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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호 한투 사장 "베트남 진출 성공 노하우로 印尼 증권사 인수 시기 저울질

[서경이 만난 사람]

몸집만 키우는 초대형IB 무의미...수익성 전제 돼야

한투, 동원증권과 합병 이후 올 역대최대 실적 기대

이머징마켓은 30년 내다보고 단계적 진출전략 짜야

카카오뱅크와도 협력...고객과 접점방식 다양화할 것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권욱기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근본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던 증권업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기회를 맞고 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6년 만에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벗어나 시장 상황도 우호적이다.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국내 증권산업은 비가 오기만을 바라는 ‘천수답’처럼 시장 상승만 바라보는 후진성을 벗어날 수 없다. 증권산업 변화의 중심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있다.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그는 2007년 47세에 업계 최연소 CEO에 오른 후 열 번째 연임에 성공해 11년째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CEO 자리만 지킨 것도 아니다. 올해 한투는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대한다. 사장으로서 ‘최다’ 기업공개(IPO) 건수를 올린 것도 유 사장이다. 지난 11년 동안 ‘최장·최대·최다’ 기록을 만들어낸 유 사장은 한투뿐 아니라 국내 증권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1일 인터뷰를 위해 찾은 유 사장의 집무실에서는 유난히 많은 베트남 전통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2000년 베트남증시 설립 때부터 시장 개척에 나선 유 사장의 기념품들이다.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SSC) 등 정부기관 인사들은 한투를 베트남 현지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해외 증권사로 꼽고 있다. 유 사장의 다음 시장은 인도네시아다. 그는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글로벌IB들이 비켜간 프런티어마켓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이정동 서울대 교수 등이 공동 집필한 ‘축적의 시간’을 꺼내 들며 “한투의 해외 비즈니스는 30년 로드맵”이라며 “비즈니스 노하우를 축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년 동안 한투를 이끈 유 사장의 발걸음은 여의도에 머물지 않고 호찌민을 거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향하고 있다. /대담=김현수 증권부장 hskim@sedaily.com

증권산업의 당면 과제인 초대형 IB를 위해 추가 증자 등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 사장은 “초대형 IB가 몸집만 키워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초대형 IB 인가를 위해 지난해 4조원 대의 자기자본을 늘린 상황에서 다소 의외의 발언이다. 그는 수익성을 강조했다. 수익 없는 대형화는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유 사장은 “한투는 상반기 실적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3%가량 나온다”며 “글로벌 IB들도 금융위기 이후 ROE가 10%대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자기자본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본금부터 키우는 것은 주주와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은 일”이라며 “두자릿수 이상의 ROE를 유지하면서 자기자본을 점차 키워 글로벌IB와 경쟁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유 사장의 미래 성장동력인 해외진출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당장 뉴욕에 가서 애플과 아마존 주식을 거래하는 미국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과 경쟁하는 것은 어렵다”며 “단계적인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증권산업 해외진출의 1단계는 1992년 국내 자본시장 개방 이후다. 초창기 해외자금 유치 역할이 컸던 증권사들은 뉴욕과 런던·홍콩 등에 법인을 만들어 영업했다. 2단계는 해외상품을 우리 자본으로 사들이는 방식의 영업으로 해외 부동산 인수 등을 비슷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3단계는 제3국에서 해당 지역의 상품을 가지고 전 세계 투자가를 상대로 영업하는 방식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유 사장은 “한투의 베트남에서의 방식이 3단계에 근접해 있다”며 “전체 증권업계로 보면 현재 1, 2단계가 동시에 진행 중이고 3단계를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한투의 베트남 진출도 ‘조금씩’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는 겸손했다. 그만큼 해외진출이 만만치 않다는 의미다. 한투가 베트남 증권사 인수를 준비하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현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공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2000년 8월 베트남 주식시장이 만들어지던 해에 유 사장은 베트남을 둘러보고 ‘30년 후에 되는 나라’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사이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유 사장은 동원이 2005년 한투를 인수할 당시 부방 베트남 국가증권위원회(SSC) 부위원장과 만남기 위해 노력했다. SSC 부위원장과 부사장으로 만난 인연은 10년 이상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이어졌다. 2014년 기존 49%였던 현지법인 지분율을 92.3%까지 늘리며 특별허가를 받아 예외적으로 외국인투자지분한도 규제를 받지 않았던 것도 이런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트남은 2015년에서야 외국인 지분 보유를 100%까지 허용했다. 유 사장은 “국내 경제성장은 완만한 추세를 보이겠지만 이머징 국가인 베트남은 성장속도가 가파를 것”이라며 “선제적으로 시장에 들어간 만큼 지금 한투 같은 증권사가 베트남에도 한 곳 더 추가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타깃은 인도네시아다. 한투의 해외진출 두 번째가 인도네시아라고 시장에는 이미 알려졌지만 유 사장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적절한 시점(right time )을 기다리며 인수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머징마켓은 30년을 보고 진출해야 한다”며 “잠재력이 실체화될 때 한투의 ‘아바타’가 해외 곳곳에 생기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인터뷰 도중 최근 읽은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 두 권의 책을 꺼내 들었다. “서구는 200년에 걸친 산업화 과정으로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다”며 “우리는 노하우를 가지지 못한 채 사 와서 조립만 해온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직시하게 만든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금융업 역시 해외상품을 배우는 수준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개념 설계를 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이 필요하다”며 “방법을 찾을 때”라고 강조했다.

한투 모회사인 한국금융지주(071050)가 최대주주인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의 협력에 대해 유 사장은 “카카오뱅크를 쓰던 고객이 은행업무를 보다가 주식거래를 하고 싶게 한투 플랫폼을 간편하고 예쁘고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게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수익 변화는 한투가 아직도 목마른 부분이다. 유 사장은 “올해 상반기 리테일 부문별 수익 가운데 자산관리(WM) 부문이 주식중개(브로커리지)를 앞질렀다”며 “한투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브로커리지 시장이 축소된 면도 있지만 유 사장은 WM시장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브로커리지와 달리 자산관리영업은 고객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수요가 더 크다는 점에서 접점의 방식을 다양하게 만들어가야 한다”며 “증권사 영업점이 구조적으로 바뀌는 단계”라고 했다.

초대형 IB 인가로 증권사의 ‘무기’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장외파생상품을 허용한 후 ELS 발행에 따른 수익증대가 있었던 것처럼 발행어음 허용은 증권사 수익증대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초대형 IB들의 발행어음은 큰 수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조달보다 운용에서 한투는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투는 유 사장이 취임한 2007년 63조원의 고객자산을 2017년 1·4분기 기준 157조원으로 늘렸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3,589억원이다. 2015년 기록한 최대 영업이익 3,633억원에 이미 근접해 동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합병한 2005년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이후 IPO 주관사로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기업은 127곳(8월 말 기준)이다. 국내 전체 상장기업의 6% 이상을 유 사장 재임 때 주관한 셈이다. 지난 10년간 1등 DNA를 전 직원들과 함께 품게 됐다고 자부하는 유상호 사장의 꿈은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다.

/정리=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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