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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베이징 한인타운 왕징에 부는 찬바람

홍병문 베이징 특파원





중국 베이징 한인촌 왕징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충격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무렵 한국인 주재원들이 베이징 시내의 아파트값을 감당할 수 없어 시내 북동부 외곽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번성하기 시작한 왕징. 이후 꾸준히 교민이 유입되며 15년 넘게 번성 가도를 달렸던 왕징의 한국 식당들은 올 들어 줄줄이 폐업이나 업종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지하철 왕징역 사거리에 위치해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했던 한국 음식점 상가 ‘한국성(韓國城)’은 사드 사태 이후 간판을 ‘미식가(美食街)’로 바꿨다. “굳이 건물 이름마저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 “조금 더 기다리면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오죽하면 한국이라는 이름표를 떼었겠느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베이징에서 장사를 하는 한국 상인들은 요즘 만나기만 하면 “이제는 중국을 떠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얘기를 하고는 한다. 국경절 연휴 기간(10월1~7일)에 베트남으로 가보겠다는 사람도 많다.

여행 얘기가 아니다. 최근 들어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아파트값이 꿈틀거리고 있는 베트남 호찌민과 하노이로 사업과 장사의 터를 옮겨 보려는 생각에서 연휴 기간 틈을 내서 현지답사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베이징에서 최근 10년간 아파트값 폭등을 지켜본 중국 교민들이 베트남을 눈여겨보는 것은 당연하다. 왕징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하며 3~4곳의 음식점을 소유한 K씨는 최근 음식점 두 곳을 판 데 이어 나머지도 조만간 정리할 생각이다. 2~3년 전만 해도 장사가 잘됐던 이들 음식점은 한때 중국에는 없는 한국식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길 수 있는 곳이었지만 지금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들 가게를 모두 정리해도 K씨가 손에 쥐게 될 현금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뜻 중국 사업을 접고 떠날 수 있는 것은 그가 3~4채의 아파트를 사뒀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각각 2억~3억원에 사들였던 아파트 가격은 이제 15억~2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K씨는 그나마 아파트를 몇 채 사둔 덕에 자신의 중국 생활이 성공작이라고 말한다. 그의 동료들 가운데 아파트를 사놓지 못한 이들은 10년이 넘는 중국 생활에서 건진 거라고는 먹고산 것밖에 없다고 푸념을 한다.

왕징에 부는 찬바람은 중국의 하반기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를 계기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왕징 상가 교민들은 국경절 연휴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가뜩이나 사드 여파로 손님이 줄어든 상황에서 연휴 기간에는 가게가 더욱 썰렁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초 춘제(중국 설)를 앞두고 벌어진 중국 당국의 소방·위생 단속의 기억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기까지 한다. ‘사드 때리기’의 제물이 된 롯데마트는 올 초 춘제를 앞두고 중국 당국의 기습 단속 철퇴를 맞아 8,000만원이 넘는 벌금 폭탄을 맞았다. 그뿐 아니다. 얼마 전에는 전기를 과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매장에 들여놓은 수억원어치의 변압기와 발전기를 압수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중국 당국에 뭔가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기도 한다. 뚜렷한 근거는 없지만 다음달 18일에 시작하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고삐를 조였던 사드 때리기 압박이 이후에는 조금 풀리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하지만 확실한 전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과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지속적인 노력이 없다면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드 문제가 한중 관계뿐 아니라 한반도 안보와 한미 관계, 남북 문제 등 많은 이슈가 얽힌 난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해결책은 당사자인 한국과 중국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찾을 수 있다. 7월 독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 시간 남짓 만난 후 아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양국 정상회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하는 이유다. /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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