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서울경제TV 이진우의 기센부동산][칼럼] 부동산 시장의 라쇼몽 효과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말 중에 라쇼몽 효과란 말이 있다.

인간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는 말이다. 유래는 일본의 영화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가 1950년 찍은 영화 ‘라쇼몽’에서 유래한 용어다. 숲 속에서 산적을 만나 칼에 찔려 죽은 사무라이. 사무라이 남편과 함께 있다 겁탈당한 아내. 영화는 사건 관련자 진술이 제각기 다른 이유를 다룬다. 아내는 자신을 경멸하는 남편에게 화가 나, 산적은 결투 끝에 사무라이를 죽였다고 말한다. 영매사 몸에 빙의한 사무라이는 치욕감에 자살했다고 한다. 이런 차이는 서로의 이해관계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주거안정을 목표로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했고, 이후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분당구·수성구), 분양가상한제 기준 완화 등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라쇼몽 효과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그중 시장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의 다름을 보여주는 것이 분양가 상한제다. 먼저 내용을 알아보자.

노무현 정부는 2005년 8·31대책의 후속 조치로 판교신도시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다. 분양가원가연동제는 공공택지를 공급받아 건설 공급하는 공동주택에 한해 실시 됐으나 2007년 4월 주택법이 개정돼 분양가상한제로 바뀌어 적용됐다. 그러나 이후 공급물량이 급감해서 전월세 가격의 급상승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자 2015년 4월부터 민간 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사실상 폐지됐다. 과거형이기 때문에 현재는 맞지 않다는 얘긴지, 아니면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는 것인지 부동산 전문가인 필자도 그쪽의 다른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의견의 다름은 심플하다. 먼저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몰릴 가능성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는 국토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주거, 생활편의, 환경 그리고 투자재로써의 개발 압력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바로 강남이다. 그런데 현 정부에서 모든 투기 세력이 모여 있는 지역과 세력으로 판단하는 강남의 대부분 아파트들이 1970년 초부터 1980년 말 까지 건설됐다. 쉽게 비교해 보겠다. 우리나라 1979에서 1980년 사이의 국내 총 생산액인 GDP가 얼마였을까?

통계청과 한국은행 자료를 찾아보면 1970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GNI)은 254달러, 1977년은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1,000달러를 돌파해 1,034달러를 기록한 해다. 동시에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한 해이기도 하다. 1986년은 무역흑자의 元年(원년)으로 기록된다. 5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을 마무리 짓던 해였다. 1인당 GDP는 2,643달러. 한국의 수출이 수입을 처음으로 넘어 49억940만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현재 수출 총액은 2016년 기준 4,970억 달러다. 무역수지는 930억 달러 흑자로 추정된다고 한국무역협회는 보도 자료에서 밝혔다. 지금 한국 경제의 위치는 어떨까?

먼저 한국은행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이 집계한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4,112억달러(약 1,589조7,168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캐나다(1조5,298억달러) 다음으로 큰 규모로 세계 11위에 해당한다.

또한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6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561달러(3,198만4,000원)였다.

세계 경제 11위의 경제 선진국화된 대한민국, 그것도 가장 경제력이 좋다는 강남 지역에 사는 국민들에게 정부가 어떤 식이든 인위적 가격 통제를 한다는 자체가 정부가 주장하는 보편적 주거복지에는 맞는지 모르겠지만, 시장 경제 특성상 너무 당연한 욕구이고 시장의 흐름이다.

당장 시장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발표 이후 언론의 기사 제목이다. “이번엔 2억 ‘개포 로또(레미안강남포레스트)’… 몸 값 낮추는 강남 재건축”, “강남 재건축 억눌러 집값 다잡기… 떨고 있는 대어들, 분양가상한제 사실상 부활, 강남4구· 마포· 용산· 성동구 등 분양가 상한제 ‘사정권’에 사업지체로 공급 막히면 집값 상승 악순환 우려”



필자가 진행하는 ‘서울경제TV 이진우의 기센부동산’에서 필자가 시청자들께 강조하는 방송 멘트가 있다. ‘매체의 프레임에 속지 말자’다. 이런 기사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규제를 가해 인위적으로 공급이라는 시장 경제의 한 축을 누르면 그 부작용은 반작용에 의해 정부가 얘기하는 ‘서민 주거 안정’이란 목표는 말 그대로 요원한 일이 될 것으로 필자는 확신하다. 시장의 법칙은 아주 정확하다 바로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다. 공급 측면을 보겠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의 ‘돈 되는 아파트, 돈 안되는 아파트(위즈덤하우스)’ 저서 내용을 인용해 보겠다.

“ 공식적으로 정의된 개념은 없지만, ‘주택 노후도’란, 건물이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아파트의 재건축 기준이 준공 후 30년이므로, 주택노후도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중략)”

“우리나라 주택 노후도는 전체 주택을 기준으로 18%에 달한다. 전체주택 중 18%인 267만 호가 준공된 지 30년이 넘었다는 이야기다. 30년을 초과한 주택 뿐 아니라 20~30년 된 주택들도 역시 노후가 임박한 것이어서, 준공된지 만 20년 이상 된 주택 수는 총 1,637만 호 중 716만 호로 44%에 해당한다.(중략)”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 980만 호 중 30년 이상 된 아파트는 50만 호 정도로, 전체 아파트의 5.1%이니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2015년 기준). 그런데 곧 노후화될 20~30년 사이의 아파트는 276만 호로, 약 5배나 증가하여 전체 아파트의 28.2%를 자치한다. 즉, 20년 이상 된 아파트는 전체 326만 호이고 이는 전체 아파트 수의 33.3%에 달한다. 아파트 세 채 중 한 채는 노후화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건축물에 단순히 ‘물리적 수명’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의 생애주기가 이토록 짧은 것은 물리적 수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수명이 다 된 것이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도시화와 산업 발전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집을 구성하는 세대원의 변화도 급변했다. 가족의 구성도 과거에는 대가족에서 4인 가족, 3인 가족으로 변화했고, 지금은 1인 가구의 비중이 높다. 이렇게 변하는 데 50년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서 20~30년 된 아파트 평면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다. 1999년 이전에 준공된 집은 방 크기가 과하게 크고 수납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기능 측면에서 현대식 아파트의 평면을 따라가지 못한다.” 필자는 채상욱 연구원의 이런 주장에 100% 동감한다.

아이가 자라고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지역 개발이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 낡고 불편한 집, 지역에 살고 싶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단지 고분양가나 비싼 가격의 주택 가격만이 문제가 될 뿐이다. 그래서 더욱 시장 자유 경쟁에 맡겨야 한다. 지금은 이렇게 인위적으로 수급 불안정을 초래한 규제 정책이 필요한 때가 아니라, 요즘 유행하는 ‘부동산 핀셋 정책’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더 이상 ‘라쇼몽 효과’처럼 또는 요즘 유행하는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신조어)처럼 일방적 이상만 가지고 있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 공급이 부족한 서울 등 지역에는 양질의 새 집을 공급하고 일부 미분양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에는 조정 할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이진우 ㈜오비스트 대표이사. / 사진제공=㈜오비스트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창신 기자 SEN경제산업부 csjung@sedaily.com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