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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자본·노동과 같은 생산요소…일자리 줄지 않고 진화할 것"

'AI와 미래사회 대응' 전문가 좌담

-본지·전자부품연구원 공동주관

  스마트공장 구축시 생산성 10배 늘고 고용도 유지

  노동자 역할 변해 10년전과 다른 일하게 됐을 뿐

  AI 기술 개발, 특정국가·기관 혼자서는 완성 못해

  개방형 R&D·협력형 R&D 방식 등으로 강화해야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전자부품연구원(KETI) 본원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전자부품연구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인공지능(AI)와 융합하는 미래사회와 대응방안’ 좌담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경남(왼쪽부터) 셀바스AI 대표, 남철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육성팀장, 저스틴 카셀 카네기멜런대 교수, 박청원 KETI 원장,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본부장. /성남=송은석기자




제조업과 금융업 등 전통산업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할 때 기존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의 업무환경이 개선돼 국가경쟁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아울러 인간의 삶에 이로운 쪽으로 AI를 활용하되 사용자와 개발자가 기본적인 윤리 안에서 ‘인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울경제신문과 전자부품연구원 공동 주관으로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전자부품연구원(KETI) 본원에서 열린 ‘인공지능(AI)와 융합하는 미래사회와 대응방안’ 좌담회에서 정부·학계·산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산업에 AI 기술을 적용함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근무환경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청원 KETI 원장은 “지멘스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후에 생산성이 10배 이상 늘었고 기존 직원들의 고용이 유지됐으며 업무도 편해졌다”며 “시대가 변함에 따라 노동자의 역할도 변해 10년 전과 다른 일을 하게 됐을 뿐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의 AI 기술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제조업 기반이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AI 활용도를 높이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AI 소프트웨어 개발기업 셀바스AI의 김경남 대표도 AI의 발전으로 인해 노동자의 효용이 커질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김 대표는 “정해진 시나리오 안에서 답변하는 음성 대화형 챗봇을 콜센터 서비스로 활용하면 감정노동자들이 느끼는 업무환경의 질은 한층 높아지게 된다”며 “예를 들어 각종 금융기관과 기업의 콜센터 직원이 직접 고객과 통화하기 전에 로봇이 먼저 간단한 내용을 처리한 후 정해진 틀 안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만 직원이 서비스하는 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남철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육성팀장은 액센츄어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결국 AI는 하나의 정보통신기술이 아니라 자본·노동과 결합돼 새로운 생산성 요소가 됐다는 의미로 확장해볼 수 있다”며 강조하는 한편 “지난해 맥킨지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AI 기술은 오는 2030년까지 약 460조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남 팀장은 “AI가 기존 산업에 활용되면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교통체증 해소, 치매 예방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AI가 가져올 미래 사회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AI 기술의 현주소와 개선해야 할 점도 논의됐다. 저스틴 카셀 카네기멜런대(CMU) 교수는 “AI의 하나인 머신러닝(딥러닝)은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단점이 있다”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창출하지 않을뿐더러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현상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머신러닝을 맹신하기보다는 데이터의 특성에 맞게 알고리즘을 제대로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본부장도 최근 출시한 AI 스피커 ‘누구’를 언급하며 소비자의 기대에 비해 기술력이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박 본부장은 “제품을 만든 직후 사용자 테스트를 하면서 스피커를 일주일 정도 제공했는데 소비자들이 이미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인화시켜서 사람처럼 대하더라”며 “사람들은 스피커가 본인의 말을 알아듣고 본인을 위해 무언가 해주기를 바랐지만 언어와 문맥에 대한 이해가 낮기 때문에 종종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사용자들은 스피커에 대고 ‘심심해’ ‘우울해’ ‘사랑해’ 등 교감의 언어를 많이 말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기계라고 인식하면서도 소비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존재를 필요로 하는 만큼 사회적 인지 능력을 갖춘 AI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사례를 들어 AI 기술의 부족함을 짚었다. 그는 “일곱살짜리 아이가 아마존의 음성인식 AI 비서 ‘알렉사’에게 인형의 집 놀이를 하자고 말하자 알렉사는 즉각적으로 인형의 집 완구를 주문해버린 사례가 있다”며 “맥락에 맞지 않는 AI의 작동으로 사용자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책임소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 기반 사진 편집 애플리케이션인 ‘페이스앱’에서 ‘인기(hotness)’ 필터를 선택해 사진을 보정하면 사진 속 사람의 피부 톤이 하얗게 표현돼 인종차별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사건으로 페이스앱의 최고경영자(CEO)가 나서서 사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원장은 “AI가 ‘인간다움’의 수준으로 진화하거나 친밀감 높은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고 사용자의 의도와 사회 가치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이질감과 거부감이 AI 서비스의 사용성·필요성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속하면서도 신중한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AI 연구개발(R&D)과 관련해 남 팀장은 과거의 제안요청서(RFP) 형태의 R&D 방식과 달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방·협력형 R&D 방식이 정말로 필요한 때가 왔다고 강조하면서 “전자부품연구원(KETI)과 카네기멜런대가 사회적 인지 AI 개발을 위해 협업하고 있는 것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정부는 경제·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시하고 연구자들은 그 문제를 자유롭게 해결하는 R&D 챌린지 방식으로 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 문제에 대한 제언도 나왔다. 카셀 교수는 “AI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지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삶을 위해서 주체적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AI는 인간다움의 큰 틀 안에서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에게 이로운 쪽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남=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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