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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자본주의로 위기의 자본주의 구하라”

마크 와인버거 EY 회장, 글로벌 기업들과 ‘제방 프로젝트’ 추진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가치 창출하는 기업 평가 지표 개발 중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초대형 금융회사들을 파산시키는 것은 물론 세계 경제를 오랜 침체의 늪에 빠뜨렸다. 몇 년 뒤인 2011년에는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를 앞세운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미국 최고 부자 1%에 저항하는 99% 미국인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 사건들은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진 불합리, 불평등 같은 결함을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계기가 됐다. 이즈음부터 서구 사회에서는 자본주의 위기론이 심심찮게 제기됐으며, 나아가 기존 자본주의의 한계와 폐단을 극복하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모색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른바 ‘포용적 자본주의(Inclusive Capitalism)’라는 실천 운동도 등장했다. 주목할 것은 세계 굴지의 기업들과 자산운용사들이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Ernst & Young·언스트앤영)도 중요한 플레이어 중 하나다. 마크 와인버거(Mark A. Weinberger) EY글로벌 회장에게서 포용적 자본주의 확산을 위한 활동에 대해 들어본다.


마크 와인버거 EY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포용적 자본주의 연합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마크 와인버거 EY 회장은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전략 자문위원을 맡아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생산성 향상 등에 대한 조언을 하고 있다. 그는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재무부 차관을 역임하는 등 역대 미국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해왔다.

또한 와인버거 회장은 현재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기업협의회 회원, 러시아 외국인투자자문위원회 공동의장, 상하이 국제기업가자문회의 의장, 미국-영국 비즈니스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글로벌 비즈니스 무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7월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EY의 ‘글로벌 최고 경영진(Global Executive·GE)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EY의 GE 미팅이 개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Y의 한국 회원사인 EY한영(서진석 대표)이 4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하는 등 국내 빅4 회계·컨설팅 법인 중 가장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었다. 업계에서는 EY한영이 내년이면 빅4 중에서 2위권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또 한국의 높아진 경제적 위상도 GE 미팅 개최의 배경이었다는 게 EY한영 측의 설명이다. 와인버거 회장은 방한 기간 동안 국내 주요 기업 대표들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드러냈다. “한국 기업들의 유명 브랜드는 매우 강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EY는 세계 곳곳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한국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죠. 한국 기업들은 미국 실리콘밸리나 유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제 생각에는 파괴적 혁신과 고객경험을 창출하는 새로운 방식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 와인버거 회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포용적 자본주의’다. 포용적 자본주의는 기업이 주주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주주 자본주의’를 탈피해 임직원, 지역사회,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믿음을 토대로 한다. 아울러 기업들이 분기별 수익 같은 단기적 목표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주도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깔고 있다. 요컨대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성장’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업 활동의 방향을 재정립하자는 것이다.




성장·이익 우선주의가 낳은 ‘4 불’ 극복해야

포용적 자본주의가 처음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4년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포용적 자본주의 회의’를 통해서였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찰스 윈저 영국 왕세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세계적인 저명 인사들과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이 참석한 이 회의의 문제의식은 한마디로 자본주의를 개혁하자는 것이었다. 성장 및 이익 우선주의가 낳은 불합리, 불공정, 불평등, 부조리 등 이른바 ‘4불(不)’ 문제를 극복해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하자는 게 요지다. 이 국제회의를 계기로 ‘포용적 자본주의 연합(The Coalition for Inclusive Capitalism)’이라는 글로벌 조직체가 출범하게 됐다. 마크 와인버거 EY 회장은 그 핵심 멤버로 활동 중이다.


Q. 포용적 자본주의 이슈에서 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요
“무엇보다 포용적 자본주의 연합을 들 수 있겠죠. 이 단체는 세계적으로 다양한 컨퍼런스를 개최해왔습니다. 물론 EY도 함께 힘을 보태고 있죠. 포용적 자본주의 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또 여러 가지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인력과 데이터도 제공하고 있죠.
우리의 목표는 EY가 활용할 지표나 기준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포용적 자본주의 연합의 프로젝트로부터 얻는 정보들은 공유될 겁니다. 즉 ‘오픈 소스’로 제공된다는 뜻입니다. 재무적인 지표가 아니지만 자산 소유주나 관리자, 기업들이 가치 있는 지표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게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규제 당국이나 표준을 만드는 기관의 동의를 얻어 내야겠죠. 지금 우리는 몇몇 산업을 대상으로 포용적 자본주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가 가치 있을 것인지를 파악해나가는 시험 단계에 있습니다. 우리가 얻어낸 정보나 지표는 규제 당국을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도 공개할 겁니다.”


Q.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이 기업들의 이슈가 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습니다. 포용적 자본주의와 CSR은 어떤 차이점이 있습니까.
“만약 재무상태를 보지 않고 기업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거냐고 묻는다면 당신은 뭐라고 말할 건가요. 아마도 답변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게 바로 우리가 포용적 자본주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포용적 자본주의에서는 단지 재무상태만을 보지 않습니다. 재무적인 지표 외에 가치 있는 기업을 판단할 수 있는 요인을 찾는 거죠. 저는 직원들의 참여와 행복을 그 예로 생각합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와 연구도 포함될 수 있겠죠.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에서 수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피고용자들이 익명으로 자기 회사에 대해 다각도로 쓴 글도 접할 수 있죠. 즉, 컴퓨터와 데이터 분석을 이용하면 재무상태 외에도 투자자들에게 가치 있는 기업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겁니다. 기업들 스스로도 재무상태 외에 다른 것들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죠. 예를 들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성장 계획이나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한 투자 상황 등이죠. 그런데 이런 말을 하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회계 원칙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당국의 규제를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업을 바라볼 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어떤 기준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겁니다. 또 다시 예를 들자면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직원에 대한 투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대한 투자 등입니다.
이런 요소들은 사회적 대의명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입니다. 바로 이 대목이 포용적 자본주의와 CSR이 다른 점입니다. CSR은 기업들의 사회공헌(또는 봉사) 활동 성격이 강합니다. 어떤 기업이 CSR을 한다고 해서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죠. 우리는 기업들이 자선의 관점에서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이냐가 아니라, 장기적인 가치를 위해 취해야 할 전략과 운영방침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마크 와인버거 EY 회장은 지난 7월 한국에서 개최된 EY 글로벌 최고경영진 미팅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EY, ‘포용적 자본주의 연합’서 선도적 역할

EY는 포용적 자본주의 연합에서 선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제방 프로젝트(The Embankment Project)’로 명명된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의 선봉에 섰다. 제방 프로젝트라는 용어에는 위기의 자본주의가 붕괴되지 않도록 말 그대로 ‘제방’을 쌓는 작업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제방 프로젝트의 목표는 새로운 기업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거의 전적으로 재무제표에 의존해왔다. 그런 터에 EY는 제방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들의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제시하겠다는 야심찬 행보에 나선 것이다.

새로운 지표는 기업들이 단지 자신과 주주만이 아니라 임직원, 고객, 정부, 비정부기구(NGO), 지역사회, 환경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 얼마나 충실한지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재무제표에 의존했던 기존의 기업 평가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제방 프로젝트에는 유니레버, 듀폰, 존슨앤드존슨, 네슬레, 펩시, 알리안츠, 피델리티, JP모간 등 21개의 글로벌 기업과 자산운용사 등이 동참하고 있다. 이 기업들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만 해도 총 20조 달러가 넘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제방 프로젝트의 멤버들은 18개월에 걸쳐 새로운 기업 평가 지표를 개발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에 힘을 합치게 된다. EY가 지표를 개발하면 멤버 기업들이 그 실효성에 대한 조사와 시험, 조정 등의 절차에 동참하는 방식이다. 제방 프로젝트에는 학자, 규제기관 관계자, 국제표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고문단도 함께한다.

제방 프로젝트는 주주는 물론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기여하는 기업의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기 위한 초유의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주주 자본주의의 폐단, 나아가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업 평가 지표 개발에 발벗고 나선 EY와 참여 기업들의 노력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는 평가다.




Q. 당신이 포용적 자본주의 연합과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오늘날에는 24시간 쏟아지는 뉴스, 소셜미디어, 애널 리스트 보고서, 행동주의 투자자 등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기업 가치에 대해 신속한 답을 얻으려고 혈안이 됩니다. 뭔가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즉각적인 정보를 얻으려 하고, 그 때문에 기업들은 매우 단기적인 생각만 하게 됐어요. 문제는 단기적으로 생각하면 미래를 위해 투자하지 못하고 기회를 포착하지도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무적인 정보를 넘어 고려해야 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재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기업 경영자들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습니다. 이제 경영자들은 다음 분기 실적뿐 아니라 장기적인 전략, 장기적인 투자 대상, 기업 가치 제고 방안 등에 대해 더 많이 설명해야 합니다.
제가 몇 년 전 스타벅스 CEO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직원들의 의료비에 많은 지출을 합니다. 또한 모든 직원이 온라인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어요. 그런데 스타벅스는 직원들을 위해 추가 지출을 하지 않으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제가 스타벅스 CEO에게 물었어요. ‘왜 바리스타가 대학 학위를 받아야 하느냐’고요. 학위를 가지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랬더니 그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교육을 받으면, 경제는 더 빨리 성장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비싼 커피를 구매할 수 있다’고 답하더군요. 바로 이것이 포용적 자본주의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벅스 CEO는 단기적인 보상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옳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많은 CEO들이 그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Q. 포용적 자본주의 실현을 위해 정부가 기여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정부도 역할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포용적 자본주의 관점에서 근로자들과 복리후생비의 관계나 비정규직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또 거래나 교역의 표준도 들여다봐야겠죠.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그냥 기다려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정부가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들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기업들이 포용적 자본주의가 제기하는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돼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건 우리를 비롯한 모든 기업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김윤현 기자 unyon@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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