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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더불어 살아가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56>지속가능성 높이는 경쟁·협동

스파링 파트너 통해 경기력 올리듯

기업도 '윈윈 패러다임' 무장해야

치열한 경쟁서 살아남을 수 있어





일본 시골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는 한 농부가 있었다. 자신의 마을에서 재배되는 옥수수가 저품질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안타까웠다. 명품 옥수수를 재배해 제대로 인정받고 싶었다. 고급 품종의 씨앗을 구매한다. 그런데 그가 구매한 양은 자신이 직접 재배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 그러고는 이웃 농부들에게 비싼 종자를 무상으로 나눠준다. 자신의 밭에서만 새로운 품종을 심어봐야 이웃의 저품질 옥수수와 서로 섞여 저품질 잡종 옥수수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혼자 성공할 수도 없거니와 성공해도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 혁신에 성공하려면 모두 같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혁신도 더불어 해야 한다.

마라톤에서 기록 경신이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하나 있다. 혼자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 반드시 같이 경쟁하면서 뛰어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기록 경신이 된다. 권투에서 훌륭한 스파링 상대가 있어야 실력이 향상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조직에서도 입사 동기와 가장 친하면서도 승진할 때는 바로 그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최대의 경쟁자는 대개 친한 친구들일 확률이 높다. 대학에서도 어떤 학번이 유달리 좋은 성적을 낼 때가 있다. 잘 보면 거기에는 라이벌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을 때가 많다. ‘협동하기 위해 경쟁한다’는 진화론 법칙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가마우지라는 새는 물고기 사냥에 천재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가마우지를 마치 사냥개처럼 활용한다. 가마우지 목에다 밧줄을 감아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게 한다.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입에 물면 어부는 그것을 빼내 물탱크에 넣는다. 사냥이 다 끝나고 나면 물론 가마우지는 두둑한 보너스를 받는다. 어부도 가마우지도 이렇게 더불어 산다. 아프리카에 가도 가마우지가 있다. 이 가마우지의 운명은 일본과 판이하다. 여기서는 어부들이 가마우지를 새끼까지 다 잡아 죽인다. 왜 그럴까. 가마우지가 워낙 많은 양의 물고기를 잡아먹으니까 씨를 말려버리는 것이다. 상생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면 피비린내가 나게 마련이다.





미국의 한 아이스크림 회사에 분유를 납품하는 낙농 업체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그러고는 건의문 하나를 작성한다. “한 달 만에 분유가격이 3분의1로 떨어졌습니다. 저희가 매우 어렵습니다. 원컨대 폭락 전 가격으로 계속 구매해주세요.” 이 편지를 받아든 아이스크림 회사 구매 담당자는 최고경영자(CEO)에게 즉각 보고한다. 중역회의가 곧바로 열린다. 그리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결론이 나온다. 어떤 결정이 났을까. 아마도 셋 중 하나가 아닐까. ①건의 들어온 대로 폭락 전 가격으로 구매한다. ②현재 시세대로 구입한다. ③양자의 중간 어디에서인가 협상한다. CEO가 내린 결정은 셋 중 어느 것도 아니었다. “폭락 전 가격에 구매하고 특별경영지원금 5%를 추가 지원한다.” 이 결정은 낙농 업체 대표들을 완전히 감동시켰다.

2년 후 이번에는 아이스크림 회사 사장이 낙농 업체 대표들에게 편지 한 통을 쓴다. “여러분 우리 회사는 이제껏 유전자변형작물(GMO)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사용할 생각이 없습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당시 GMO 사료는 일반 사료보다 월등히 싸 많은 낙농 업체 사이에 원가절감 차원에서 인기가 좋았다. 때마침 소비자단체들이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랜덤 샘플링해 조사한다. 그랬더니 모든 아이스크림에서 GMO가 검출됐다. 이 회사의 제품만큼은 단 하나의 GMO도 나오지 않는다. 경쟁 회사들은 소비자단체 불매운동에 시달리고 이 회사 제품은 추천 목록에 오른다.

궁금한 사실은 이 아이스크림 회사 CEO가 2년 전 결정을 내릴 때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을 미리 알았을까. 그 사람이라고 미래를 투시하는 신적 능력을 가졌을 리 없다. 아마도 특별지원금 결정을 내릴 때 머릿속으로 한 생각은 ‘친구가 어렵다니까 도와주자’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협력 업체와의 관계를 제로섬으로만 보는 기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어렵다. 인간 세상사를 모두 윈윈 패러다임으로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더불어 살아가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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