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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셀트리온 내부거래 조사,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에서 맡게 된 이유





셀트리온이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2012년 세계 최초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을 출시하고 우리나라와 유럽, 미국 보건당국의 판매허가를 받는 데 성공하면서 국내 최대 바이오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인데요. 이 셀트리온이 자산 규모 5조원 기준을 넘기면서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새로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포함됐습니다. 공정위는 지난 4일 대기업집단 명단을 발표하고 해당 기업들의 내부거래, 지배구조 등의 현황 파악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바이오기업인 이 셀트리온의 내부거래 현황 분석을 공정위 어느 과가 담당하고 있는지를 보면 뜻밖입니다. 시장감시국 서비스업감시과인데요. ‘뜻밖’이라는 이유는 공정위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업무 분장에 따르면 보건의료 산업에 대해선 서비스업감시과가 아닌 제조업감시과가 담당하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실제 제조업감시과는 이제까지 의약품 리베이트 조사,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영향분석 등 보건의료 분야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감시를 담당해왔습니다. 지난해 12월 제약·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을 포함한 지식산업 분야를 전담하는 지식산업감시과가 신설되긴 했지만, 감시하는 ‘불공정’ 행위 영역이 기존 제조업감시과와는 좀 다릅니다. 지식산업감시과는 이 분야의 독과점 남용이나 지식재산권 관련된 정책·제도 쪽을 주로 보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관련 내부거래 감시와는 다른 영역입니다.

셀트리온을 제조업감시과가 아닌 서비스업감시과에서 담당하게 된 데 대해 공정위의 설명은 간단합니다. 셀트리온의 경우 전통적인 보건의료 산업보다는 서비스업에 더 가깝지 않냐는 얘기가 내부에서 나왔다는 겁니다.





이런 공정위의 판단은 셀트리온과 높은 비중으로 내부거래를 하고 있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기업 성격 때문일 수 있습니다. 지주회사인 셀트리온홀딩스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제조를 담당하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 제품의 유통·판매·마케팅을 전담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갖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생산하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를 넘겨받아 전 세계에 판매하는 ‘내부 분업’ 구조입니다. 셀트리온이 개발했거나 개발 예정인 모든 제약품의 판매권은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독점 보유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가 판매허가를 받기 전이라도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일정량을 먼저 사들여야 합니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 매출의 상당 부분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거래에서 나옵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매출의 82% 수준이었는데요, 그만큼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셀트리온의 내부거래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의 거래가 되는 거죠.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통, 마케팅 등 서비스산업에 특화된 서비스업감시과가 셀트리온을 맡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사실 애초에 이렇게 ‘깊은 뜻’까지 있었던 건 아니라는 후문도 나옵니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대상 기업이 워낙 많다보니 조사의 효율성을 위해 담당 과는 편의에 따라 나눠놓았을 뿐”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취지를 생각해보면 업종별 구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에 대해 “내부거래가 있다고 해서 그 자체가 바로 ‘일감 몰아주기’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라며 “업종이 무엇이든 어차피 개별적으로 들여다보고 해당 시장의 성격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당국의 설명에도 업계는 불안한 눈치입니다. 최근 네이버의 총수(동일인) 지정을 계기로 대기업집단 규제의 업종별 구분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공정위가 ‘업종별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라서 그렇습니다. IT, 바이오 등 신산업 업계는 재벌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자본금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된 오랜 규제의 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바이오제약처럼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길지 않은 첨단기술산업에 대해서는 업종 특성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한데, 30년 된 낡은 규제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집단 제도는 1987년 도입됐습니다.

실제 바이오업계는 지난해에도 셀트리온의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대기업집단 규제를 업종별로 세분화 해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셀트리온 관계자는 “국내에는 바이오시밀러와 같은 특수의약품을 유통하는 기업이 없어 계열사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것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공정위가 조사하는지 여부도 아직 확인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괜히 말을 꺼냈다가 더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모두 목소리 내기를 꺼리고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포함한 대기업집단 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해당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합니다. 한 국책연구원 연구원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서 정상 가격·거래조건에 비해 내부 가격과 거래조건이 현저히 낮거나 높으면 문제가 되는데, ‘정상’ 가격과 거래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률적이고 확립된 기준은 없다”며 “산업의 특수성을 규제 판단에 어떻게 명시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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