라가 다른 고급 브랜드 차량보다 구매가 더 쉽다고 입소문이 난 것이었다. 중국에는 ‘4S 스토어 4S Stores’-서비스(service), 예비 부품(spare parts), 판매(sale), 설문조사(survey)를 뜻한다-로 불리는 중개 대리점이 있는데, 이들이 BMW와 재규어 랜드로버, 메르세데스 벤츠 등 인기 있는 고급 브랜드 차량의 판매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이 대리점들은 각종 모호한 비용을 추가해 수만 달러나 부풀린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의 직판 전시 매장은 이 시스템을 피할 수 있었다. 주요 관세 때문에 차량의 최종 비용이 높아지는 와중에서도 테슬라는 중국 내 판매가(관세를 제외하고 환율만을 적용한 원래 가격)를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바네사 주는 모델 X를 구매하기 전 다른 3개 브랜드 매장을 방문했다. 주는 레인지 로버 중개 대리점이 표준 수수료로 30만 위안(미화 4만 5,000달러)의 추가 비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포르쉐는 카이엔 Cayenne SUV를 구매하려면 3개월을 기다리라고 했고, 10만 위안의 배송 비용도 요구했다. 반면 테슬라는 아무 조건이 붙지 않는 대기명단에 주의 이름을 올려주었고, 추가 비용도 청구하지 않았다. 주는 “중국에선 차가 곧 신분을 상징하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이 기타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하지만 나는 그런 비용이 싫다”고 말했다.

테슬라 소유자들은 번호판 등록이라는 중국의 행정 절차를 밟을 때에도 다른 회사 차량 운전자보다 유리했다. 중국 지방 정부들은 꽉 막히고 오염이 심한 도로 때문에 등록 번호판 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운전자 수를 제한하고 있다. 추첨 시스템을 거쳐 번호판 하나를 등록하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한다(2015년 초에는 베이징에서 등록 가능한 3만 6,757개의 번호판에 620만 명의 신청자가 몰리기도 했다). 번호판을 받은 후에도 1주일에 하루는 차를 운전할 수 없다.



그러나 전기차에 적용되는 규칙은 다르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독려 정책 덕분이다. 2014년 초, 상하이는 전기차의 경우 1만 2,000달러의 번호판 등록 비용과 운전 일수 제한 없이 번호판을 기다리지 않고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도시들도 그 뒤를 따랐고, 이 정책은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국영 기업 베이징 오토모티브 인더스트리 홀딩 컴퍼니 Beijing Automotive Industry Holding Co.의 전기차 사업부 부책임자인 장용은 “이런 정책들이 없었다면 개인 소비자가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 거래 : 마이크 팬이 자신의 모델 X를 타고 베이징 천안문 광장을 지나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의 고급 자동차 중개대리점을 통해 판매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정책들은 테슬라에게도 엄청난 호재였다. 번호판 제한에서 전기차를 제외한 첫 6개 도시는 상하이와 베이징, 선전, 항저우, 광저우, 톈진이었다. JL워런 캐피털의 준헝 리 Junheng Li에 따르면, 테슬라 판매량은 이들 도시에서 가장 많은 상황이다.

이 정책들이 모델 S 세단 판매에 도움을 줬지만, 테슬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델 X야말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국의 SUV에 대한 집착은 10년 넘은 현상이고,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인기 비결은 다양하다: 국내업체들이 뛰어난 차량들을 생산하고, 대가족이 전부 탈 수 있는 자리를 갖추고 있으며,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 높은 가격이 지위를 상징하는 것도 한가지 이유이다. 독일의 고급 자동차 업체 포르쉐의 중국 내 베스트셀링 모델은 스포츠카가 아니라 소형 SUV 마칸 Macan이다.

2015년까지 SUV 판매는 자동차 시장 성장세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6년 상반기에는 SUV가 승용차 판매의 35%를 차지했다. 모델 X가 중국에 첫 수입된 2016년 6월과 테슬라 판매 증가 시기가 정확히 겹치는 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SUV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갖춘 지난해 하반기에는 모델 X를 7,670대나 판매했다(지난해 중국 내 총 판매량 중 4분의 3에 해당한다). 마침내 테슬라가 자신들의 약속을 매출로 입증한 셈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해외 기업은 반드시 정부 당국과 친밀한 관계를 조성해야 한다. 테슬라도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쌓는데 공을 들여왔다. 애플과 마찬가지로, 테슬라는 차량 내 대형 터치스크린 등 중국산 부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새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톰 주는 2015년 테슬라가 중국산 부품에 대한 지출을 2배 늘릴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그 해 5억 달러에 달하는 물품을 중국 기업으로부터 구매하겠다고 약속을 한 것이었다. 이 같은 테슬라의 지출은 지금까지 계속 급증해왔다.

그러나 이보다 훨씬 더 큰 의문이 남아있다. 테슬라가 중국 내 공장 건설을 발표할 것인지, 한다면 그것이 언제가 될 것인지가 그것이다. 고급 자동차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를 포함해 중국 내에서 판매 비중이 높은 모든 브랜드는 현지 파트너와 합작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수십 년간 지속돼온 중국 정부의 요구 사항이다. 테슬라 차주들은 뼈저리게 느끼겠지만, 수입차는 중국에서 큰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모델 3 세단의 판매가는 미국에서 3만 5,000달러부터 시작하는데, 중국으로 넘어오면 25% 관세와 17% 부가가치세가 붙어 이 가격이 5만 달러로 크게 뛴다. 중산층 구매자들에겐 큰 비용 증가라 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의 동북아시아 지사장을 역임한 상하이 가오 펑 어드바이저리 Gao Feng Advisory의 대표 빌 루소 Bill Russo는 “현지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현재의 성과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로비스트인 동 양은 몇몇 현지 합작사가 테슬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여러 지역과 도시들이 테슬라와 함께 공장을 설립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은 “이들이 테슬라에 점점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머스크는 올해 말까지 중국 내 생산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대변인은 자세한 사항에 대해 언급을 회피했다.

테슬라는 현재의 판매 실적 때문에 주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홍콩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Bloomberg Intelligence의 애널리스트 스티브 맨 Steve Man은 “연간 생산 차량이 10만대 이하면, 중국 생산기지는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에 소재한 테슬라 공장은 연 50만대 이상의 양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선 올해 테슬라의 판매량이 두 배로 뛴다고 해도, 고작 2만대에 불과할 전망이다. 테슬라로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형국이다. 현지 생산을 하지 않으면, 차량 가격을 인하해 판매를 늘릴 수 없다. 반면, 현지 생산은 판매가 급증할 때까진 경제적이지 않다.

지적 재산(IP) 문제 또한 골칫거리다. 중국의 사업 관행을 비판하는 인사들은 “테슬라가 현지 생산을 할 경우, 시작과 동시에 특정 IP를 침해 당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을 연구하는 UC 버클리 크리스털 창 Crystal Chang 교수는 “일부 기술은 도난 당할 것”이라면서도 “지적 재산 침해가 안고 있는 위험은 다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을 훔친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자가 되는 건 아니다”라며 “중요한 건 브랜드”라고 강조했다.

요즘 중국정부의 지원을 받는 10여 개 이상의 제조업체들(다수는 미국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중국인 소유가 됐다)은 자신들의 전기차와 가속 시간을 홍보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몇 개만 거론하면 패러데이 퓨처 Faraday Future, 카르마 오토모티브 Karma Automotive, 넥스트 EV NextEV, 그리고 퓨처 모빌리티 Future Mobility 등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향후 몇 년 동안 콘셉트 단계나 시제품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이 테슬라가 중국에서 우호적인 조건 하에 차를 생산하는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중국은 테슬라 기술 외에도 사업운영 방식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이미 테슬라는 원하는 이들에게 모두 특허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머스크가 왜 테슬라 차를 팔 수 있는 거대한 시장을 얻는 대신,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려고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한 중국 대기업은 테슬라의 사업 전망에 대해 확신을 하고 있는 듯하다. 정치적 배경을 가진 IT 거인 텐센트 Tencent는 최근 세계 10대 상장기업에 올랐다. 이 업체는 지난 3월 말 18억 달러를 들여 테슬라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얼마 후 테슬라의 시가 총액이 제너럴 모터스를 넘어서며 미국에서 가장 시장가치가 높은 자동차기업이 되었다.

최근 어느 일요일 밤, 30여 명의 잠재 고객들이 와인 시음을 위해 베이징 테슬라 매장에 모였다. 대부분이 30대 부유층으로,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경외심을 갖고 있는 친환경적인 사람들이었다. 테슬라 구매층은 최상층에서 부유층으로까지 확대됐다. 제 위 Je Yu의 가족은 요거트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메르세데스 벤츠나 마세라티 SUV 구매를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너무 화려한 외양 때문에 구매 의사를 접었다. 제 위는 “테슬라는 기술적 측면이 더 강해서 내 취향에 맞는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브랜드 셔츠를 입고 불교 염주를 차고 다니는 호리호리한 체형의 에반 취 Evan Qu는 오디오 장비 판매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다음 모임에 테슬라를 몰고 가면 CCTV 국영방송 같은 대형 고객사 간부들이 테슬라 브랜드의 친환경성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는 “이 차가 더 많은 계약의 성사를 도와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테슬라 웹사이트에서 자신이 살 모델 X의 옵션을 직접 선택했다. 그가 선택한 오션 블루 색상의 모델 X 총 가격은 120만 위안(미화 17만 5,000달러)이었다.

웨이터가 취의 잔을 채우는 동안, 뒤에선 그의 열망을 강조하는 홍보 비디오가 반복 재생되고 있었다.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테슬라의 친환경차를 선택하라.”



■ 초대형 시장에서의 첫 걸음마
중국시장은 모든 자동차 회사가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는 주요 테스트 베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전기차 수요가 높은 국가다. 테슬라는 몇 년 간 판매 부진을 겪은 후, 지난해 이 시장에서 크게 성장했다.












■ ‘상류 클럽’에 합류한 테슬라
포춘이 지난 1955년 매출 기준으로 미국 500대 기업을 첫 선정했을 때, 리스트에 오른 자동차 회사는 5개였다. 1999년에는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만이 살아 남았다. 그 후 새롭게 합류한 자동차업체는 테슬라가 처음이다. 과거 포춘 500대 기업에 진입했던 자동차 회사들을 살펴보자.





스튜드베이커 STUDEBAKER [1955~1967년]
이 회사는 1962년 인디애나 주 사우스벤드에 있는 공장에서 마지막으로 차량을 생산했다. 1966년에 파산했다.





아메리칸 모터스 (AMC) [1955~1987년]
AMC는 그렘린 Gremlin(위) 등 콤팩트 자동차 시장을 개척했다. 크라이슬러가 인수하기 전에는 지프의 민간용 차량도 만들었다.





크라이슬러 CHRYSLER [1955~1998, 2011년]
디트로이트의 3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로, 독일 다임러-벤츠D aimler-Benz와 합병한 후 리스트에서 탈락했다. 몇 차례 매각과 파산을 거쳐, 지금은 이탈리아 피아트 크라이슬러 Fiat Chrysler 로 인수됐다.





테슬라 [2017년~]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 모델 S 세단이 2012년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 조립 라인(위)에서 처음 생산됐다. 2016년 기준 이 회사의 전 세계 매출은 중국 10억 달러를 포함해 총 70억 달러였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SCOTT CENDROWS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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