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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용칼럼] 지속가능한 성장과 경제정책

한양대 금융공학부 교수

경제 성장은 단거리 아닌 마라톤

원칙에 입각한 정책 수립하고

잘못된 부분은 즉각 수정해야





얼마 전 어떤 저소득국에 출장을 다녀왔다. 현재 이 나라는 장기 경제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데 국제기구의 주선으로 이에 대한 자문과 도움을 주는 것이 출장 목적이었다. 이 나라는 최근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향후 10년, 20년도 이러한 높은 성장을 지속함으로써 중소득국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많은 나라에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자 최고의 모범사례다. 별다른 천연자원도 없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국가가 현재는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했으니 한국은 경외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경제성장에 관한 한국의 경험에 지극히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저소득국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 한국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어떤 면에서 우리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소득국의 지도층이나 정책 담당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에게 우리의 경험을 들려주는 한편 우리를 돌이켜보는 계기도 됐다.

출장에서 만난 저소득국들의 정책 담당자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른 시간 안에 경제성장에 가시적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일종의 조급함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에서 성장을 뒷받침하기에는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나라들은 아직 문맹률이 높고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떨어져 경제성장에 필요한 양질의 인력이 부족한 형편이다. 또 국내 저축이 모자라 해외원조나 외채에 크게 의존해야 하는 자금 사정도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각 분야에 만연해 있는 비효율성은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제약에도 다분히 무리일 정도로 이른 기간에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을 이루려고 한다.

그러나 경제성장은 100m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단시간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 성과를 내는 게임이 아니라 먼 거리를 페이스를 조절해가면서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장기적 시각이 필요하다. 우사인 볼트 같은 폭발적인 순발력이 아니라 42.195㎞를 일정하게 뛸 수 있는 지구력이 더 중요하다. 마라톤에서는 초반에 과속하게 되면 곧 지쳐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단기간에 무리하게 경제성장을 이루더라도 이후에 성장이 멈추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경제성장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해야만 한다.



한편 간혹 정책 담당자들은 의욕이 앞선 나머지 종종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성장전략의 전체적인 방향이 잘못됐을 수도 있고 구체적인 전략 산업을 잘못 선택했을 수도 있다. 잘못된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됐을 경우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되돌리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정책 방향이 올바른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만일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 즉각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정책이 경제 논리에 입각해 적절하게 수립되고 추진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냉철한 논리에 바탕을 두고 실행 가능성과 효과성·효율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볼트를 마라톤 선수로 선발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엄밀한 분석과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할 것이다.

저소득국이 우리의 성장 경험에서 교훈을 얻기를 원하는 가운데 우리도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경제의 역동성이 저하되고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위기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조급하고 무리하게 추진된 정책,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경제 원칙에 반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구체적인 정책은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경제 정책의 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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