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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표류하는 노동정책, 어디로 가야하나?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규제 완화로 신사업 투자 유도

중기 자금지원 양에서 質 전환

노조에 고용유연화 협조 요청을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은 겁먹은 듯 침묵하는데 상위 7.5%의 근로자를 대변하는 대기업과 공기업의 강성 노조는 날개를 단 듯하다. 대통령은 기업을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적폐로 간주한 것인지 혼을 냈고 노동계 출신 인사로 노동행정의 요직을 채웠다. 독립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3년 내 60% 인상한다는 정부의 요구를 따랐고 어렵게 도입한 공공 부문 성과연봉제는 없던 일이 됐으며 불법의 소지가 다분한 방송노조의 파업은 정부와 여당이 도와주는 형국이다. 최저임금을 너무 올려놓고 불안했는지 중소기업에 3조원 이상 지원한다면서 달래고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한다면서 비정규직 교사의 기대를 키워놓고는 정규직 교사들이 반발하자 수당을 올린다면서 없던 일로 돌렸다.

일자리 대통령 선언과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에도 고용은 악화하고 있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 81만개를 만들면 민간 일자리도 좋아진다고 했지만 공무원 늘리기를 일자리 대책으로 보는 사람은 적다. 공공 부문과 정부 지출 확대가 내수를 살린다 해도 세금 부담이 커지면 민간의 지출역량이 감소해 상쇄되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의식해 부자증세로 대기업의 법인세와 고소득자의 세율만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세운 재정 확대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부동산은 물론 부가가치세 강화로 세금 폭탄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일자리 문제에 기업은 간과하고 공공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이상했는지 대통령은 대기업 회장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여전히 앞뒤가 맞지 않는다. 내수를 키우는 것은 맞지만 가계의 핵심 자산인 부동산을 투기 문제로 보고 수요를 억제하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줄이면 정부가 내수를 죽이는 셈이다. 그 결과 취업자 증가 폭이 뚝 떨어졌고 청년실업률은 지난 1999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 조선에 이어 주요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어 고용 확대보다 실업 확대를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될 수 있다. 통상임금 문제로 인건비 폭탄이 우려되는 가운데 자동차 위기설이 파다하다. 한국GM의 철수,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와 유통 업체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따른 생산 중단과 매각에 더해 초호황을 구가하는 반도체마저도 한순간에 내려앉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일자리 문제의 핵심 키워드는 기술 변화다. 이런 점에서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며 만든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지만 위상 저하 등으로 흐지부지되고 있다. 일자리의 거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있고 벤처기업이 고용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도 기대되지만 장관 인선은 고사하고 부처의 미션이 분명하지 않다. 신기술 활용을 위해 규제를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만들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그대로 될지 의문이다. 탈규제는 경쟁을 촉진해 기업과 근로자의 기득권을 위협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공공성이나 민주화 등의 논리로 반대해왔는데 노동계를 등에 업은 정부가 추진하기는 더 어려워 보인다.

일자리 수는 경기가 좋아지면 늘지만 생산성이 올라가지 않으면 일자리의 질은 좋아질 수 없다. 2000년대 초반 중국 효과에 따른 호경기로 고용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중심으로 증가했지만 일자리의 질은 떨어졌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려면 중소기업이 자본을 축적하고 기술력을 키우면서 인적자원 개발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이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중소기업 자금 지원도 양에서 질 위주로 바꿔야 한다. 대기업 노조가 임금 인상 자제와 고용 관행 유연화에 협조하도록 요청해 대·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고 중소기업이 우수한 근로자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 노사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공기업 노조가 모범을 보이도록 요청해야 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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