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월급 줄어드는 '통상임금의 역설' 현실화...사측 "불가피한 결정"

[통상임금 후폭풍...기아차 잔업 전면 중단]

"추가비용 예상 따라 조업 단축"

잔업 폐지 땐 임금 年 200만원 ↓

특근 없애면 수백만원 추가 감소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의 프라이드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차량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기아자동차가 오는 25일부터 잔업을 전면 중단하고 특근 또한 최소화하기로 한 것은 자동차 업계에 닥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이다. 공장 신설, 채용 확대 등을 최대한 자제하고 공장을 ‘풀(full)’로 돌려온 현대·기아자동차에서 그간 잔업과 특근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랬던 기아차가 조업 축소를 단행함에 따라 사측은 매출 감소가, 노측은 임금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자동차 업계에서 “잔치는 끝났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의 잔업·특근은 미래의 추가비용”=기아차 측은 잔업 중단 및 특근 최소화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로 통상임금 판결을 들었다. 통상임금 1심 선고로 기아차의 정기상여금(750%)과 중식비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데 이어 이후 최종심에서도 같은 내용이 확정되면 수당 계산의 시급 자체가 50% 정도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심야·연장·특근·잔업·휴일·연차수당 또한 50%가량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현재의 잔업과 특근은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근로자들에게 줘야 할 추가 임금을 내포한다는 게 기아차의 설명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법원 최종심이 1심과 같이 나올 경우 미래의 일정 시점에는 ‘과거분’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1심 내용대로라면 특근·잔업으로 만든 차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이 같은 고육지책을 내렸다”고 말했다.

기아차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또 하나의 이유는 판매 부진과 재고 증가다. 올해 3월 이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여파가 본격화해 올해 7월까지 중국 누적 판매가 52% 감소했다. 내수 시장에서도 국산차 업계의 경쟁이 심화하고 수입차가 공세적 마케팅을 펼침에 따라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 부진과 영업이익의 지속적인 하락에 따라 시급히 원가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번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재무적으로도 기아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7,86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4% 줄어든 데 이어 하반기에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1조원을 손실충당금으로 설정한 3·4분기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다만 기아차는 이번 조치로 장시간 노동 해소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에 부응하는 한편 직원 건강과 삶의 질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한다.

◇“노측도 임금 줄어 반발 예상”=이번 조치는 기아차 근로자들에게도 별로 좋을 것이 없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잔업·특근이 없어지면 결과적으로 임금이 줄게 돼 노조가 강력히 반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 업계는 잔업 폐지에 따른 기아차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은 연간 20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 현행 기아차 잔업은 새벽에 출근하는 1조가 10분, 오후에 출근하는 2조가 20분 수준으로 길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특근이다. 주말에 출근해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특근이 오랜 기간 중단될 경우 소득 감소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 생산직 직원들은 개인에 따라 하루 특근을 하면 20만~30만원의 수당이 발생한다. 특근 스케줄은 매월 노사 협의로 결정하는데 고객 수요가 많아 물량이 부족한 차종을 생산하는 라인은 매주 특근이 운영되기도 한다. 만약 한 근로자가 매주 특근을 자청한다면 이론적으로는 한 달 특근비만 100만원 넘게 벌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1년 52주 중 절반인 26주의 주말에 특근을 뛴다면 650만원 안팎을 특근수당으로 벌 수 있다. 여기에 잔업 폐지로 줄어든 200만원까지 더하면 소득 감소 폭은 더 커진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생산직은 주말에 쉬는 것보다는 특근을 뛰어 아이들 학원비라도 버는 것을 선호한다”면서 “특근이 장기 중단되거나 폐지되면 결국 근로자 가정이 지출 규모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통상임금이 확대돼도 오히려 총소득은 줄어드는 ‘통상임금의 역설’이 기아차에서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한국GM도 통상임금이 인상된 후 일감이 줄어 결국 임금 총액은 줄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