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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구성섭의 가계부만큼 쉬운 재무제표<1>

<프롤로그> 재무제표 보는게 어렵다고?

재무제표는 회사의 가계부일 뿐이다!

구성섭 회계사




개인들의 가계부나 용돈기입장은 누구나 안 배워도 쓰는데, 회사의 가계부인 재무제표는 왜 어려워 하는가?

재무제표는 회사의 가계부일 뿐이다! 그러니 재무제표가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필자와 함께 천천히 회사의 가계부인 재무제표 보는 법에 푹 빠져보자. 재무제표만 잘 봐도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하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① 개인의 가계부 vs 회사의 가계부(재무제표).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

개인의 가계부와 회사의 가계부(재무제표)의 가장 큰 차이점 두 가지만 알면 된다. 첫번째 차이점은 개인은 가계부를 작성할 때 현금기준으로 작성하지만 회사의 가계부는 그렇지 않다. 가계는 돈이 들어와야 수입(+)으로 잡고 돈이 나가면 반드시 지출(-)로 잡는다. 이에 반해 회사의 가계부는 현금이 들어오지 않아도 비용과 수익에 대한 사건이 발생하면 기록한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기업은 외상거래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물건을 팔면서 돈 대신 어음 받았다고 회사의 장부에 아무것도 적지 않는다면 최고경영자(CEO)는 얼마나 속상하겠는가? 그래서 돈을 받든 안 받든 물건을 팔고 인도하면 회사는 가계부에 수익(매출)으로 적는다. 두번째 차이점은 개인은 가계부를 한 줄로 작성하지만 회사는 두 줄로 적는다는 것이다. 두 줄로 적는다는 뜻은 그 무시무시한 왼쪽(차변)과 오른쪽(대변)을 동시에 적는 복식부기를 말한다. 절대 놀라지 마라! 왜 회사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가계부를 작성하는지 그렇게 두 줄(복식부기)로 적는 게 얼마나 여러분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는지 이해시켜 줄 것이다.

②놀라운 사실! 필자의 가계부는 회사처럼 두 줄로 작성한다.

필자의 가정은 가계부를 회사처럼 두 줄, 곧 복식부기로 작성한다. 더 놀라운 것은 회계사인 필자가 아닌, 미술을 전공한 와이프가 작성한다는 사실이다. 재무제표 쉽게 읽고 작성하는 법은 사실 와이프한테 가장 많이 알려줬다. 약 10년간 매일 한 시간씩 잠자기 전에 누워서 알려줬으니, 풍월을 읊을만 하지 않는가?

필자는 약 10여년을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했다. 얼마 전에 퇴사를 하고 개업을 했는데, 생각보다 영업이 되지 않았다. 거래처 사장님 앞에서 아무리 똑똑한 척해도 미팅이 끝나고 세차도 안된 구형 소형차를 타고 가는 필자의 모습을 보고는 연락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1억짜리 고급승용차를 하나 지르기로 했다. 그리고 그날 밤 집에 가서 와이프한테 말했다.

일단 많이 놀라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우리 집의 가계부는 개인들처럼 현금기준으로 그것도 한 줄로 적지 않는다. 대변에 현금 1억원이 나갔지만, 차변에 회사는 꼭 비용으로 적지 않아도 된다. 회사는 돈을 쓰고도 자산이라고 적을 수 있다. 이것이 복식부기의 위대함이다. 생각해봐라. 회사는 건물을 사면서 그 큰 돈을 지출하고도 비용으로 바로 적지 않고, 자산이라고 장부에 적지 않는가? 여기서 생각하지 못한 중요한 개념이 나온다.



③사실 재무제표에서 자산은 돈(현금)을 쓰고 자산이라고 우긴다

자동차를 사기 위해 1억원이라는 큰 돈을 쓰지만, 자산이라고 하면 된다. 그리고 필자는 다른 사장님처럼 3년마다 차를 자주 바꾸지도 않고, 20년 타겠노라고! 그러니 1억을 20년으로 나누면 한 해에 500만원씩만 비용(-) 처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감가상각이다.

회사는 장부를 두 줄로 적기 때문에 현금을 쓰고도 자산이라고 한번 우길 수 있다. 다만 회사도 현금이 나갔다는 부담감에 언젠가는 비용처리 하는 것이다. 그것이 감가상각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가치가 아예 안떨어지는 토지 같은 경우는 감가상각하지 않는다)

그러자 와이프는 말도 안된다고 거절했고 필자는 즉각 반발했다. “당신이 회사의 가계부(재무제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회사는 1억이라는 현금을 쓰지만 그 이상 벌어낼 자신이 있기 때문에 자산이라고 잡을 수 있는 거야”

그랬더니 와이프가 대답했다. “나는 누구보다 재무제표를 완전히 이해했어. 회사가 현금을 쓰고 자산이라고 우길 수 있는 것은 그 이상으로 벌어낼 확률이 높기 때문이야. 제조업 사장님들이 3년에 한 번씩 차를 바꾸는 것은 3년 안에 그 자동차값 이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인데 사업자인 당신이 20년 탄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영업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지”

한방 먹었다. 필자가 와이프한테 재무제표를 너무 많이 알려준 거 같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구형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④Summary. 자산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려라

회사가 장부를 어려워도 두 줄로 작성하는 이유는 현금을 쓰고도 자산이라고 한 번 우길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부터 재무제표(재무상태표)에서 현금을 제외한 실물자산은 반드시 회수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게 회수되지 않는다면 대재앙이 돌아온다. 왜냐하면 자산은 회사가 현금을 지출하고도 자산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필자가 허세에 물들어 1억원이라는 분수에 맞지 않는 자동차를 돈주고 사고 자산이라고 우기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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