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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스페셜’ 아름다운 마지막 위한 호스피스 돌봄의료의 의미





14일 방송되는 MBC ‘MBC스페셜’에서는 ‘마지막 선택, 아름다운 마무리’ 편이 전파를 탄다.

한국은 2010년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에서 발표한 국가별 ‘죽음의 질’ 조사에서 40개 조사 대상 국가 중 32위를 차지한 나라. 그만큼 죽음에 대한 인식도, 삶에서 죽음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얘기하길 꺼린다. 게다가 2015년 한해만 사망자의 75% 가량이 병원에서 숨졌다. 그리고 병원 사망자의 80% 가량이 회복가능성이 없는데도 연명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이로 인해 한국인은 전 생애동안 가장 많은 의료비를 사망 직전 6개월간 사용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연명의료에 의존하다 사망하는 경우 남은 가족들은 이별의 슬픔 보다 연명의료가 남긴 의료비 폭탄으로 더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인간이기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죽음. 하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우리네 삶이라 죽음마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다. 그러다보니 지금 이 순간, 어느 누군가는 중환자실에서 갖가지 연명의료에 의지해서 고통스럽게 삶의 끈을 붙잡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중환자실에 홀로 누워 연명의료 장치에 의존하는 삶 대신 세상과 조금 이른 이별을 하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마음속에 담아둔 사랑을 남김없이 쏟아 부을 수 있는 죽음의 방법을 선택한 사람들도 있다. 2017년 8월 ‘연명의료결정법’의 1차 시행이 이뤄지고, 2018년 2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잘 사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 병원 사망자의 80% 무의미한 연명의료 중 사망, 가족에겐 의료비 폭탄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75%가 병원에서 숨졌다. 그리고 그 중 80%이상이 중환자실에서 연명의료를 하다가 의식없이 사망했다. 연명의료는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료 행위로 사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에게는 고통만 가중하는 의미 없는 행위가 된다고 지적해 왔다. 결국 한국인 중 많은 수가 고통스러운 경험을 마지막으로 생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애기다.

그런데 연명의료의 고통은 환자(혹은 사망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환자가 산소호흡기를 달고 콧줄로 영양을 공급하는 등의 연명의료를 시작하면 가족은 엄청난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 회생할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가 그 대상이라 밑 빠진 독의 물 붓기 식이다.

그런데 여러 조사결과에서 한국인의 대다수는 연명의료에 관해 ‘나는 절대 안하지만 그 대상이 가족이라면 절대 포기 못 해!’라는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뭘까?

충남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이영기씨의 가족도 입원비 중간정산을 하면서 1,465만원의 영수증을 받았다. 겨우 두 달 입원비로 말이다. 원무과 직원은 이것도 중환자실에 입원한 다른 환자들에 비해 액수가 아주 적게 나온 것이라며 위로했다. 이영기씨가 만성폐쇄성폐질환자로 폐렴으로 입원해서 심폐소생술이나 혈액투석 등의 치료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같은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식불명 상태인 김씨 할머니의 아들은 더 늦기 전에 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옮겨갈 생각이라고 밝힌다. 10년째 투병 중인 파킨슨병이 악화되면서 중환자실에 입원한 어머니뿐만 아니라 치매로 시내의 모 한방병원에서 투병중인 아버지까지, 앞으로 부모님 두 분의 의료비를 어떻게 부담해야할 지 막막하기만 해서다.

그러나 이영기씨의 5남매도, 김씨 할머니의 아들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부모님의 연명의료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자식 된 도리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건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 ‘호스피스=죽음’이 아니다

인간이기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의 마지막 길, 죽음. 그러나 그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충남의 한 대학병원에서 만난 간세포함 말기 환자 윤OO씨의 경우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자신의 상태를 모른다. 암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 이미 말기 상태였지만 가족들이 그 사실을 윤OO씨에겐 숨긴 채 서울과 충남의 병원을 오가면서 1년 반 넘게 회복가능성이 없는 항암치료에만 매달리는 사이 그의 병세는 더욱 악화돼버렸기 때문이다. 부인 역시 3개월 전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된 터라 ‘중환자실에서 죽는 줄 알았다. 그래서 너무 무서웠다’고 눈물짓는 남편 앞에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반면 울산에 사는 담도암 말기 환자 이성만씨는 병원대신 집에서 생활한다. 항암치료도 일찌감치 포기했다. 아니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암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 의사로부터 이미 그 어떤 치료도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은 상태라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가 선택한 것은 울산의 한 대학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 팀에 가정 호스피스 서비스를 신청한 일. 전담 간호사는 1달에 8번, 의사는 1번, 그밖에 사회복지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도움까지 받으면서도 환자부담액이 한 달에 10만원이 채 안 되기 때문에 풍족하지 않은 살림에도 고민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째, 병원 문을 나설 땐 여명이 3개월 남짓 될거라는 소릴 들었던 이성만씨는 간병을 해주는 아내에게 시도 때도 없이 애정공세를 퍼붓는 로맨틱가이로 매일 웃으면서 삶을 마무리 하고 있다. 호스피스 팀으로부터 말기 암환자를 엄청난 고통 속에 빠뜨리는 통증 완화치료를 적절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팔십 평생을 농부로 살아온 김종원씨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병동의 입원 환자다. 말기 암환자인 그는 스스로도 자신의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안다. 그럼에도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처음 호스피스 병동 입원을 권유받았을 때는 ‘호스피스=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생각에 울며 주저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간병하는 가족의 힘만으론 하기 힘든 목욕, 머리 감기기, 족욕에 마사지는 물론 환자와 가족이 서로 마음을 나눌 수도 있고, 스트레스도 풀 수 있는 원예요법, 노래 교실, 가족소풍 등까지 여러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김종원씨는 물론 가족들도 변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로 팔십 평생을 살아온 김종원씨가 52년간 자신의 곁을 지켜온 아내에게 생전 처음으로 꽃도 선물하고, 고맙고, 미안하다 그래서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눈물지을 정도로 말이다.



한국에서는 2015년 7월 국민건강보험이 처음 적용되면서 대중화를 꾀하고 있는 호스피스 돌봄의료. 2017년 8월 연명의료결정법 1차 시행으로 그 대상이 말기 암환자에서 에이즈와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등 비(非)암성말기 환자들까지 대상자가 확대된 이유는 뭘까? 호스피스 돌봄의료란 무엇인지 현재 서비스를 받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다.

▲죽음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 法 제정만으로 바꿀 수 있을까? 아시아 죽음의 질 1위 대만에서 찾은 해법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본격 시행되면 모든 임종기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호스피스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서 회복가능성이 없는데도 치료비 부담만 큰 연명의료를 환자와 그 가족이 거부할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법’이 제정됐다고 해서 죽음에 대한 한국인의 뿌리 깊은 인식까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을까?

대만은 한때는 한국만큼이나 죽음을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 됐던 나라. 그러나 지금 대만은 ‘죽음의 질’이 아시아에선 1위, 세계에서 4위로 손꼽히는 나라다. 한국의 <연명의료결정법>에 해당하는 <자연사법>도 2000년 아시아 최초로 제정됐다. 호스피스 돌봄의료와 관련해서도 대만은 1996년 처음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호스피스 병상을 갖고 있는 나라다. 1990년부터 대만 정부와 호스피스기금회라는 민간단체가 손잡고 ‘죽음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와 교육 및 호스피스 인프라 확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온 결과다.

대만에는 현재 51개 의료기관에 724개의 호스피스 병상이 있고, 80개 의료기관에서 가정 호스피스 돌봄의료 팀을 운영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의료기관에는 병동, 가정 호스피스와 함께 ‘자문형 호스피스(Share Care)’가 정착돼 있다. 죽음을 금기시하는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초,중,고,대학에서 정규교육과정의 하나로 ‘생명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또 대만의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회복가능성 없는 연명의료 대신 호스피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자는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에 모델로 적극 나서고 있다. 그 결과 20살 이상의 정신 건강한 성인이면 누구나 ‘연명의료결정의원서’를 미리미리 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고, 현재는 1년에 86,000명의 국민이 ‘연명의료결정의원서’에 사인을 한다. 지금까지 이 의원서에 사인한 대만 국민은 총 46만 명에 이른다.

▲ 호스피스는 빠를수록 좋다

울산의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난소암으로 생을 마감한 김복선씨의 아들 부부는 49제를 지내고 어머니 집을 찾았다. 자식들을 위해 매실액, 고추장, 젓갈을 장독대 가득 담가놓은 어머니는 생전에 며느리에게 자신이 입전 옷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 인지까지 알려준 꼼꼼한 분이었다. 삶의 마지막 순간 자식들에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차근차근 삶을 정리하며 편안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다. 유족들은 어머니의 사후, 돌아가신 분은 물론 유족들에게 존엄한 죽음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호스피스 병동의 의료진에게 조의금의 일부를 기부해서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자신에게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모른 채 죽음에 대한 강함 공포로 힘들어하던 말기 암환자 윤OO씨도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에 입원을 했다. 하지만 그는 호스피스 병동 입원 후 1주일 만에 임종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호스피스 이용기간은 평균 3주에 불과하다. 3개월 이상인 대만 등 호스피스 돌봄의료 선진국과 비교하면 삶을 정리할 시간이 턱없이 짧다. ‘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 시행에 앞서 ‘호스피스=≠죽음’이 아니라는 인식전환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호스피스 돌봄의료는 환자가 침상에 누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더라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고,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을 가족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을 가능하게 해드리는 겁니다. 이 기간을 통해서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다, 소중한 존재다 라는 마음을 서로 충분히 주고받았다는 기억은 유족에게도 사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 울산대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 교수진 교수

[사진=MBC ‘MBC스페셜’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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