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첫 방송된 SBS 새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는 한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난 이현수(서현진 분)와 온정선(양세종 분)의 5년 전 사랑의 첫 시작이 그려졌다.
드라마 작가인 이현수는 자신의 대본대로 찍지 않은 감독(송영규 분)에 화가 난 나머지 촬영현장으로 달려가 촬영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현수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고, 망연자실하던 순간 누군가 그의 편을 들어두었다. 요리 시연을 하는 장면을 위해 출연 중이던 쉐프이자, 이현수의 첫사랑 온정선이었다.
온정선을 본 이현수는 “그를 다시 만났다. 하필 내가 주접떨고 있는 이곳에서. 단 한 순간도 그를 잊지 않았다. 우연이라도. 한 번 만났음 간절히 원했는데, 29. 청춘의 마지막의 끄자락에서 사라져버린 내 첫사랑”이라고 생각하며 좌절했고, 시간은 5년 전으로 돌아갔다.
5년 전 이현수는 입봉만을 기다리는 작가 지망생이었으며, 온정선은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한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는 셰프였다. 당시 두 사람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이현수는 예쁜데다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보조작가로 일하는 사실로 인해 같은 보조작가들에게는 배척을, 교사인 동생(길은혜 분)에 구박을 받았으며, 온정선은 실력은 있었지만 친분으로 취업을 한 나머지 다른 쉐프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 둘을 이어준 주인공은 금수저 작가지망생 지홍아(조보아 분)이었다. 두 사람의 지인이자, 런닝동호회인 이들은 마라톤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 다른 이들과 달리 이현수는 마라톤 무리에서 뒤처지다가 길을 헤맸고, 보이지 않는 이현수가 걱정된 온정선을 그를 찾아 돌아다녔다. 3시간이나 걸린 끝에 이현수를 찾아낸 온정선은 가볍게 티격태격 했고, 그 순간 비가 내려 이들은 급하게 피를 피했다.
비를 비하면서 이현수를 조금 더 자세히 보게 된 온정선은 불쑥 이현수에게 사귀자고 고백했다. 이현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리 오늘 처음 만났으며, 정식으로 대화한지 30분이 됐다. 어떻게 이름도 모르는 여자한테 사귀자고 하냐. 거절하겠다”고 거절했다.
이현수와 온정선의 두 번째 만남은 버스정거장이었다. 드라마 공모전에서 떨어진 이현수는 술에 잔뜩 취한 상태에서 온정선과 만났고, 눈물을 흘리며 “시험 봐서 떨어진 적 없었다. 인생 껌으로 봤다. 여의도가 좋다. 드라마 공모 당선되면 여의도 공원에서 춤 춘다 그랬는데 그럴 기회가 없을 거 같다. 죽어도 불속으로 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온정선은 이현수를 여의도의 한 공원으로 데리고 간 뒤 “미리 연습해 봐요. 당선되면 출 춤”이라고 위로하며,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사랑의 온도’는 온라인 채팅으로 시작해 현실에서 만나게 된 드라마 작가 지망생 제인 이현수와과 프렌치 쉐프를 꿈꾸는 착한 스프 온정선, 그리고 다양한 주변 인물들을 통해 피상적인 관계에 길들여져 있는 청춘들의 사랑과 관계를 그린 드라마이다.
‘따뜻한 말 한 마디’ ‘상류사회’ ‘닥터스’ 등의 작품을 집필한 하명희 작가의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하는 ‘사랑의 온도’는 대본 역시 하명희 작가가 집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하명희 작가의 섬세한 필력은 ‘사랑의 온도’에서도 오롯하게 드러났다. 은유가 담긴 적당히 현실적인 대사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절절하게 울렸으며, 배우들의 차분하면서도 또박또박한 발음과 목소리는 대사의 맛을 더욱 살리는데 일조했다.
대본을 시각화한 영상은 영화를 보는 듯 깔끔하면서도 수려했다. 인상적인 연출 장면 중 하나는 이현수와 온정선이 처음으로 만나 스쳐지나가는 순간이었다.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상황에서 각자의 길을 가다가 두 사람은 우연히 마주쳤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순간 영상은 흑백으로 바뀌었고, 스쳐지나가는 순간 다시 컬러로 돌아오면서, 두 사람은 모르지만 이미 전부터 ‘사랑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했음을 알렸다.
영상은 단순하게 영상만 아름답게 담아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의 빠지는 순간들을 감각적인 색채로 표현했으며,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치는 순간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배우들이 전하려는 감성을 안방극장에 전해주었다.
이현수와 온정선을 연기하는 서현진-양세종의 연기 케미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또 오해영’ 속 오해영을 통해 ‘생활연기의 달인’이자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서현진은 오해영과 또 다른 ‘보통의 여성’을 연기해 나갔다. 제작발표회 당시 “현수는 해영이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했던 서현진의 말처럼 극중 이현수는 적당히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현수가 현실적이라면 온정선은 ‘환상속 남자’에 더 가까워보였다. 온정선을 연기하는 양세종은 잘생기고 실력도 좋을 뿐 아니라, 한 여자를 보며 ‘직진 로맨스’를 펼치는 연하남 이현수의 매력을 백분 살리며 안방극장 속 여심을 뒤흔들었다.
전반적으로 잘 만든 ‘사랑의 온도’이지만 아쉬운 부분은 존재했다. 감정선이 지나치게 빠르게 흘러가다보니, 공감이 되지 않는 선이 존재했으며, 이 같은 부분은 극에 대한 호불호로 나뉘었다. 아무리 사랑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고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귀자”고 말하는 온정선의 고백은 극중 이현수 뿐 아니라 이를 보고 있는 시청자들까지 ‘뜬금없다’는 생각을 들게 한 것이다. 온정선을 연기하는 양세종의 연기가 차분하다보니, 첫 만남에서부터 고백을 하는 온정선의 뜨거움이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던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다.
약간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대본과 연출, 배우의 합은 합격점에 가까우며, 시작은 나쁘지 않다. 처음 온정선의 마음을 거절했던 이현수가 그를 ‘첫사랑’이라고 말하기까지, ‘사랑의 온도’는 인물들이 겪게 될 감정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그려나갈 예정이다. 특별한 실수가 벌어지지 않는 한 안방극장이 ‘사랑의 온도’로 채워지는 것은 시간문제에 가까워 보인다.
‘사랑의 온도’는 매주 월화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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