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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파산 1년, 신뢰 잃은 한국해운] 한국해운 세계 점유율 1/3 토막...업황 회복에도 '그림의 떡'

물류대란 오명 이어 선박 침몰 사고 겹쳐 불신론 확산

초대형 컨선 넘치는데 국내 선박은 작아 경쟁력 떨어져

현대상선 등 적자 경영 지속 불구 새 정부는 뒷짐만

현대상선 소속 선박이 부산 신항만에 쌓인 컨테이너를 세계 각지로 운송하기 위해 싣고 있다. 현대상선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 3월 싱가포르항만공사(PSA)에 부산신항만 지분을 매각했다. /서울경제DB




한진해운 파산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대란이 잦아든 올해 2월 국내 해운업계는 또 한번 술렁였다. 미국 최대이자 세계적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한진해운 미주영업팀에 “한국 해운사와는 거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하자 국내 및 전 세계 항구에는 97척의 소속 컨테이너선에 실린 39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화물이 하역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사태를 빚었다. 당시 전체 물류의 10%를 한진해운에 맡긴 월마트가 한국 해운업체와 절교를 선언한 파장은 컸다. 한진해운의 물류를 흡수할 계획이었던 현대상선부터 화들짝 놀랐다. 이후 월마트 측에서 “사실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현대상선은 기존 한진해운 물량 가운데 일부만 월마트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벌크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이 최근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발레와 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벌트선(VLOC) 계약에서 난항을 겪는 것도 국제무대에서 추락한 한국 해운의 위상을 보여준다. 폴라리스쉬핑은 현대삼호중공업에 수주 예정이던 32만5,000톤급 VLOC를 발주할 계획이었지만 발레가 지난 3월 일어난 한국 선박 침몰사건을 언급하며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국내 한 조선사의 일로 치부됐지만 이제는 리스크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라며 “신뢰를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 화주가 한국 해운사들에 물량을 잘 맡기지 않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해운업의 위치는 수치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글로벌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가 집계해 발표한 해운사 순위(8월 말 기준)에서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흡수한 SM상선은 세계 시장 점유율 0.2%로 31위다. 세계 시장 점유율 3%로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 몫은 공중 분해돼 글로벌 선사들이 가져갔다. 현대상선은 15위로 한진해운 파산 당시(14위)와 비슷한 위치지만 점유율은 1.6%로 0.5%포인트가량 줄었다.





한진해운이 무너지기 전 양대 국적선사가 우리 화물을 실어나르던 비중(2015년 기준)은 31%(현대 12.4%, 한진 19%) 이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비중은 14%로 3분의1토막이 났다. 국내 화물의 대부분(71.5%)은 외국 해운사가 수송한다. 그만큼 외화와 일자리도 사라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약 3조원의 운임수입과 1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추정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아시아 신흥국들의 경기가 기지개를 켜며 세계 물동량이 살아나고 있는데도 우리 해운업이 업황 회복의 파도를 타지 못할 정도로 쇠약해졌다는 점이다. 세계 해운시장은 이미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가 대량의 화물을 실어나르며 운임 단가를 내리는 규모의 경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주력 선대가 1만TEU급 이하인 국내 해운업체들은 초대형선박이 활개치는 무대에서 입지가 더 좁아지고 있다.

업계와 학계는 새 정부에 해운업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글로벌 선사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2~3년 후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4분기 현대상선은 1,28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구조조정 당시 해외 채권자들로부터 5,300억원 규모의 용선료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오는 2019년부터는 다시 용선료가 올라간다. 경쟁력을 회복할 시간은 2년도 남지 않았지만 현대상선의 선복량(35만TEU)은 글로벌 주요 해운사들의 10분의1에 불과한 실정이다. 임종관 한국해양대 교수는 “현대상선과 한국 해운업을 어떤 모습으로 가져갈 것인지 정부도,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명확한 밑그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높은 용선료 등) 빨리 정리정돈을 해야 업황이 회복될 때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일 KMI 해운정책연구실장은 “세계 무역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인 해운업 때문”이라며 “한국 경제가 해운업을 들고 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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