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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자부심 챙기면 애사심은 절로 나온다

FORTUNE'S EXPERT | 신제구의 '리더십 레슨'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모든 회사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애사심’이다. 애사심은 분명히 숭고한 가치이지만, 강제로 요구한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먼저 회사에 자부심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자연스럽게 애사심도 고취될 수 있다.


리더는 직원들에게 무작정 애사심을 요구하기보다 먼저 회사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취업하기도 힘들지만 직장에 다니기도 힘들다. 떠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조직을 떠난다. 더 좋은 선택이라는 보장은 없어도 지금 벗어나야 살 것만 같아 많은 직장인이 떠나고 있다. 남아 있는 사람도 조직이 좋아서가 아니다. 대안도 없고 떠날 용기도 없어서 남는 것이다. 그렇다고 떠난 사람이 속 편한 것도 아니다. 월급이 밀린 것도 아니고 회사가 망한 것도 아닐지라도 일단 떠나고 본다. 환영회보다 송별회가 많고, 그나마 송별회도 조용하고 조촐하게 끼리끼리 치른다.

왜 떠날까? 재미가 없고 미래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재미와 미래의 다른 표현은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직원들은 의미 있는 일과 의미 있는 관계를 원한다. 그리고 의미 있는 조직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반면 조직은 직원들에게 높은 애사심을 요구하면서 그것을 성과와 동일시 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성과를 내는 사람은 애사심이 높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조직에 도움이 안 된다고 믿는 분위기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고령자와 저(低)성과자를 같은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나가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나가지 않고 버티는데, 나가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은 거침없이 나가버리는 형국이 조직 입장에서는 죽을 맛일지도 모른다.

조직은 보상을 대가로 애사심을 당당히 요구하는 반면에 직원은 수고를 대가로 자부심을 간절히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애사심과 자부심 가운데 어느 것이 먼저일까? 결론적으로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없는 애사심은 없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월급만 바라보고 조직을 짝사랑하며 청춘을 허비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점은 ‘아재’들도 신세대 직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조직이 직원들의 애사심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단지 전제조건과 순서가 있을 뿐이다. 리더가 직원들의 애사심을 원한다면 먼저 그들의 자부심부터 챙겨야 한다. 조직에 대한 자부심, 일에 대한 자부심, 리더에 대한 자부심, 동료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에 대하여 리더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직원들은 리더를 통해 조직을 관찰하고 동료와 공존하며 자신에 대한 가치를 판단한다. 따라서 리더는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먼저 심어주고 난 후에 애사심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슨 죄인가? 무엇이든 리더가 다 책임을 지라는 것인가? 물론 리더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한 조직의 리더라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사명이 있다. 그 사명 가운데 하나는조직을 대표하여 조직과 직원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을 수행하라고 조직은 리더에게 권한을 준 것이다. 때때로 이러한 권한이 사유화된 권력으로 변질되어 오히려 조직에 대한 반감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종종 직원들의 애사심을 강조하는 뒷면에는 리더의 비겁함이 한몫하기도 한다. 리더의 통제력을 높이기 위해 애사심을 남발하는 것만큼 손쉬운 방법도 없다. 또한 애사심을 핑계로 리더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는 고전적 방법을 선택하는 유치한 리더도 적지 않다. 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처럼 애사심을 악용하는 리더십은 학습되기도 한다. 본래 리더십을 발휘하는 과정은 때때로 고통을 수반한다. 리더의 에너지와 진정성을 반드시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들 중에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대신에 조직에 대한 애사심을 앞세우며 자신의 리더십을 ‘절약’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리더십을 절약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질수록 애사심을 빙자한 리더십 편의주의는 반복되고 습관이 된다. 리더를 따르지 않으면 조직을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리더의 이러한 속셈을 영리한 직원들이 모를 리 없다. 직원은 바보가 아니다. 더욱이 일부 리더들은 리더에 대한 직원들의 의심을 고의적으로 회피하거나 간과하고자 한다. 직원들의 저항 의지보다 자신의 지배 의지가 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리더십 편의주의를 지향하는 리더가 명심할 것이 있다. 직원들의 자부심을 간과하고 애사심만을 강요하는 것은 애사심에 대한 매력을 더욱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리더에 대한 신뢰 또한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어떤 리더는 종종 조직을 둘러싼 외부환경의 변화를 위협적인 상황으로 장황하게 과장하여 설명하며 직원들의 애사심을 강하게 요구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 혹은 강화하려는 어리석은 행위를 기꺼이 자행한다. 한 번은 속을지 몰라도 두 번은 속지 않는다. 그럼에도 리더가 현실을 망각하고 그동안 잘 먹혀왔던 애사심 카드를 남발한다면 오히려 직원들이 조직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도 거부하는 상황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또한 리더의 책임이고 잘못이다. 더욱 염려스러운 일은 과거에 먹혔던 애사심 카드가 먹히지 않는다고 내성이 생긴 직원들에게 더욱 강력한 애사심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직원들만 더욱 상처를 받게 될 뿐이다. 나아가 직원들은 상처가 큰 만큼 조직을 떠나버리거나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비협조적 행동을 선택하며 잔류하게 될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직원들의 애사심은 고사하고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한 조직이 돼버리기 십상이다. 만약 리더가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애사심을 보이지 않는 직원을 문제아 취급한다면 리더의 뜻에 동조하는 소수의 기회주의자를 제외한 다수의 직원들과 끝없는 싸움을 해야 한다. 외부의 적과 싸워도 어려운 판국에 내부 직원들을 적으로 키우는 리더에게 승리의 기회는 없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애사심과 자부심은 독립적이지만 순차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리더가 진정으로 직원들의 애사심을 바란다면 그들의 자부심을 먼저 심어주어야 한다. 애사심은 강요된 열정이 아니라 직원의 내면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리더는 조직과 직원 사이의 연결고리를 단단하게 이어주는 존재다. 만약 리더가 이 연결고리 역할을 망각한다면 리더 본인이 바로 조직의 적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리더는 직원이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서 신뢰와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자부심이 강한 직원을 보유한 리더는 별도의 수고 없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할 수 있다. 즉 직원에 대한 감시비용을 줄이는 리더는 자신의 역량을 자신과 조직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겠지만 툭하면 사고 치는 직원을 감시하고 비난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리더라면 본인이 먼저 위험해진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써튼 교수는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을 통해 2,500개 회사의 직원 10만명을 대상으로 조직을 떠나는 이유를 물었다. 조사결과 직원들은 조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떠나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고, 그 결과를 정리한 책이 바로 <굿 보스 배드 보스(Good Boss Bad Boss)>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을 듯하다. 꼴 보기 싫은 리더를 매일 봐야 하는 직원의 눈에 조직이 들어올 리 없다. 이제라도 리더는 직원들의 자부심을 채워줄 부분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조치해야 한다. 물론 조직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투입한 나머지 탈진 상태에 가까운 리더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지우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 과업 성과에 집중해야 하는 리더들에게 직원들의 자부심까지 챙기라고 하는 것은 염치없는 일일 수 있다. 그런데 과업 성과를 내는 것은 하루 이틀 해야 할 일도 아닌데, 장기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과업 성과는 결국 직원들이 조직을 위해 헌신할 때 창출된다고 믿는다.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직원들은 조직에 대한 애정보다 자신에 대한 애정에 지나치게 집중하게 되고, 오히려 조직과 리더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자신들의 에너지를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직원은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해온 조직의 가치와 의미에 걸맞은 행동을 한다. 그게 애사심이다. 사람의 행동은 정서적 논리와 순차적 이해, 그리고 의미 있는 태도를 통해 결정된다. 리더가 애사심을 막연히 강요하기보다는 조직에 대한 자부심을 먼저 챙긴다면 애사심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올바른 리더십의 효과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한국교육컨설팅코칭학회 회장,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인력개발학회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IGM세계경영연구원 상무,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글_신제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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