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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문재인 정부, 과학·ICT계 신뢰회복 나서야

고광본 바이오IT부 선임기자

박기영·박성진 잇단 인사참사

4차산업혁명委는 출범도 못해

국가R&D 예타·연구평가 개선

과학기술계 지지 없인 불가능





“문재인 대통령과 새 정부가 기초과학 육성과 미래 먹거리 발굴에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기대했죠. 그런데 인사 참사 등으로 지금은 실망스럽습니다.” (정부출연연구원장 A씨)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도 무슨 호랑이를 그릴 것처럼 하더니 아직 출범도 못하고 마치 부처 산하처럼 위상도 격하돼 고양이를 그리는 격이에요.” (ICT 업계 B씨)

4차 산업혁명의 성공과 국가경쟁력 원천발굴을 위한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계가 요즘 풀이 죽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인데 참여정부 시절 ‘황우석 사태’의 책임이 있는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20조원의 국가 연구개발(R&D) 권한을 쥐게 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본부장에 임명했다가 뭇매를 맞고 철회한 것도 모자라 친일독재 두둔 논란에다 “지구가 6,000살이라고 신앙적으로 믿는다(창조과학)”는 박성진 포스텍 교수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고집했다가 여당마저 등을 돌리며 무산됐다. 사실 창조과학 논란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임명 당시에도 한바탕 일었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인사 참사에 누구 하나 ‘내 탓’이라며 책임지는 이가 없다.

여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박기영)과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박성진)이 추천인으로 알려졌는데 조현옥 인사수석이나 조국 민정수석의 검증 기능도 먹통이었다. 청와대가 박성진 교수의 창조과학 논란을 신앙 문제로 치부하거나 편향된 이념도 ‘생활보수’라고 두둔한 것은 과학을 부정하는 처사일 뿐 아니라 창의성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을 자인한 것이다. 박정희 정권이 “최고로 대우할 테니 과학자는 역사와 사회에 눈길 두지 말고 연구나 열심히 하라”는 몰역사관을 주입한 관행이 지속되는 셈이다. 실제 언젠가 과기정통부의 한 고위관료와 식사할 때 “(영화 ‘군함도’의 전범기업인)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전범기업이라고 한다면 미국의 록히드마틴도 전범기업 아니냐”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렇게 청와대와 과기정통부가 ‘올드 패러다임’을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둬 미래 첨단기술·산업과 일자리·교육·금융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겠다던 문 대통령의 뜻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여권 인사인 C씨는 “정부 출범 5개월째가 되도록 4차산업혁명위도 구성되지 않고 있고 민간 주도로 범부처를 망라해 미래를 준비하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과기정통부가 주도하는 위원회로 전락해 좌절감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바이오·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교수 D씨는 “청와대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과학·ICT 지원이 크게 확대됐다’ ‘새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도 신설하고 국가 연구개발(R&D) 예타도 기획재정부에서 과기정통부로 돌리려고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과학·ICT계의 신뢰를 얻지 않고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 때 과학기술처를 부로 승격시키고 노무현 정부가 이를 부총리급으로 다시 격상시키고 정보통신부도 신설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참여정부 당시 과학계를 실망의 도가니에 빠뜨린 황우석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인사인 E씨는 “과학기술이나 ICT 등 미래 먹거리와 관련한 인사 평가가 너무 좋지 않고 반성도 없어 잠이 안 올 정도”라고 우려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과학·ICT계가 뛸 시스템 개혁에 나서 여전히 기대감도 갖게 된다. 실제로 새 정부는 2~3년이나 걸리는 국가 R&D 예타 권한을 내년 초 과기정통부로 돌리는 것을 추진하고 출연연 등 연구자의 자율연구와 협업 촉진을 위해 평가방식을 개선하려 한다.

하지만 최근 대덕연구단지에서 만난 출연연구원장 F씨는 “법을 고쳐 과기정통부가 R&D 예타 권한을 가져오더라도 물밑에서 무력화하려는 기재부의 저항이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연구 평가를 개선하는 지침이 내려와도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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