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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없는 건보 보장성 강화

급여전환 3,800개 비급여 항목 중
한방치료는 16개뿐…형평성 잃어
한의사 치매진단 규제 등도 발목
한방 병·의원 환자 엑소더스 우려



'한방' 없는 건보 보장성 강화
문재인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반 병·의원과 종합병원에 비해 별다른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한방(韓方) 병·의원 이용자의 ‘엑소더스(대탈출)’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치료에 필수적인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의료행위 800여개, 치료재료 3,000여개)에 대해 예비급여 등의 형태로 건강보험 적용을 해줄 방침이지만 이 가운데 한방 관련 항목은 0.4%인 16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2일 보건복지부와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건강보험 비급여 목록에 올라 있는 한방 검사료·시술료·처치료 항목은 맥파검사를 비롯해 사상체질검사, 약침술, 한방물리요법 등 1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본인부담이 줄어드는 일반 병·의원 등 양방(洋方) 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반면 비급여 목록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한 한방 의료행위와 치료재료들은 본인부담 완화 혜택을 받지 못해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정교하지 못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양·한방 의료 간 불공정 가격경쟁을 구조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치매 국가책임제’ 시행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되는 치매 진단·치료 분야가 대표적이다. 한의계에서는 그동안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치매 전(前)단계인 가벼운 인지장애, 혈관성 치매 환자 등에게 침·뜸·한약 치료를 해왔다. 침·뜸은 질병의 종류와 무관하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부산시 한의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벼운 인지장애자 200명에게 6개월 동안 하루 2회 한약을 복용하게 하고 주 2회 침 치료를 한 결과 인지평가점수가 치료 전 20.37점에서 23.26점으로 올라가고 82%의 치료만족도를 보였다.

하지만 치매 진단에 필요한 기본적인 설문검사 등의 경우 양방 의사들은 진료과목에 상관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한의사들은 신경정신과 전문의만 할 수 있다. 한의사들은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제한도 받고 있다. 치매를 늦추는 효과가 있는 한약제제 ‘억간산’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경과민·불면증 등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억간산은 가벼운 인지장애와 치매로 인한 공격적 행동을 억제하며 침 치료는 그 효과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를 포함한 30개 질환에 대해 한방 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임상연구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재검증한 뒤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이전 정부의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도 한방 치료에 대한 예비급여 등 조기 적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표준임상진료지침이 개발된 허리 디스크와 아토피 피부염 등 7개 질환은 오는 2020년까지, 표준지침이 없는 치매·중풍(뇌졸중)·고혈압·알레르기성 비염·감기·척추관협착증 등 23개 질환은 2021년까지 임상연구를 마칠 예정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30개 한방 진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4~5년 뒤에나 가능하다.

신흥묵 한약진흥재단 원장은 “양방 비급여는 빠르게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수천년 동안 나름의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아온 한방 의료와 한약에 대해 표준화를 전제로 적용을 미룬다면 한방 병·의원 이용자만 더 큰 부담을 떠안는 불공평한 구조가 10~2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의계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한방 의료행위·치료재료 가운데 예비급여 항목으로 넣을만한 것들을 선별하고 치매 등 진단에 필요한 의료기기를 한의사들도 사용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 양·한방 의료계 간 공정 경쟁을 보장하고 양·한방 협진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성훈 경희대 한방병원 신경정신과장은 “중앙·광역 치매센터, 보건소 등 치매관리 전달체계와 건강보험에서 한의사와 한의약이 철저하게 배제돼 있다”며 “양·한방 통합 치매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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