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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덮친 통상임금 역풍]일부기업 임금 2%↑DB부채 年1,668억 늘어 "경기까지 치명타"

<상>위기의 퇴직연금

DB형 운용기업 절반이 적립비율 80% 못채워

기아차 판결따라 적립금 포기 기업 속출할수도

"기업 성장 외면한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도 毒"







통상임금 소송의 직격탄을 맞은 확정급여채무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예정인 퇴직급여를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내려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확정기여형(DC형)과 달리 확정급여형(DB형)은 기업이 확정급여채무 부담을 모두 지고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투자증권을 통해 DB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 중이다. DB형 부채라고도 불리는 확정급여채무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업들은 은행과 증권·보험 등에 자산을 적립해 운용하고 있다. 결국 확정급여채무액 대비 충당금과 적립 운용되는 금액의 비중에 따라 사외적립비율이 결정된다.

기업의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적립 운용금액을 확보할 수 있다면 확정급여채무액의 증가가 문제 될 게 없다. 현재 기아차는 분기당 평균 영업이익이 4,000억원 정도에 불과해 통상임금으로 인한 확정급여채무 증대를 이익으로 모두 채울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번 1심 판결 금액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1심 판결에 따른 예상비용을 회계처리하게 되는 3·4분기부터는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아차는 외부감사인(한영회계법인)과 협의를 통해 통상임금 충당부채에 1심 판결분인 4,223억원을 반영할지, 추가소송분 5,800억원까지 모두 반영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K기업의 경우 확정급여채무가 1조1,600억원가량으로 임금이 2%만 높아져도 부채 규모는 매년 1,668억원가량이 증가한다. 이로 인해 당기순이익은 7% 가까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퇴직연금 사업부 관계자는 “통상임금 효과가 DB형 부채를 키워 기업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기업 실적 악화는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가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통상임금 효과가 기아차 근로자의 연간 총액 임금을 실제 어느 정도까지 올릴지를 확정해 계산하기는 어렵다. 근로자마다 고용조건이 다를 뿐 아니라 임금교섭에 따라 노사 간 합의로 총액 임금의 적정선을 맞출 가능성도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최종판결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통상임금이 최종 결정되더라도 임금교섭에 따른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도 “퇴직연금 적립비율의 부담은 생길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 적립비율 79.2%를 기록한 기아차는 꾸준히 퇴직연금 적립비율을 높여 2015년 86.5%에서 지난해 100%에 가깝게 끌어 올렸다. 정부는 올해까지 최소적립비율을 80%, 2020년 10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한 상태다. 4월 감사원 감사 결과 국내 DB형을 운용하는 9만8,457곳의 기업 중 절반가량인 5만10곳이 80%를 못 채운 상황이다. 적립비율 80%의 의미는 기업이 도산할 경우 근로자 20%는 퇴직금을 지급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국내 기업 대부분이 근로자의 퇴직연금 지급 능력을 갖추지 못한 형편이다. 그나마 대기업으로 사정이 나은 기아차는 사외적립비율을 꾸준히 높여 퇴직연금 지급 능력을 키워왔지만 중소·중견기업까지 통상임금을 적용할 경우 퇴직연금 적립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최근 통상임금의 적용을 둘러싸고 115개사 이상 기업이 소송 중이라는 점에서 기아차 판결에 따라 퇴직연금 적립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근로자 입장에서 통상임금 적용으로 임금이 인상되면 퇴직연금은 자연히 늘어난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지만 기업의 성장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도 2000년대 들어 고령화·저금리가 심화된데다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며 퇴직연금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퇴직금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델파이는 연 매출의 30%를 넘는 연금지급액을 견디지 못하고 2005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퇴직연금 때문에 위기에 봉착한 GM·버라이즌·제너럴일렉트릭·IBM·보잉 등 대기업들은 앞다퉈 DC형 퇴직연금인 401K로 전환했다. 한국에서 DB형 기업의 퇴직금 부채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데다 통상임금까지 더해지며 퇴직연금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해결책으로 전문가들은 401K 같은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DC형의 세액공제 한도가 1인당 연 400만원(연금저축 합산)에 불과하고 연금 인출 때는 3.3~5.5%의 연금소득세도 내야 한다. 근로자가 퇴직연금에 추가 적립을 할 수 있지만 401K와 달리 세제혜택이 없다./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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