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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법제화해도 소송 땐 소용없어...노사 '임금체계 개편 대타협' 우선돼야

<대기업 15% '통상임금 소송 리스크' 노출>

노사 분쟁 땐 서로 불행 인식

정부도 적극 중재·지원 필요





지난 2013년 12월 역사적인 판결이 하나 나왔다. ‘정기·일률·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었다. 우리나라는 대다수 기업이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판결은 노동계와 재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판결의 메시지는 간명했다. ‘노사 모두에게 불행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넣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전국의 사업장들은 임금체계 개편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은 노사 간 합의를 보지 못해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넣지 못했다.



최근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기아자동차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기아차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넣는 대신 다른 기업에 비해 이미 통상임금 범위가 넓은 편이니 타협을 통해 조정하자고 노조에 제안했다. 기아차는 2010년 기준 일반직 근로자의 통상임금에 직급수당·직책수당·근속수당·본인수당·가족수당·연구수당 등 11가지 수당을 포함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노조는 타협을 거부했고 임금체계 개편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는 7년에 걸친 지난한 소송전이었다.

기아차 노조는 소송 1라운드에서 4,223억원 배상이라는 승리를 이끌어냈지만 결과적으로는 노동자에게도 이로울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가 임금 배상으로 경영이 어려워지면 결국 인력 구조조정, 인건비 절감 등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에 딸린 3,000여곳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당장 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사정이 어려워질 위험에 처했다.





문제는 노사 모두에 불행한 소송에 노출된 기업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종사자 1,500명 이상의 대기업 가운데 15%는 대법원 판례 취지대로 임금체계 개편을 하지 못했다. 정부가 13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인데 종업원 1,500명이 넘는 기업이 500곳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70~80곳이 소송에 노출된 셈이다. 또 신의성실의 원칙이 인정되는 사례가 줄면서 현재 소송 중인 115곳 역시 패소할 위험이 있다. 더욱이 최근 법원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잇따라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직 소송을 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신규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일부 대형마트 노조는 기아차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소송만 걸리면 웬만하면 지는 공공기관의 경우도 추가 소송 리스크가 높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임금체계 개편만이 통상임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이를 위한 노사 대타협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하게 하도록 법을 고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은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통상임금 범위는 2013년 대법원 판결로 이미 명확해진 상태”라며 “대법원이 합리적인 신의칙 기준을 마련하고 노사가 기존 노사합의 정신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통상임금 관련 임금체계 개편을 못한 사업장을 상대로 노사 합의를 이룰 수 있게 적극적인 중재와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노사도 법적 분쟁으로 가면 모두가 불행해진다는 의식을 갖고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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