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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일자리 때문인가...다급해진 반도체·디스플레이

■LGD 中 OLED 공장 급브레이크...정부 두달 넘도록 승인 미뤄

백 장관 "승인 예단 어렵다"

발언이후 달라진 정부 기류

업계 "국내투자 52조나 하는데

왜 우리가 피해봐야 하나" 호소





19일 LG디스플레이는 온종일 어수선했다. 전날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에 대한 정부 승인 여부와 관련, “예단할 수 없다”고 발언했기 때문. 듣기에 따라서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해 ‘중국 투자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속에 발언의 배경 파악에 분주했다.

일단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국내 일자리 확보’ 차원에서 나온 당부일 뿐 이전과는 다른 정부 액션이 취해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로 중국 현지 한국 기업이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 최첨단 기술 산업의 중국 진출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백 장관의 발언을 허투루 넘기기 어렵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규제로 국내 투자 여건이 녹록하지 않은 차에 중국 투자마저 차질을 빚을 경우 글로벌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 승인이 기약 없이 밀리면) 2~3년 뒤 만개할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서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불확실성 커지는 중국 투자…반도체·디스플레이로 불똥 튀나=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백 장관이) 핵심 산업을 국내에 잡아 놓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며 “일자리 확충, 사드 사태 악화 등에 따른 고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중순 투자 승인을 받기 위한 심사를 정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 제출했다. 통상 심사는 기술 검토 이후 최종 승인 단계(기술검토 후 45일 이내)를 거친다. 예년 같으면 2~3달이면 마무리되는데 이미 두 달이 지났지만 진척은 더디다. 이와 관련, 산업부 측은 “과거보다 승인이 늦은 것도 아니고 위원회의 90%가량이 민간이라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도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정치적 격변 사태와 맞물려 대중 투자에 빨간불이 켜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LG디스플레이도 ‘플랜 B’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 승인 후 2년 만인 오는 2019년에 광저우에 공장을 완공해 이듬해부터 OLED TV시장에서 승부를 볼 계획이었다”며 “혹여 중국 투자가 불발되면 국내외 투자 우선순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리스크 부풀려져” 볼멘소리도=업계는 “억울하고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그간 국내 투자에 적극적이었는데 정부가 불필요한 압박에 나선다는 지적이다. 최근까지 발표된 업계의 국내 투자는 2024년까지 52조원. 반면 중국 투자는 △삼성전자 7조8,000억원(낸드 플래시) △LG디스플레이 2조600억원(8세대 OLED) △SK하이닉스 9,000억원(D램) 등 약 11조원에 이른다. 비중으로는 17%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 비중은 11%로 더 낮다. 중국 투자가 유달리 많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업계는 유통·자동차 업종을 예로 들며 중국 투자를 자제하라는 정부 주장에도 항변한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휴대폰·TV·컴퓨터 등 중국 전자업체의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이 20%밖에 안 된다”며 “중국에 있는 국내 공장이 멈추면 중국 전자산업 전체가 휘청하는 구조라 막무가내식 횡포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술 유출 우려와 관련해서도 핵심 공정을 국내 엔지니어가 맡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한다.

업계는 LG디스플레이의 투자승인 여부가 중국 투자의 향배를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 투자와 관련해 당장 별도의 심사가 필요 없지만 LG디스플레이의 결과에 따라 정부 눈치를 볼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U턴 기업을 의식해 이러는 것이라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상훈·김영필·한재영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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