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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구멍 뚫린 무연고死 관리] 올 무연고死 17명이라더니...기초수급자 포함시키니 2배 껑충

[구멍 뚫린 무연고死 관리]

병원서 장례 대행 땐 제외...통계서 빠진 숫자 더 많아

지자체마다 처리기준 제각각...담당부처선 "모르는 일"





무연고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 관계자들과 종교단체 자원봉사자들이 무연고로 숨진 김모씨를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마지막 가는 자리에서도 가족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탐사기획팀


지난달 11일 서울시립승화원 2층에서 조촐한 장례식이 열렸다. 30년 넘게 쪽방촌에서 홀로 지내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난 김모(81)씨를 화장하고 가진 추모행사였다. 하지만 참석자 중 부모나 형제·친척 등 혈육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연락이 되기는 했지만 모두 시신 인수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같이 생활하던 쪽방촌 주민 3명과 의식을 치르기 위해 온 종교단체 회원, 그리고 장례를 대행하는 민간단체 회원들만 김씨의 영면을 지켜볼 뿐이다.

지난해 서울 모병원 영안실에 70대 남성 기초생활수급자 시신 한 구가 안치됐다. 석 달이나 지난 주검이었다. 연고자를 찾으니 서울 아파트에 사는 20~30대 자녀 3명의 연락처가 떴다. 병원에서 연락했지만 아무도 시신을 인수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결국 그는 마지막 길까지 장례도 없이 가족들에게 외면을 받으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

표면적으로 두 주검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홀로 고독하게 살다 세상을 떠났고 시신을 수습하려는 가족도 없다. 게다가 모두 기초생활수급자였다. 하지만 두 주검에 대한 규정은 달랐다. 김씨는 무연고사망자고 70대는 그렇지 않다. 정부에서 발표한 무연고사망자 수에도 김씨는 포함돼 있지만 70대는 들어 있지 않다.

무연고사망 여부는 각 시군구 지자체에서 판단해 지방정부로 보내고 이것이 취합돼 정부 통계로 잡힌다. 문제는 각 기초지자체의 무연고 판단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서울시 자치구 25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서울 중구와 성북·광진구 등 10개 구는 무연고사망자 범주에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하지 않았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연고자를 가족이나 혈족 외에 의료급여를 지급하는 자치단체장과 복지시설 장까지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의료급여를 받기 때문에 지자체를 연고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근거다.



하지만 나머지 14개 지자체는 다른 입장을 보인다. 가족이 있는데 시신을 찾아가지 않거나 가족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똑같은데 일반인은 무연고 처리하고 기초생활수급자는 제외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의 한 자치구 주무관은 “자치구마다 무연고사망자 처리 기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초생활수급자라도 가족이 포기하면 무연고로 처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뿐 아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사망하면 장례 지원을 위해 가족에게 장제급여(75만원)가 지급된다. 하지만 가족이 포기할 때는 자치단체에서 병원이나 장례식장에 의뢰해 장례를 대행하기도 한다. 이 경우 역시 무연고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지인이나 인근 주민들이 장례를 대신 치르면 무연고로 처리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고시원에서 미혼으로 홀로 살다 숨진 70대 독거인은 고아였다. 혈육이 없으니 장례를 지낼 사람도 없는 것이 당연했다. 보다 못한 주변 주민들이 동 주민센터의 동의를 얻어 시신을 거둔 후 인근 교회에서 장례를 치렀다. 그의 공식적인 연고자는 지금도 지자체로 남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연고사망자 현황이 제대로 맞을 리 없다. 서울 강남구의 공식적인 올해 무연고사망자 수는 3명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까지 포함하면 3배인 9명으로 늘어난다. 성북구는 7명에서 19명으로 껑충 뛰고 강동구도 10명으로 곱절이 는다. 이렇게 숨겨진 무연고사망자가 서울에서 파악된 것만도 71명이다.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서울시만 해도 280명을 훌쩍 넘어선다. 서울 각 자치구가 올해 시에 보고한 무연고사망자 수는 7월 말 현재 215명이었다.

이런 사례가 서울만의 특수한 경우는 아니다. 수원 팔달구도 통계상으로는 무연고사망자가 7명뿐이지만 병원이나 장례식장으로 장제급여를 지급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13명으로 늘어난다. 들쭉날쭉한 무연고사망자 기준이 지방에서도 흔하다는 의미다.

무연고사망자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고독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고독사에 대한 개념 정립과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연고사망자는 그나마 외롭게 생을 마감한 사회 소외계층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초 데이터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정부 주무부처는 이런 실태를 전혀 모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무연고사망자는 급여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가족이 포기했거나 가족이 아예 없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면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이나 병원에서 장례대행을 하는 경우 무연고사망자로 처리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송영규 논설위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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