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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토이저러스' 파산보호 신청]아마존 클릭 쇼핑에 밀려…'장난감 왕국'의 몰락

온라인 쇼핑 등 변화 적응 실패에 매출 악화…활로 잃어

협력사 납품 거부하며 결제 요구…4억弗 채무 연장 실패

라디오섁·짐보리 등 '카테고리 킬러' 업종도 벼랑에





“현재 소매업의 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부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온라인 공룡 아마존을 빼고 모든 유통업체가 생존 위기입니다.”

세계 최대 장난감 전문점인 ‘토이저러스(Toys R Us)’가 18일(현지시간) 끝내 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의 종말이 성큼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밤 토이저러스는 지난해 한 차례 연기했던 내년 만기 4억달러의 채무 연장에 끝내 실패하며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앞으로 토이저러스는 채무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회사 측은 “은행들로부터 30억달러의 기존경영자관리인제도(DIP) 융자를 긴급 수혈받아 재무상태를 개선하고 영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 1948년 설립된 토이저러스는 1990년대까지 전 세계에 1,600여개의 점포를 거느리는 대형 완구업체로 성장하며 승승장구해왔다. 앞날이 창창하던 토이저러스의 몰락이 시작된 것은 온라인 유통업의 출현과 시기를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10여년 전에 단행한 인수합병(M&A)으로 막대한 부채를 떠안은 토이저러스가 2000년대 이후 온라인 유통에 밀리며 고질적인 경영난을 겪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어린이들이 전통적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을 선호하면서 활로를 잃게 됐다. 토이저러스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15년 도미노피자의 회생을 이끈 데이브 브랜던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회생의 기반을 마련하려 했지만 자금력을 우려한 일부 납품업체들이 이례적으로 납품까지 거부하고 현금결제를 요구하면서 연 매출 50%를 창출하는 최대 ‘빅시즌’인 연말을 앞두고 파산보호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지난 70여년 동안 ‘장난감 왕국’으로 군림해온 토이저러스의 몰락이 전 세계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대형 완구 체인의 파산이 가뜩이나 아마존의 위협으로 폐점을 늘리고 있는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또 한번 강타할 것으로 우려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는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편리함을 무기로 기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온라인 소매업의 ‘무자비한’ 성장 속에 오프라인 업체들은 줄어드는 손님 수와 가격경쟁력 저하로 고전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도 미국에서 문을 닫은 주요 소매업체는 이미 10개 이상이다. 지난해 아마존 매출은 24%나 급신장한 반면 토이저러스 매출은 5년 연속 하락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올 들어 가전 유통업체 ‘라디오섁’, 신발 유통업체 ‘페이리스슈소스’, 아동복 전문점 ‘짐보리’에서 완구점인 토이저러스에 이르기까지 특정 영역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카테고리킬러(전문유통점)’ 업종의 몰락세가 두드러진 데 주목하고 있다. 카테고리킬러 업종은 금융위기 무렵 먼저 파열음을 냈던 백화점·대형마트 등 종합 소매 유통점에 비해 특수 분야를 집대성한 효과로 그나마 명맥을 이어가는 듯했지만 결국 더 이상 버틸 여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아마존에 맞서 성장전략이라도 내놓은 업체는 한때 미국 최대 소매업체였던 월마트 정도다. 할인점으로 특화에 성공한 노드스트롬 백화점, 회원제 할인점으로 독자상품을 갖춘 코스트코 등을 제외하면 백화점·할인점·카테고리킬러 등 전 업종이 추락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은행은 올해 미국에서 문을 닫는 오프라인 매장 수를 8,640개로 전망하며 소매업 위기가 강타했던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기와 2007년 금융위기를 포함해 사실상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폐업한 점포 수의 4배에 달하는 규모다.

고용 비중이 큰 유통업계의 쇠락은 고용시장을 위축시키고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업체의 고용인원은 매출 100만달러당 0.9명으로 오프라인 업종(3.5명)과 차이가 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1만7,000개 늘었던 미 소매업 일자리가 올 들어 월평균 9,000개씩 사라졌다.

헤지펀드 사운드포인트캐피털의 스티븐 케천 대표는 “금융위기 당시 주택시장처럼 버블 상태인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지금 버블이 터지려 한다”며 “파산과 폐점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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