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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그들이 청와대를 찾는 까닭은? 다주택자들의 계속된 답답함

[뒷북경제] 그들이 청와대를 찾는 까닭은? 다주택자들의 계속된 외침





4일 오전11시 ‘8·2 부동산 대책 소급적용 피해자 모임’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8·2 대책’으로 일부 국민들은 양도세 중과세라는 날벼락을 맞거나 대출규제로 중도금 및 잔금대출이 불가능해진 탓입니다. 양도세 부분은 지난 8월15일자 서울경제신문 보도(‘잔금 못치른 계약자 2년거주 요건 제외 검토(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3091707)’ 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공식적으로 이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중 대출문제를 겪는 분들이 이번에 행동에 나섰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대출문제로 곤란을 겪는 분들에게 여러 차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 근거한 원칙론적 답변이 대부분이었고 분양과 관련된 것은 국토교통부, 대출에 대한 것은 금융위가 키를 쥐고 있다는 돌려막기식 답변만 들었다는 게 피해자 모임의 주장입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입니다.

물론 이분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쨌거나 “집이 두 채 아니냐?”는 논리지요.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중도금대출 계약 아직 안 됐다고?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세종 현대힐스테이트 리버파크의 경우인데요. 4월 분양공고 후 5월에 계약 체결 후 계약금까지 납부가 됐습니다. 이후 6월15일부터 17일까지 KEB하나은행 상담창구에서 대출 상담 뒤 서류를 작성했고 같은 달 22일에는 계좌가 개설된 통장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분양자들은 시행사와 하나은행간 중도금 대출 신청이 완료된 것으로 보고 있었지요.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8·2 대책’이 발표된 뒤 분양자들이 은행에 확인한 결과 아직 시행사와 중도금대출 협약이 되지 않은 것이죠. 이 경우 강화된 대출규제를 적용받게 됩니다. 분양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세종 현대힐스테이트 리버파크 분양자가 지난 6월22일 KEB하나은행에서 개설한 통장


이뿐이 아닙니다. 중도금 60% 무이자 혜택만 믿고 덜컥 분양을 넣었던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와 고덕 3개 단지(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는 분양공고 및 계약서 상에 대출금융사를 통한 중도금 무이자 60% 지원 문구를 강조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완판됐다는 게 분양자들의 얘기입니다.

그런데 ‘8·2 대책’이 나오면서 이곳에 분양 받은 이들 중 다주택자는 담보인정비율(LTV)이 대폭 줄어들게 됐습니다. 최대 수억원을 직접 마련하든지, 아니면 계약 취소로 수천만원을 날릴 처지입니다. 위약금이 전체 분양가의 10%에 달하는 탓입니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를 광고하는 용산 헤링턴 파크.


어떻게 할까요? 집이 두 채 이상인 사람은 돈이 많은 사람이니까 알아서 해라 이래야 하는 걸까요?

정부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관련 제도나 법이, 유예도 없이 시행되면 혼란을 겪는 사람이 많아서입니다. 이번 대책에서 기획재정부는 초기 논의에서 빠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종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돈이 많은 재벌집 회장이라도 5만원이 나와야 할 과태료가 10만원이 부과됐다면 그 회장 님은 억울한 것이고 해당 제도도 바꿔야 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구제 방법을 검토하거나 논의해봐야 합니다. “너는 돈이 많으니까 그깟 돈 더 내도 되지 않느냐” 같은 주장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경제부총리가 모르는 것들



김동연 부총리는 3일 투기지역에서 대출이 가구당 1건으로 강화되면서 이미 주택을 보유한 가구들이 추가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 것과 관련해 “다주택자들, 전형적으로 ‘갭투자’를 하는 분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들을 구제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 ‘8·2 대책’의 피해자들이 그렇게 단순한 것만은 아닙니다. 8월22일자 서울경제신문(‘어려운 가족 위해 집 얻었는데…신혼집 마련하다 대출길 막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3096577’)을 보면 안타까운 사연이 적지 않습니다. 일부는 갭투자로 볼 수도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기사에 나온 A씨를 다시 언급해보겠습니다. A씨 가족은 지난 1997년 ‘IMF 사태’ 이후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수억원의 빚을 졌습니다. 중견기업에 취업한 A씨는 가족과 함께 빚을 갚은 뒤 대출을 받아 서울 도봉구에 109㎡(33평)짜리 집을 얻었죠. A씨 명의였지만 실제로는 가족이 사는 집이었다. 신용도가 좋은 A씨가 집을 산 것입니다.

혼기가 찬 그는 지난 7월 서울 강동구에 추가로 아파트 계약을 했습니다. 결혼을 대비해 집을 하나 더 사두려고 한 것이죠. 문제는 ‘8·2 부동산 대책’이었습니다. 도봉구 아파트에 담보대출이 있어 새집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로 당초 예상보다 10%포인트 적게 적용됐습니다. 대출로 집을 사려고 했던 A씨는 돈이 모자라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기존 집을 팔면 된다고 하지만 이 집을 팔면 가족들이 갈 곳이 없고 계약을 취소하면 계약금 일부를 날릴 처지입니다. 금융 당국은 LTV 초과분에 대한 신용대출도 막고 있어 방법이 없는 상태입니다. IMF로 빚을 진 가족이 결국 빚을 다 갚고 집 한채를 마련했고 추가로 결혼용으로 집을 사두려고 했는데 이들도 투기꾼일까요?

◇8·2 대책 이후 피해가 예상되는 주요 아파트 단지

단지 가구 분양공고 1차 중도금 일자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 1,140 2017. 6. 30 2017.11.15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651 2017. 6. 23 2018. 1. 15
월계 인덕 아이파크 859 2017. 6. 29 2017. 11. 13
신정 아이파크 위브 3,045 2017. 6. 8 2017. 11. 23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 672 2017. 4. 20 2017. 11. 27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 1,745 2017. 6. 30 2017. 12월
고덕 베네루체 1,859 2017. 5. 25 2017. 12월
자료: 8·2 부동산 대책 소급적용 피해자 모임

피해자 최소화해야 하는 정부 정책

이런 얘기를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대출금리 얘기인데요. 법정 최고금리가 높으면 서민들이 고통을 받게 됩니다. 돈을 빌릴 때 이자가 많은 탓이죠.

하지만 금리를 급격하게 낮추면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은 탓이죠. 그나마 금리가 높을 때는 이걸로 만회하지만 법정금리가 낮아지면 손실이 많아지기 때문에 안 갚을 것 같은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물론 줄어드는 대출자는 파악이 안 됩니다. 하지만 대출금리 인하는 숫자로 드러나지요. 지금처럼 연 24%로 낮추면 보기는 좋습니다. 정치권이 “서민들 부담이 줄었다”고 생색내기도 최고지요.

전직 정부 관료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법정금리가 내려가서 대출을 못받는 사람은 파악이 안 돼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안 되는 일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정치권의 금리 인하요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거야. 금리 인하로 혜택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예 대출을 못 받는 사람은 어디 가서 말할 데도 없으니까”

그렇습니다. 정부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하고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피해자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열명 도둑을 놓치더라도 한명의 억울한 사람이 생기면 안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주택자 문제도 순리에 따라 상식적인 부분은 상식선에서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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