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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주목받는 애증(愛憎)의 8학군

누구나 원하지만 진입은 어려운

한국사회 교육1번지·富의 상징

文정부 인사도 줄줄이 위장전입

특목고 폐지추진 등에 집값 날개





# 초등학교 3학년생과 유치원생 딸을 둔 김모(42)씨는 최근 서울 옥수동에서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아이들 대학 입시를 염두에 두고 일찌감치 강남에 둥지를 틀었다. 아이들 사교육비는 한 달 평균 500만원 안팎. 첫째 아이에게는 국어·논술·영어·수학에 바이올린과 피아노·피겨스케이팅 학원을 번갈아 보내며 200만원을, 둘째 아이에게는 영어유치원과 수학학원, 각종 학습지, 리듬체조 학원에 300만원을 각각 지출한다. 김씨는 “사교육비 부담이 적지 않지만 다른 집 아이들에 비하면 우리는 많이 아끼는 편”이라며 “고등학교까지 함께 할 또래 친구도 사귀도록 할 겸 대치동 이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학부모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곳, 강남 8학군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남권 유권자들로부터 좀처럼 표를 얻지 못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한 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8학군은 지난 1980년대 학군개편 이후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지만 문 대통령의 당선은 강남 8학군이 비등점(boiling point) 넘어 팔팔 끓어오르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내신 절대평가 등 핵심 교육공약이 최근 몇 달 새 강남 아파트 가격을 수억원씩 끌어올린 원동력 가운데 하나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특정한 위치와 학교군(학군)의 결합체인 강남 8학군은 한국인에게 애증(愛憎)의 대상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선망을, 다른 이에게는 질시를 받는다. 8학군은 최고의 경제력을 가진 이들을 끌어들여 최상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특수한 ‘문화자본’을 만들었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다.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는 ‘1976년 경기고 이전과 강남 8학군의 탄생’이라는 논문에서 “8학군은 서울의 일개 고등학교 학군이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 사회의 공간적·구조적 위계질서를 상징하는 키워드”라고 정의했다.



강남 8학군에 밀집한 이른바 명문고와 고급 아파트는 ‘근거리 배정’이라는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는 고교배정 원칙과 맞물려 대한민국의 신분구조를 ‘8학군 거주자’와 ‘기타 등등’으로 이원화했다. 명문고와 사교육학원 밀집→부동산 수요 증가 →집값 상승→부유층 밀집→사교육 증가→부동산 수요 증가라는 선순환(?) 구조는 8학군 형성 이후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은 채 공고하게 유지돼왔다. 이러한 순환구조의 결과물인 ‘강남불패 신화’는 학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낳았다.

학군 집착증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위장전입으로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앞서 2015년에는 장관 후보로 지명된 임종룡(금융위원회)·홍용표(통일부)·유일호(국토교통부)·유기준(해양수산부) 등 4명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장전입 그랜드슬램’이라는 조어까지 등장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시작된 김영삼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위장전입으로 구설에 오른 장관급이 최소 50명이나 된다는 시민단체의 조사 결과도 있다. 대부분은 강남 8학군 위장전입이 문제가 됐다. 좋은 교육환경에 투자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보니 학군에 대한 집착은 진보·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강할수록 더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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